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이십 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식물, 자연, 환경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왜 꼭 여기였을까? 개체수가 이렇게 많은데?
그래, 이런 곳을 선택해야 금방 건물을 지을 수 있지.
멸종위기 식물보다 이게 더 중요한 거지?
공론화하면 식물 편을 들어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옮겨 심으면 괜찮잖아,라고 쉽게 말하는 건 아닐까.
물고사리의 학명은 Ceratopteris thalictroides (L.) Brongn.이다. 린네가 처음 이름 붙였고 브롱니아르가 현재 속으로 옮겼다. 속명인 'Ceratopteris'는 그리스어 keras/keratos (κέρας, "뿔")와 pteris (πτερίς, "고사리, 양치식물")의 합성어로, '뿔 모양의 양치식물'이라는 뜻이다. 생식엽(포자엽)이 가늘고 깊게 갈라져 뿔이나 사슴뿔처럼 보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인 'thalictroides'는 꿩의다리속을 뜻하는 Thalictrum에 '~을 닮은, ~와 비슷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접미사 -oides (-ειδής)가 붙은 형태로, '꿩의다리(Thalictrum)를 닮은'이라는 의미다. 영양엽(비생식엽)의 잎이 여러 갈래로 잘게 갈라진 모양이 꿩의다리속 식물의 잎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속에서 자라는 수생 양치식물로, 한국에서는 흔히 '물개구리밥아재비' 또는 수족관용으로 '워터스프라이트(water sprite)'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 여름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9월 어느 날, 개발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멸종위기 야생식물 II급인 물고사리를 이식한 대체서식지에 다녀왔다. 이제 막 앙증맞은 영양엽*이 나오기 시작했다. 키가 큰 돌피라는 식물 아래 틈에서 빼꼼 자라고 있던 물고사리.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무사했구나.'
이 일대에서 물고사리를 처음 만난 건 개발이 시작되기 전인 2023년 11월이었다. 서식지 상황과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 살펴보러 다녀왔었다. 햇빛을 덜 받고 조금 더 습한 논두렁의 안쪽에 생활사를 마친 물고사리가 말라 있었다. 바싹 마른 잎이 뒤로 말린 곳에 포자낭군*이 일렬로 짙은 갈색을 띠고 있었다. '개체수가 이렇게 많은데 모두 이식이 가능해요?' 설명을 들은 후 내가 얘기한 첫마디였다. 수많은 물고사리를 어떻게 무사히 대체서식지로 옮길 수 있을까. 가능은 할까. 이식한 사례가 거의 없어 실험하는 수준이라 불안했다.
대체서식지는 당시에 물고사리가 잘 살고 있던 논두렁을 모방하여 만들길 요청했다. 논 흙처럼 점토 함량이 높은 흙으로, 논두렁과 비슷한 높이로, 벼농사를 지으며 시기에 따라 논의 물 높이가 달라지듯 비슷한 수위로. 서식하고 있던 논두렁을 ‘그대로’ 옮겨가면 제일 좋겠지만, 공사장에서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대한 원 서식지와 비슷하게 조성할 것을 주문했었다.
개발사업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싸운다. 물론 나는 늘 천사의 편이지만, 악마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본다는 뜻이다. 악마는 '겨우 요만큼 개발하는 거야. 옮겨 심으면 되잖아. 이건 사람들 삶을 아주 편리하게 해주는 사업이라고. 그리고 이미 개발하려고 땅을 샀다잖아. 물릴 수도 없고... 사업 안 하면 주인은 망해.'라고 속삭인다. 천사는 '무슨 소리야, 생태계가 이렇게 좋은데,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데. 개발은 안돼, 절대 안 돼.'라고 소리친다.
하나의 개발사업만 바라보면 겨우 요만큼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 년 동안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인 환경영향평가 건수는 2025년 기준 총 2,473건이었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는 소규모 개발사업까지 합치면…) 겨우 요만큼이 아닌 것이다. 전체를 조망한 상태에서 하나의 개발사업을 바라봐야 한다. 생태계는 복잡한 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개발과 보전 사이의 갈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갈등이 사라지려면 절차와 기준이 명확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연생태계는 복잡하고 수치화하는 것이 어려워 명확하게 정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꾸 첨예하게 대립한다.
생태 감수성을 조금만 키우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할까) 아니면 우리나라 전 국토가 다 헤집어질 때까지 '요만큼'을 얘기할 것인가. 생각할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멸종위기 야생식물이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개체 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소수만 남아있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효과적인 보호를 위하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정 보호하는 야생생물들을 말한다.
멸종위기종에 관한 각종 금지조항 및 의무사항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0만 원까지 벌금을 물거나 7년까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단순히 금지 및 의무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멸종위기종의 보호와 생존을 위한 국가의 의무, 즉, 서식지 보전, 멸종위기종 보호대바카라 수립, 조사·연구, 서식지외보전기관 지정, 멸종위기종의 복원사업 추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지정하여 보호 · 관리하는 법정보호종으로,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나누어 지정 관리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제2조 관련) <개정 2022.12.9>
* 영양엽이란 동화작용만 하는 잎. 동화작용이란 생물이 외부로부터 섭취한 영양물을 자기 몸에 알맞은 성분으로 변화시키는 작용(네이버 국어사전)
* 포자낭군이란 포자낭 여러 개가 함께 모여 있는 것. 포자낭이란 주머니 모양의 생식 기관. 포자란 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하여 형성하는 생식 세포(네이버 국어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