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크루즈 타고 중국 웨이하이 여행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이십 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식물, 자연, 환경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군산에서 크루즈를 타고 중국에 갈 수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웨이하이(위해)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산둥반도에 있다. 세계지도에서 보면 군산에서 제일 가까운 중국이다. 작년에 다녀온 옌타이(연태) 바로 옆에 있는 소도시. 중국의 도시 중에서는 소도시지만 인구와 면적이 어마어마하다. 인구는 약 290만 명으로, 약 307만 명인 인천광역시와 비슷하다. 면적은 5,436~5,797km2로, 우리나라 주요 도시인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을 합한 면적과 비슷하다. 소도시가 소도시가 아닌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 셋이서 단출하게 갈 생각이었다. 아이를 설득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사춘기인 아이는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귀찮다고. 가는 날과 오는 날, 크루즈 안에서 내내 게임을 해도 된다는 달콤한 말로 꼬셨다. 여러 번 얘기했고 결국 설득했다. 대신 사촌 동생들도 데려가자고 했다. 오케이. 그래서 조카 두 명과 친정 엄마도 함께 가게 되었다. 며칠 후 사돈어른(조카들의 외할머니)도 같이 가도 되냐고 연락이 왔다. 오케이. 이렇게 일곱 명이 함께 웨이하이를 가게 되었다. 내가 계획하고 주도하는 여행이 아니라 처음으로 패키지여행을 신청했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편안했다. 무리에서 벗어나거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만 통제하면 되니까.
몇 달 전부터 예약해 놓고 여행 가는 날을 기다렸다. 우리나라와 위도와 고도, 연평균 기온이 비슷하고, 강수량은 절반 정도이다. 작년에 다녀온 옌타이를 떠올려보면, 날씨와 경관이 부산과 비슷했다. 웨이하이의 경관과 식물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식물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고 출발. 크루즈는 저녁 6시에 출항하여 아침 8시에 중국 석도항에 도착했다. 총 열네 시간 동안 배에서 놀고먹고 잤다.
웨이하이는 바닷가에 맞닿은 도시다. 크루즈가 항구에 닿자 일렬로 서 있는 곰솔(바닷가에 주로 사는 소나무의 한 종류)이 보였다. 바닷가 주변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머금은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방풍림을 조성하곤 한다. 소금기가 포함된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수종은 육상 식물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곰솔을 많이 심거나 스스로도 잘 자란다.
석도항에서 내려 버스 타고 내륙을 가로질러 반대편 바닷가로 넘어갔다. 웨이하이라는 소도시가 그곳에 있었다. 내륙의 시골 풍경도 군산과 비슷했다. 다만 논이 없고,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가이드 말로는 논농사가 잘 안 된다고 한다. 나중에 민속박물관에 갔을 때도 소품으로 옥수수가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옛날에는 주식이 쌀이 아닌 옥수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첫날 갔던 황하성에는 인공 연못이 많았고, 연못 주변에는 어김없이 수양버들이 심어져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수양버들을 참 좋아한다. 물가에도 심지만 물가가 아닌 곳에도 심는다. 옌타이에 갔을 때는 호텔 마당에, 하얼빈에 갔을 때는 도로에.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나무 중의 하나다. 중국의 옛날 그림에도 자주 등장한다. 가지가 늘어져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는 수양버들은 '양반'이나 '풍류'라는 단어와 잘 어울린다. 지금은 일반인들도 즐기는 나무가 되었지만.
황하성 꼭대기에 있는 '유리다리'라는 출렁다리에 갔다. 길기도 하지. 중국은 뭐든 크고 높고 길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출렁다리를 건너지 못하는데, 이곳은 심지어 유리로 되어 있었다. 가족들은 무서워하는 나에게 아래는 보지 말고 저 멀리 앞만 보고 가라고 했지만, 그게 되는가. 유리로 된 바닥을 보자마자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 뇌는 눈에게 아래를 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뻥 뚫린 유리 아래로 보이는 나무들의 수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 서서 바라보니 아름다웠다. 그래, 열 걸음만 가자. 풍경이 달라졌다. 압도적인 풍경. 아름다웠지만 무서워서 얼른 사진만 찍고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곰솔, 아까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카트를 타고 유리다리로 올라가면서 둘째 조카를 툭 치며, "나무 봐봐. 우리나라에도 있어. 상수리나무." 그랬더니 돌아온 답, "우리 집 뒷산에도 많은데 뭐가 신기해요." 일 년 전 친정 엄마가 사는 시골집에 귀촌해서 살고 있는 둘째 조카의 대답에 우리는 모두 웃었다. 아이들도 안다. 이곳의 식물이 우리나라의 식물과 비슷하다는 것을. 시골집 뒷산은 상수리나무숲이다. 아이들은 그 숲에서 잡기 놀이를 했고, 큰 나무를 타고 올라갔고, 부러진 가지를 주워 칼싸움을 했고, 도토리를 주웠고, 강아지와 뛰어다녔다. 여기 아이들도 그렇게 놀까.
우리나라의 길가나 공원에 흔하게 심은 배롱나무도 중국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가는 곳마다 심어져 있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아직도 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함께 간 사람들도 모두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진분홍 꽃잎이 중국의 붉은색 건물들과 잘 어울렸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나라와 비슷한 식물을 보며 편안했다. 새로운 식물들이 많았다면 이름을 몰라 계속 신경 쓰이는 마음으로 바라봤을 텐데. 다음에는 크루즈를 타고 칭다오(청도)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