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직업이지만, 오늘도 산으로 간다!

<생태원 사람들> 웹툰 원고

by초록노동자

생태 가치를 전하는 초록노동자입니다. 이십 년 차 식물연구원이 보는 식물, 자연, 환경에 대한 시선과 경험을 공유합니다.




2026년 7월 1일에 <숲으로 출근합니다 II> 연재를 잠시 쉬어간다는 글을 올렸고, 8월 24일 연재를 다시 시작한다는 글을 올립니다. 연재를 잠시 쉬었던 이유였던 두 번째 독립출판물의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쇄하고 있고요. 곧 출간이 완료됩니다. 새로운 바카라을 조만간 소개해 보겠습니다^^





올해 초 제가 근무하고 있는 국립생태원 내부에서 실시한 '웹툰 제작을 위한 스토리 공모전'에 당첨되었어요. 웹툰은 7월 29일에 <생태원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소개되었습니다. 오늘은 공모전에 냈던 글을 공유하겠습니다.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이지만, 그 모든 것을 감수할 만큼 식물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다. 산으로 식물 조사하러 갔던 어느 날과 어느 날과 어느 날의 기억을 떠올려 마치 하루에 일어났던 일처럼 적어본다.




2024년의 어느 날, 어느 산의 훼손지에 식물 조사하러 간 이야기


(장면 1) 야외조사를 가기 전, 카지노맵으로 조사할 지역을 알아보았다. 이런, 길이 없는 산을 올라야 한다. 왕복 두 시간. 쉽지 않겠다. 고도도 꽤 높고, 등고선의 간격이 좁아 경사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하지... 이곳은 그냥 건너뛸까. 마치 한쪽 눈을 감고 못 본 것처럼? 성격상 못 본 척을 못하겠다. 결국... 가기로 한다.


(장면 2) 며칠 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이런, 지도에서 작은 계곡이 있는 것은 알아채지 못했는데. 계곡을 건너야 한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조심조심 건너기 시작한다. 헛, 발을 잘못 디뎠다. 물속으로 퐁당 빠졌다. 신발과 바지가 젖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 후로도 계곡을 9번 더 건넜고, 내려올 때도 10번을 건넜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물에 안 빠지려고 조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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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계곡 옆으로 난 아주 오래된 옛 산길을 걷는다. 길이었을까? 길이었겠지? 자라고 있는 식물 종류가 주변의 숲과 다르다. 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수 있는 곳의 길을 등산 스틱으로 탁탁 치면서 걷는다. 혹시 풀숲 사이에 뱀이 똬리를 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모르고 걷다가 뱀의 꼬리를 밟으면 큰일 나니까. 꼬리를 밟으면 위협을 느낀 뱀은 내 발목을 물어버릴 테니까. 조심해야 한다.


(장면 4) 땅만 치면서 걸으면 얼굴 높이에 있던 끈적끈적한 거미줄이 순식간에 얼굴을 감싸는 불상사가 생긴다. 땅을 치면서 부지런히 등산스틱을 휘둘러 눈앞의 거미줄을 제거해야 한다. 동시에 눈은 끊임없이 눈앞의 장애물을 살펴야 한다. 작은 돌이든 큰 돌이든, 미리 확인하지 못하면 넘어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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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계곡부를 얼추 지나니 경사가 가파르기 시작한다. 조금 더 걸으니 경사도가 너무 높아서 네 발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그래, 인간도 포유류지. 우리 조상들은 모두 네 발로 걸었을 거잖아. 나도 잘할 수 있어. 두 손이 발이 되어 네 발로 걷는 동물 경험을 한다.


(장면 6) 돌무더기가 있는 곳을 지난다(이런 곳을 돌서렁 또는 전석지라고 한다). 앞에 가던 사람이 박차고 오르며 밟아서 밀어버린 돌이 굴러 떨어진다. 어, 어, 엇, 나에게로 온다. 이런 피할 새가 없다. “아얏” 짧은 외침. 아프다. 왼쪽 정강이에 부딪힌 돌이 멈춰 선다. 나중에 바지를 올려보니 돌의 뾰족한 모서리에 맞은 자리가 옴폭 파였다.


(장면 7) 드디어 조사지역인 훼손지에 도착했다. 일본잎갈나무를 심은지 50년이 넘은 곳인데, 벌목을 했다. 숲 사이에 휑하니 드러난 땅에 복숭아나무를 심어놓았다. 그래, 사유지니까 그럴 수 있지. 훼손된 면적과 훼손 유형, 이곳에 살고 있는 식물들을 기록하고 조사 끝. 왕복한 시간과 험난한 길에 비하면 조사는 허무하리만치 금방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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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8) 산에서 내려오는 길, 역시 길이 없는 경사도가 높은 곳을 조심히 발 디디며 내려온다. 발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다가 다급한 마음에 작은 키 나무를 잡았다. 앗, 따가워. 줄기에 가시가 있는 산초나무였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혔다.


더운 날 제대로 된 길이 없는 곳을 지나 훼손지를 조사하고 내려오며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상황에서 모은 데이터가 쌓여간다. 이 데이터들은 분석을 거쳐 의미를 끌어내고, 환경 정바카라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스크린샷 2026-08-23 230340.png출처: 국립생태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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