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조폭 10 계명. 칼만 안 들었지. 고놈이 고놈이야.
모든 것은 단 하나! 돈을 위해서?
"옥살이하고 나오는 거밖에 방법이 없는 겁니까?"
"이미 다 털려서 어쩔 수가 없다. 회장님 보호해 드려야지. 두렵냐? 한 2년만 갔다 와야겠다. 걱정 마라. 변호사 다 붙여주고 형량 줄일 거다. 식구들 돈 걱정도 하지 마라. 다 손 써놓을 테니까."
"정 그렇다면 제가 한번 쓰고 갔다 오겠습니다. 약속 꼭 지켜주시는 겁니다?"
"그럼. 너의 희생으로 모두가 사는 거다. 나와서 다시 올 때는 여기서 가장 커다란 별이 될 거다."
"네. 그것만 보장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심해라. 절대 아무도 팔아서는 안 된다."
이거 무슨 상황이지? 조폭 드라마의 한 장면인가?
아니다. 회사 드라마다. 회장님 대신 대타로 깜빵 가는 전형적인 기망술 되겠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광경 아니냐구? 그럴 리가 있나? 오너를 지키기 위한 대타 카드는 흔한 수법이다.
회사는 늘 말한다. 합법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선진 모범 기업이라고. 맞다. 칼 대신 시스템을 이용한다. 몽둥이 대신 평가를 실시한다. 협박 대신 세련된 면담 기법을 사용할 뿐이다. 방식과 모양새만 다를 뿐, 하는 짓과 논리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제1계명.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한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돈 벌어와!"
조폭이나 회사가 공통적으로 쓰는 말이다. 조폭은 돈이 되면 뭐든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말하자면, 회사는 돈이 안 되면 뭐든 버린다.
사람, 프로젝트, 비전, 철학. 어제까지 '핵심 인재'였던 사람이, 오늘 아침에는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돈이 되지 않으면 비전과 철학을 바꾼다. 돈이 되는 쪽으로. 돈 앞에서는 가치도, 비전도 엑셀 한 줄로 정리된다.
제2계명. 조직의 배신자는 숙청 대상이다
조폭 세계에서 배신자는 말이 필요 없다. 쥐도 새도 모르게 땅 파서 묻어버리는 거다.
회사도 다르지 않다. 내부 문제를 밖에 말한 사람. 부당함을 공론화하는 사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끝까지 절개를 굽히지 않는 사람. 우선 제거 대상이다.
인재를 양성한다고 내세우며 실상은 살생전문 자객단인 HR팀이 살생부에 이들을 올린다. 해고되지 않아도 조용히 제거된다. 회의에서 사라지고, 일에서 빠지고, 존재감이 지워진다. 식물 오피서가 된다.
제3계명. 낭만과 의리? 조직에 그런 건 없다.
조폭이든 회사든 입사하면 늘 말한다.
"우리는 가족입니다! 끝까지 함께 갑시다!"
"우리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보통은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만하다. 늘상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이 조직에 왜 끝까지 가는 사람이 없는 거지? 지금까지 나온 퇴사자 수는 뭘 얘기하는 거지? 그렇다. 다 거짓말이란 얘기다.
의리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다. 낭만은 KPI에 잡히지 않는다.
배신과 뒤통수가 판을 친다. 그러면 안 되지 않냐구? 안될게 뭐 있겠는가? 배신도 뒤통수도 계약서에 없는데. 그치? 맞지?
얻어맞고 담궈지기 싫으면 먼저 통수를 날려라. 선빵필승이라고 선빵은 50%의 승률을 올려주고 시작한다. 망설여지는가? 괜찮다. 착한 척하지 마라. 먼저 안 때리면 회사가 때린다. 정 못 때리겠으면 해야 할 건 퇴사 준비다.
제4계명. 조직에 해가 되면 언제든지 담근다.
어제까지 실적 1등. 오늘 조직에 불편한 존재.
조직에 불편하기보단, 윗사람이 불편한 경우가 더 많다. 보통은 더 크기 전에 제거하고 싶은 거다. 어쨌든 불편하게 각인되는 순간, 끝이다. 갑자기 문제점이 발견된다. 갑자기 태도가 문제 된다. 갑자기 팀워크를 해친단다.
“소위 김하진 과장님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이 말 뒤에는 항상 퇴출이 따라온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그것은 바로 너의 존재다.
제5계명. 동료를 팔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조폭은 말한다. "식구는 절대로 팔지 않는다."
회사는 말한다. "개인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하지만 평가 시즌이 되면 이 말은 뒤집어진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대리가 일을 너무 떠밀고 있어요."
"저는 사실 좀 불편했어요. 저는 승진 밀리고, 제가 도와준 사람은 승진하더군요."
"팀을 위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조직은 서로를 팔게 만든 뒤, 겉으로는 도덕을 강요한다.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건 도덕이다. 남의 탓을 안 하는 게 도덕이다. 부당함을 혼자 짊어지는 게 도덕이다.
제6계명. 몸통을 숨기고 꼬리를 자른다.
조폭도 회사도 문제가 터지면 몸통은 늘 사라진다. 전략을 짠 임원은 없다. 결정을 내린 리더는 없다. 바카라임자는 항상 실무자다.
참 이상하다. 결재 서류에는 분명 다 사인들을 했지만, 희한하게도 결론은 항상 같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현장 판단이 미흡했다."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게 끝난다. 꼬리는 자르고 나면 새로운 꼬리를 붙이면 된다. 다음에 잘라버리는 용도다.
당신은 지금 꼬리인가? 그렇다면 길게 빼서 몸통을 칭칭 감고 있어라. 그래야 못 자른다.
제7계명. 언제든지 칼의 주인이 뒤바뀐다.
어제의 충신이 오늘의 적이 된다. 개국공신인가? 회사를 먹여 살리는 에이스인가? 사장이 바뀌면, 방향이 바뀌면, 숫자가 바뀌면, 충성의 가치도 바뀐다.
조폭의 칼은 주인이 바뀐다. 지가 찔러놓고 니가 찔렀다고 하라며 칼을 쥐어준다. 회사의 칼도 주인이 바뀐다. 새로운 주인이 칼을 쥐면 피의 숙청이 시작된다.
회사에서 가장 위험에 처하기 쉬운 사람은 너무 오래 한 편인 사람이다.
제8계명. 공권력과 철저히 결탁한다.
조폭이 경찰과 친하면 '관리 대상'이 된다.
회사가 권력과 친하면 '모범 기업'이 된다.
뒷돈 좀 찔러주면 단속에서 제외된다. 새로운 사업들을 우수수 따낸다. 더 큰돈이 들어온다.
예로부터 공권력과 타협하지 않은 기업은 살아남지 못했다. 공권력과 결탁한 기업은 모두 승승장구해 왔다.
정부 과제 독점하며 언론의 찬사가 이어진다.
겉은 깨끗하지만 안은 늘 더럽고 부실하다.
제9계명. 건실한 사업가, 경제 주체로 포장한다.
조폭도 요즘은 사업가다. 보스는 사장이다. 행동대장은 실장이다. 조직원은 오피서다. 불법 집단이 되지 않기 위해, 법인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사람 자르는 건 '구조조정', 착취는 '효율화', 희생은 '조직 안정'. 단어를 바꾸면 깡패 짓이 정당화된다. 아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고상하게. 우아하게. 품격 있게.
자고로 배운 놈들이 깡패 짓을 하면, 모든 것이 고급지게 포장되는 법이다.
제10 계명. 사람을 패서 길들인다.
조폭은 주먹으로 가르친다. 수틀리면 주먹을 날린다. 팬다. 알아들을 때까지 팬다. 맘에 들 때까지 팬다.
회사는 시스템으로 가르친다. 맘에 안 들면, 규율과 프로세스 안에 사람을 가둔다. 가두고 팬다. 마구 패고 또 팬다.
시스템을 철저히 활용하여 팬다. 패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둔다. 평가 면담, 승진 누락, 업무 배제, 연봉 삭감, 좌천 발령, 징계 해고 등 수단은 다양하다.
피는 안 나지만, 사람은 충분히 길들여진다. 마음이 피폐해진다. 삶이 무너진다. 직접 얻어맞고 몸이 뻗어 죽으나, 번아웃으로 미치광이가 되어 죽으나 다를 바가 없다.
회사는 조폭보다 세련됐을 뿐, 논리는 놀랍도록 비슷하다. 회사가 조폭이라는 말이 아니다. 조폭도 지들은 깡패 아니라고 한다.
근데 어쩜 이리도 똑같을까? 그치?
무엇보다도 이 둘은 충성, 배신, 숙청, 포장이라는 구조가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단 하나.
조폭은 잡히면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지만,
회사는 끝까지 착하고 좋은 조직인 척한다.
그래서 오피서들은 오늘도 회사의 밥그릇 협박과 깡패질에 모르고도 당하고 알고도 당한다.
P.S. 그게 언제까지 통할 거라 생각하는가?
그래도 밥줄 달린 문제인데 무섭지 않냐구?
나는 초맹. 밥그릇을 해탈한 자에게 회사의 싸구려 협박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