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세대 갈등을 해결하지 않는 이유

Part 6. 세대 갈등은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중요 자원

by초맹
"회사는 누구보다 세대 갈등이 필요하니까!"


전편 : 회사에서 땡깡이 늘어가는 이유. 젠지의 역습


회사 안의 세대 갈등은 당연하다. 이는 우연도, 오해도 아니다. 오래됐다. 반복되어 왔다. 그런데 참 이상할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왜일까? 쉽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뜻밖에도 그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는 세대 갈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구?


[특별출연 정마온] "이 싸가지 요즘 것들아!!" 흥! 저 꼰대들!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기는 한다. 줄곧 그래왔다. 그 현상은 의사결정 지연, 협업 저해, 조직 몰입도 저하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문제의 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문제의 해결로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결과 조정을 하는 시늉을 할 뿐 뒷짐을 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대의 갈등은 가장 값싼 통치 방법이자 오피서들을 지배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보통 두 가지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하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구조를 고치는 방법이 있다. 다른 하나는 문제가 된 사람들을 부서 배치나 업무에서 갈라놓는 방법이 있다. 여기서 회사는 후자를 택한다. 그 문제 원인을 상호 갈등으로 지목한다. 갈등은 회사의 바카라임을 철저히 가려준다.


성과의 문제를 요즘 애들 태도로 치부한다. 변화에 저항하는 자들을 꼰대 문화로 전락시킨다. 이직의 증가를 세대 간 성향 차이로 정의한다. 이렇게 회사의 제도는 무죄가 된다. 기존의 기득권이 더욱 공고해진다.


청년들의 궐기! "월급을 인상해달라! 꼰대들을 치워달라!"


"꼰대 문화는 더 이상 안 된다. 청년들이 미래다! 그들에게 맞추자!"

어떤가? 멋있어 보이는가? 회사에 대한 청년들의 신뢰가 올라가는가? 아니다.


다 속았다. 저건 청년들을 챙겨주는 척하며, 세대 갈등을 부추키는 것이다. 그렇다. 회사는 은근히 세대 갈등을 조장한다. 돈이 들지 않는 값싼 통치 방법이다.


임금 인상은 돈이 든다. 제도 개편은 시간이 든다. 리더 교체는 위험하다. 하지만 세대 갈등은 공짜다. 서로 불신하게 만든다. 서로 이해할 필요 없게 만든다. 문제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게 한다.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갈등 속에 눈이 먼 이들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바쁠 뿐, 누구도 회사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뒤에서 이를 조작하고 있다고는 더더욱 생각하기 어렵다.


니들이 중간에서 잘해야 될 꺼 아냐? 요즘 애들 잘 다루는게 리더십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와 억압의 수단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바로 비교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회사는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비교하게 만든다.


"우리 때는 군말 없이 다 했는데, 요즘 애들은 왜 저래?"

"노땅들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밥그릇만 지키고 도네?"


이 비교는 불안을 만든다. 자기 검열을 유도하며 질문을 막는다. 사람들은 회사 대신 서로를 감시한다. 그리고 같은 집단을 싸고돈다. 이렇게 갈라치기가 실현된다.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아무도 회사가 갈라치기를 시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점점 세대 갈등은 고조되고 증폭된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왜일까?

세대 갈등은 오래된 인사 전략이다. 다만 인사나 조직을 다루는 교과서에는 드러내고 표현하지 않는다. 뻔하다. 지들이 봐도 영 아닌 건 아는가 보다. 지지받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HR이 바보 집단이라 이해 안 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부서 편성을 이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고급 스킬이 바로 세대갈등 갈라치기 되겠다. 갈등은 인사관리에서 매우 유용하다.


기본적으로 기성세대는 경험 많고 안정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MZ세대는 젊고 유연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 프레임으로 인해 임금 인상은 미뤄진다. 승진은 선택적으로 이뤄진다. 바카라임은 아래로 내려간다. 누구도 전체 그림을 요구하지 않는다. 여기서 비용을 확 세이브할 수 있다.


비용을 세이브했다면 다음은 물갈이다. 가장 진통이 많은 슬롯적 사형. 사람 찍어내고 짤라내기. 여기서 세대 갈등은 '조용한 퇴출'을 부드럽게 만든다. 사람을 직접 자르기보다 갈등 속에 방치한다. 부서 인원을 그렇게 꾸린다. 소외, 역할 축소, 암묵적 배제. 살생부에 오른 당사자는 죽을 맛이다. 그 결과 당사자는 스스로 떠난다. 회사는 바카라임을 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갈등은 아주 좋은 배경음이 된다. 아무도 회사를 탓하지 않는다. 이미 그 당사자에게 무능과 악인의 이미지를 씌워놨으니까..


HR에 찔러댄다. "꼰대들 좀 짜르고 저희 좀 구해주세요."


갈등을 조장하는 원리는 어렵지 않다. MZ로만 팀을 꾸리면 M과 Z로 나눠져 갈등이 일어난다. 꼰대들로만 팀을 꾸려버리면 어떨까? 꼰대들끼리 능구렁이처럼 일을 떠밀다가 갈등이 생긴다. 그럼 또 누군가 낙오되어 나가게 된다. 이를 잘 관리해 내는 유능한 리더가 나온다면? 그가 한 방법을 기록해 놓고 명이 다할 때까지 살생부에 올린 후, 약점을 잡고 늘어지면 된다. 그리고 다음 리더에게 똑같이 하도록 한다. 이걸 반복해서 계속 물갈이하면? 날리기 쉬워진다. 조직개편 때를 유심히 보라. 이렇게 갈등이 조장되는 영역이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세대 갈등의 해결은 HR의 오랜 숙제다. 이는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HR도 이 문제에 나서지 않는다. 여러 컴플레인이 걸려도 한결같이 서로 이해하라는 말로 돌려보낸다.


구조를 건드리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성역에 있는 자들이 불편해한다. 그래서 적당히 한다. 세대 간 이해 워크샵, 역할을 바꿔 보아요, 소통하는 우리 행복한 초맹, 우리두리 너도나도. 이딴 것들 몇 번 하고 할 일을 했다고 말한다. 아니라고? 그렇게 막말하지 말라고? 회사는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다고? 이제는 웃기지도 않는다.


저 교육과 워크샵들이 다 무엇인가? 사내 구조와 체계를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평가 기준, 권한 구조, 역할과 바카라임. 그 무엇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사람에게만 이해와 행동을 바꾸라고 주입할 뿐이다. 그렇다. 회사는 중재자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HR에 하소연한다. "요즘 것들 어떻게 좀 해줘! 너무 힘들어!"


회사는 아직도 이 방식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 회사는 세대 갈등을 해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세대 갈등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이다. 표면적으로 문화의 영역이며 사람의 문제로 치부할 뿐이다.


(주)초맹에서는 이 문제로 치열한 회의가 벌어진다.

"놀랍게도 세대 갈등을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회사가 이 방법으로 잘 굴러왔기 때문입니다! 세대 갈등은 단기 효율이 높습니다. 불만은 분산되고 저항은 조직화되지 못합니다. 모든 문제는 개인에게 귀결되죠. 선한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려 해도, 제 아무리 좋은 말로 소통해도, 개인이 노력해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갈등은 반복됩니다."


"이봐 선과장. 인건비 줄이다 안되니까, 궤변 늘어놓는 건가? 갈등은 경쟁을 심화시키고 혁신을 빚어내는 법이라네!"

"그래요. 선과장님. 이 점은 저도 고전무님 의견에 동의해요. 갈등이 항상 나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우쭐하는 고전무. 뜻밖의 제니 부사장 발언에 놀라는 현자와 선과장의 안색이 서로 교차된다. 이에 현자가 참지 못한다.

"부사장님. 동의하신다니요? 지금 사내 갈등 수준은 조직도만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회사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더 멀리 항해하려면.."



사내 세대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제니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며 막아서는 현자의 말을 자른다.

"현실장님. 끝까지 들어봐 주세요? 갈등은 순기능 역기능이 모두 있죠. 근데 그건 업무적 갈등일 때구요. 저는 거기 찬성하는 거구요. 세대 갈등은 그런 차원이 아니라고 봅니다. 회사가 이를 못 본 척하는 건 그들에게 총질을 하는거나 다름없죠. 어려운 문제입니다. HR에서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부서의 구성을 바꿔야 합니다. 여러 세대들이 겹칠 수 있도록 하고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면 됩니다. 직급별로 평가에 대한 보상 방식과 체계도 많이 손 보고 싶습니다. 현재 어느 정도 초안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현자가 선과장에 이어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분명 여러 저항에 부딪치기도 할 거고, 직원들의 오해를 받기도 할 겁니다. 시간도 걸리는 일이겠죠.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지금 초안도 많은 수정을 기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선과장님. 이 어려운 걸 왜 하고 싶나요? 대표님을 설득하기도 쉬워 보이지는 않고, 자칫 HR이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어요. 아무리 좋은 방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유토피아가 될 수는 없을 거예요."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세대 간의 갈등이 점차 줄어든다면, 회사가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저는 해보고 싶습니다. 적어도 직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저는 오명이던 진흙탕이던 뒤집어쓸 수 있습니다. 그게 HR이 하는 일입니다."


잠시의 정적이 이어진다. 고전무의 불안한 예감이 맞았을까, 제니는 이내 결단한 듯 화답한다.

"좋습니다. 되던 안 되던 같이 해 봐요 우리. 하다가 망해도 직원들이 우리 진정성은 알아주지 않겠어요?"

"흐음.. 아마 부사장님께서 대표님을 설득하기가 꽤 어려우실 겁니다."

"어려우니까 선과장님이 저 시키는 거 아니겠어요? 안 그런가요?"

"하면서 시킬 거 있으면 더 시켜도 되나요? 하하"

"그럼요. 물론이죠. 아무 때나 시켜주세요. 그게 제 일이라서요."


세대 간 협업. 나이만 빼 버리면 누구나 함께 말할 수 있다.


"모든 세대는 그 쓸모와 제 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서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6개월의 준비를 마치고 (주)초맹의 조직개편이 단행되었다. 세대 간 포지션 간 역할 간 비교적 골고루 섞여 들어갔다. 역할에 적합한 평가 기준이 새로 세팅되었다. 급여 격차를 고려한 보상안이 발의되었다.


제도와 취지의 설명조차도 쉽지만은 않다. 생각 못한 여러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만은 터져 나온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세대 간 갈라치기보다 이해가 늘어나고 있다.


조금씩 갈등을 뒤로하고 모든 세대가 그들의 쓸모를 찾아 나아가고 있다.


자리를 찾아간 이들의 모습. 중요한 건 균형이다.


누군가는 기대감을 안고 나아가고, 누군가는 불안감을 안고 바라본다.


어쩌면 세대 융합은 실패할지도 모른다. 실패하면 조롱거리가 될까? 아니다. 훗날 누군가는 이를 보완하며 계속 나아갈 것이다. 마치 지금의 이들처럼 말이다.


오피스 게임은 그렇게 패치되어 가는 중이다.


P.S. 사내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싶을 때 읽기 좋은 바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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