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영포티. 그 이중적 민낯과 조용한 퇴사
믿음, 사랑, 소망 그중 으뜸은 실망
전편 : 침묵으로 회사를 떠받친 세대. 우리들만의 엑스
밀레니얼 M 세대는 회사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본 세대다. MZ로 모두 묶기에는 그 간극이 크다.
IMF와 세계금융위기가 이어지며 취업전선에 제대로 헬게이트를 얻어맞았다. 이들은 슬롯에 나오기 전 본격적인 스펙 무장을 해 왔다. 오피스 게임이 또 한 번 패치되며 스펙이 상향평준화 된다. 88만 원 세대. 좁아진 슬롯의 문턱. 이때부터 경쟁률 버프가 일어나며 어딜 가나 100:1 세 자릿수는 기본이 된다.
이제 고졸 따윈 없다. 초대졸은 패배자다. 개나 소나 말이나 닭이나 오리나 너구리나 칠면조, 오랑우탄, 야생원숭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티라노 사우르스까지도 대! 졸! 이다. 옵션이던 외국어 능력이 필수가 되어 버린다. 학점 3.0 이상은 합격 조건이 아니라 지원 자격이다. 캠퍼스의 낭만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밀레니얼들은 세기의 달력을 넘기며 앞선 세대를 모두 올드보이로 치부했다. 이들에게 반항기는 없었다. 착실하게 어른들의 말을 따랐다. 공무원 광풍이다! 교사는 최고의 직업이다! 대기업은 돈벼락이다! 어른들은 가르쳤다. 저 중 하나는 되어야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그 말을 믿고 치열하게 준비했다. 말 같지도 않은 압박 면접, 장기자랑 면접, 춤과 노래, 심지어 차력쇼까지.. 모두 밀레니얼 대에 성행했다. 특히 여학생들의 아이돌 못지않은 개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남학생들의 압박 면접을 이겨내는 논리와 샌스는 대단했다. 어른들은 면접장에서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고 웃으며 즐겼다.
어렵사리 세 자릿수 경쟁을 뚫고 들어온 회사는 어른들의 얘기와는 달랐다. 기성세대들의 꼰대질과 X들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밀레니얼들은 떠밀려 온 쓰나미 풍파를 온몸으로 맞았다.
회사가 말하는 성장, 공정, 기회의 언어를 완전히 불신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열심히 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말, 성과를 내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 아직은 통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시간이 가며 의문을 품게 된다. 조용히 질문했고, 조용히 실망했다. 그리고 조용히 떠나갔다.
오피스 게임사에서 밀레니얼들은 몇 가지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대이직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조용한 퇴사라는 유산을 남겼다.
회사에 남은 밀레니얼들은 기득권과 결탁해 영포티가 되어 갔다. 회사에 갈아 넣었던 보상심리를 소비로 풀었다. 소비는 늘 달콤했다. 그래서 회사의 끈을 놓지 못한다. 아래서 볼 때는 회사 안에서도 그리고 슬롯적 지위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더욱 재수 없는 영포티. 과시하는 거야 뭐야? 왜 이랬다 저랬다야? 대체 어느 편이야? 그들은 왜 영포티가 되었을까?
"난 꼰대가 아니야! 뭐든 말해 봐! 다 들어줄게!"
들어주는 척하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후배들을 가스라이팅 했다. 기성세대들과 젠지 사이에 끼여 생존하려는 방식은, 바로 답정너와 젊어 보이기였다.
빠르게 X세대들과 선을 그었다. 그들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최신 개그와 유행어들을 섭렵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억지로 아무 말이나 줄여 썼다. 그게 중간자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회사를 믿어보기로 한 이들은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회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그 결과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이중잣대가 되어 버렸다. 회사의 입장도 수긍해야 하고, 아래 세대들도 이끌며 스트레스가 어마무시했으니..
노력과 보상의 불일치에 질문을 던졌던 마지막 세대
밀레니얼은 질문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남기는지, 이 회사에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이 질문들은 반항이 아니었다. 회사에 대한 마지막 신뢰의 표현이었다.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싶었다. 그러나 회사는 질문을 불편해했다. 더 정확히는 윗 세대들이 불편해했다.
"저.. 근데 지금 사업방향이 당초 기획과는 좀 다른 거 같습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요즘 것들은 왜라는 질문을 왜 하는 거야? 까라면 그냥 까는 거지! 안 그래 김팀장? 아까 장 과장 개기는 거 봤지? 니가 중간에서 똑바로 안 하니까, 쟤네 다 개판 치는 거 아냐!"
질문은 문제 제기가 되었고, 문제 제기는 태도 문제로 치부되었다.
밀레니얼은 실제로 윗세대들에게 이용당해 가며 열심히 일했다. 야근했고, 바카라임졌고, 많은 성과도 냈다. 그리고 어느덧 든든한 오피스의 허리가 되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노력과 보상은 서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은 애초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리는 없었다. 승진은 지연되었다. 보상은 설명되지 않았다. 그동안 윗선에 오래 머물던 세대들은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부족한 건가? 1년만 더 태워봐야 하나?"
사실 부족했던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윗세대들이 기득권을 쥔 구조 그 자체였다.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것들을 하나씩 세세하게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회사를 바꾸려다 체념한 세대
밀레니얼은 쉽게 떠나지 않았다. 내부에서 바꾸려 했다.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해보려 했다.
회의 때 계속해서 말했다. 개선하고자 하는 제안을 던졌다. 문제를 솔루션으로 만들고자 뛰어다녔다. 그러나 회사는 바뀌지 않았다. 의견은 수렴되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참여는 기록으로만 남아 어디 구석에 아무도 보지 않는 회의록이란 이름으로 처박혔다.
결국 밀레니얼은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되었다. 남아서 체념하거나 떠나기 위해 준비하거나. 그들은 조용한 결말을 준비했다.
조용한 좌절, 느린 이탈
밀레니얼의 이탈은 젠지들과는 달랐다. 이들은 오래 고민했다. 많이 참았다. 일말을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서서히.. 마음을 접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직 회사에 남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뇌 빼고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유체이탈 한 이들도 많이 보인다.
그렇다. 이미 정서적으로 떠난 것이다. 이른바 ‘조용한 퇴사’는 밀레니얼의 언어이자 산유물이다.
"이거 제 일 아닌데요?"
"저는 이 업무 잘 모르는데요?"
그들은 회피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될 거면 워라밸이라도 챙기자는 문화가 팽배해졌다.
이직하는 이들은 스스럼없이 침을 뱉어댄다.
"너네도 이직해! 대퇴사, 대이직의 시대잖아!"
각자도생 아사리판의 서막을 열어제꼈다.
기득권들과 선을 긋고 회사를 바꿔보려 했던 밀레니얼. 회사는 이들을 끊임없이 경쟁의 판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많은 재미를 봤다. 그러나 보상은 주어지지 않았다.
이들은 워라밸을 찾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잃어버린 기대감을 라이프에서 찾기 위함이었다. 회사에서 받지 못한 보상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였다.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이 된 이들이 처음으로 팀장, 리더 보직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갈리고서도 제대로 된 보상이 없으면 하지 않겠다는 밀레니얼들의 의지이자 소심한 반항이었다. 기성세대를 노리고 희망퇴직을 시행하면 밀레니얼들이 훨씬 많이 달려드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다.
경제적 자유, 부의 파이프라인. 모두 밀레니얼이 회사와 선 긋기를 하며 이루고자 하는 하나의 여정으로 당연스럽게 자리매김하였다.
밀레니얼은 회사를 고쳐 쓰려던 마지막 세대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회사가 더 이상 고쳐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은 회사에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끝내 답을 받지 못했다.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서서히 떠나가고 있다.
같은 세대의 후배들 영써티도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난 저 꼴 되기 전에 먼저 떠야지."
오피스의 허리가 박살 나는 동안, 어른들은 밀레니얼을 향해 한마디 날리고 있다.
"괜찮아! 어차피 일할 애들은 널렸어!"
대이직과 대퇴사의 시대.
밀레니얼은 오피스의 유목민이 되어버렸다.
하여 영포티들아.
이직하던 퇴사하던, 젊은 척 아닌 척 초심 잃은 이중잣대는 이제 그만들 해라. 그게 더 개꼰대 같아.
몰 맞다고 끄덕거리니?
영써티 너네도 똑같아!
이 각자도생 철새들아!
P.S. 회사를 떠나 경제적 자유를 찾고 싶을 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