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아주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65년 전에 나왔던 프랑스 소설이 최근 소설베스트셀러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대표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인데요.
제목 뒤에는 물음표가 아닌 말줄임표가 붙어있어요.
왠지 무언가 아련하면서도 망설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파리의 어느 아파트에서 시작됩니다. 서른아홉 살의 매력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폴', 그녀는 오늘 밤도 혼자입니다.
6년째 만나고 있는 연인 '로제'가 있지만 그는 마음 내킬 때만 폴을 찾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특별히 외로운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혼자서 보내는 밤이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을 뿐이었죠.
로제는 폴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구속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젊은 여자와 눈이 맞으면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폴은 다 알면서도 로제를 떠나지 못합니다. 매일 밤 로제의 전화를 기다리며 폴은 그렇게 홀로 시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스물다섯 살의 파릇하고 열정적인 청년 '시몽'이 나타납니다.
시몽은 폴을 본 순간 불같은 사랑에 빠졌고 며칠 후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몽이 보낸 것은 브람스의 연주회 초대장이었습니다.
폴은 창가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내가 브람스를 좋아했었나?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가 아직 남아있기는 한 걸까?
제멋대로인 로제와 달리 시몽은 폴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며 맹목적으로 그녀에게 직진을 합니다.
폴은 거침없는 연하남의 대시 앞에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어떤 감정이 돌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안함을 느꼈습니다.
14살이나 어린 젊은 남자에게 받는 사랑. 서른아홉에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건 달콤한 만큼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로제는, 아마도, 가끔은 그녀를 필요로 하리라…….
하지만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잠들고 깨는 데 필요하다거나 열정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만 필요로 할 뿐임을 그녀는 때때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가슴 아프게 고독을 되씹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어린애가 아냐, 폴. 내게는 당신을 이해할 능력도, 당신을 도울 능력도 있어. 알다시피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어서 무척 행복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 이상이야. 난 당신도 나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지금 당신은 행복해지기에는 지나치게 로제에게 집착하고 있어. 당신은 우리의 사랑을 우연한 것이 아니라 확실한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해.
내가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왜 하필 브람스였을까요?
실제로 작곡가 브람스는 14살 연상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았다고 해요.
스승의 아내였던 그녀를 사랑했지만 끝내 선을 넘지 않았고 클라라가 세상을 떠나자 1년 뒤 건강이 악화되어 뒤를 따르듯 죽었습니다.
시몽은 브람스에 자신을 투영해서 질문을 던졌던 것이죠. 단순히 음악 취향을 묻는 게 아니라 나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지, 조심스러운 고백이었던 게 아닐까요?
사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브람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 이 질문은 처음부터 '아니요'를 각오하고 던지는 질문이었던 셈이죠.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 두죠. -프랑수아즈 사강-
이 바카라을 쓴 프랑수아즈 사강은 만 19세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인물입니다.
평생을 자유분방하고 냉소적인 삶을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고독을 포착해 내는 데는 정말 탁월한 천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의 삶은 소설만큼이나 소용돌이 같았는데요.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알코올, 마약, 도박..
마약 혐의로 기소가 됐을 때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끝내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궁핍한 말년을 보낸 그녀는 2004년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사강이 스물넷에 쓴 소설인데요. 스물넷의 작가가 서른아홉의 여성의 내면을 이토록 섬세하게 들여다봤다는 것 자체가 왜 천재라고 불렸는지를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당신이 다시는 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사강은 이 소설을 통해 삼각관계의 로맨스를 말하지 않습니다.
익숙함이 가진 무서운 관성. 그리고 그 관성 앞에 무력해지는 한 여자의 심리를 아주 정교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너무 오랫동안 사랑하다 보면 그 사랑이 주는 고통이나 외로움마저도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새로운 행복이 찾아와도 그것이 낯설고 두렵다는 이유로 다시 익숙한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 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읽는 동안 고구마를 몇 개 먹은 듯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사실 우리 삶에도 익숙함에 속아 불행을 감내하는 순간들이 존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폴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세 사람의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바카라 읽는 제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독하게 길들여진 불행 중독
-제이의 한마디-
오늘도 한 권의 소설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바카라은 혼자 읽을 때보다 함께 이야기할 때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이 작품을 어떻게 느끼셨나요?
짧은 감상이나 마음에 남는 장면도 좋습니다. 댓글로 편하게 이야기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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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글이 올라올 때 바로 알려드릴게요♡
-바카라 읽는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