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마음을 확인할수록 불안해지는 이유

마음을 확인하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

by오로보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지,
나와 같은 마음인지.


처음에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먼저 연락이 오면 설레고,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하루가 즐거워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연락이 늦어지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평소보다 말투가 짧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물어본다.

“나 좋아하는 거 맞지?”

상대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는다.


며칠 뒤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다시 불안해진다.


분명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우리는 자꾸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질까.


어쩌면 마음을 확인하는 것과 믿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확인할수록 더 궁금해지는 마음

우리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확인하려고 한다.


약속 시간이 헷갈리면 다시 물어보고,
길을 모르면 지도를 찾아본다.


확인하면 답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오늘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내일도 같은 마음일지는 알 수 없다.

어제 다정했다고 오늘도 다정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마음을 확인하는 일에는 끝이 없다.


한 번 확인하면 잠시 편해지지만,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다시 궁금해진다.


상대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만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는 잘 모르면서,

나에게 보내는 마음의 크기만 계속 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은 좀처럼 편해지지 않는다.

확인은 불안을 잠시 줄여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믿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믿음은 모르는 것을 견디는 마음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누군가를 완전히 알 수 없다.


오래 만난 연인도,
가장 친한 친구도,
심지어 가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가까워도 내가 모르는 모습은 남아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마음이 놓인다.


연락이 조금 늦어져도 크게 불안하지 않고,
생각이 달라도 관계가 끝날 것 같지 않다.


그 사람이 절대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그동안 함께하면서 보아온 모습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약속을 지키는 모습.

내가 힘들 때 이야기를 들어주던 모습.

서로 생각이 달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던 모습.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다시 노력하던 모습.

그런 장면들이 하나씩 쌓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직 모르는 것이 있어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된다.

나는 그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은 모든 것을 알아서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남아 있어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감정이다.


믿으려면 무엇을 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믿음은 어떻게 생길까.

나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열어 보이고, 그 다음 지켜보는 것이다.


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작은 부탁을 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을 때 서로 어떻게 대화하는지.


내 마음을 조금 보여줘야 그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알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작은 마음 하나를 보여주고,
그 반응을 지켜보면 된다.

괜찮다면 조금 더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지켜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도 조금씩 분명해진다.

상대가 하는 말인지,
반복해서 보여준 행동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믿고 싶은 모습인지.


중요한 것은 무조건 믿어주는 것도, 끝없이 의심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보고도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가.


그것이 믿음에 더 가까운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서 자꾸 확인하고 싶어진다면, 한 번쯤 질문을 바꿔봐도 좋겠다.

이 사람은 나를 얼마나 좋아할까.

그 질문도 중요하지만,

나는 이 사람의 어떤 모습을 보고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좋아한다는 대답을 한 번 더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대답이 없어도 편안할 수 있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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