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관계를 고치려고 할까

관계에서 아픈 곳과 다친 곳은 다를 수 있다

by오로보이

연애가 힘들어지면 우리는 보통
가장 눈에 띄는 문제부터 고치려고 한다.


요즘 대화가 재미없다면,

‘우리 대화가 왜 이렇게 재미없어졌지?’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다면,

‘마음이 식은 건가?’


답장이 늦어질 때마다 불안하다면,

‘나는 왜 이 사람을 못 믿지?’


관계를 계속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면,

‘왜 나는 이렇게 결정을 못 하지?’


당연한 일이다.

아픈 곳이 가장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도 꼭 아픈 곳이 다친 곳은 아니다.

허리에 문제가 생겼는데 다리가 저릴 수도 있다.


그럴 때 아무리 다리를 주물러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아픈 곳은 다리지만,
다친 곳은 허리이기 때문이다.


관계도 그렇다.


설레지 않는 게 정말 설렘의 문제일까

한동안 소개팅을 계속하던 사람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괜찮았다.

직업도 괜찮고,
성격도 나쁘지 않고,
외모도 자신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화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신의 대화 방식을 고민했다.

‘내가 말을 재미없게 하나?’

‘소개팅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사람을 설명할 때마다 비슷한 말을 했다.

“좋은 사람이에요.”

“바른 사람이에요.”

“조건도 괜찮아요.”


그런데 한 가지 말이 없었다.

“궁금해요.”

그 사람을 더 알고 싶다거나,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거나,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없었다.


사람을 만나고 있었지만
어느새 사람을 느끼기보다 평가만하고 있었다.


우리는 관계의 증상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전 연애가 있었다.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헤어진 뒤에는 그 관계를 오래 돌아봤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제 잘못이 60~70%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결론을 너무 오래 가지고 있으면
다음 관계에서는 조금 다른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돼.’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궁금해하기 전에 확인하기 시작한다.


좋은 사람인가.

나와 잘 맞는가.

문제는 없는가.

연애해도 괜찮은 사람인가.


마음이 움직이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관계를 먼저 검사한다.


그러니 설레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문제는 설렘이 없는 것이지만,

정작 마음을 막고 있는 것은
지난 관계에서 가져온 두려움일 수도 있다.


이럴 때 억지로 설레려고 노력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데이트를 하고,

대화를 더 잘하려고 하고,

새로운 사람을 더 많이 만나도

마음은 계속 비슷한 곳에서 멈춘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을 본다

그래서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나는 조금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문제지?

보다,

무엇이 자꾸 마음에 걸리지?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불편한 것이 있다.


별일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생각나는 말이 있다.


이미 끝난 일인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떠오르는 경험이 있다.


그런 것들이 있다면
조금 오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픈 곳은 눈에 잘 보이지만,

다친 곳은 마음에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계가 힘들 때
당장 보이는 문제만 고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기도 한다.


설레지 않는다고 억지로 설레려고 하면 조급해지고,

믿기 어렵다고 억지로 믿으려고 하면 더 의심하게 된다.

결정을 못 한다고 빨리 답을 내리려 하면
나중에는 그 결정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어쩌면 지금 고쳐야 하는 것은
가장 시끄럽게 아픈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아픔을 계속 만들고 있는 곳일 수도 있다.


그러니 관계에서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한번 이렇게 물어봐도 좋겠다.


지금 내가 아픈 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조금 더 중요한 질문.

정말 다친 곳도 거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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