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달라졌는데 관계는 이상하게 닮아 있다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
분명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어느 순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사람은 진짜 다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다.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도, 성격도, 직업도 모두 달랐다.
그런데 관계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면 이상하게 비슷한 장면들이 있다.
처음에는 무심한 사람에게 끌리고,
가까워지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혹은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다가도
너무 가까워지면 갑자기 답답해진다.
사람은 계속 바뀌었는데,
관계의 모양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흔히 이것을 ‘취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취향일까.
아니면,
내가 익숙한 관계를 계속 고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험이 쌓이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한다.
나도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어떤 사람과 있을 때 편안한지,
어떤 행동에서 마음이 식는지,
어떤 관계가 나와 맞지 않는지도 알게 된다.
문제는 경험이 좋은 것만 가르쳐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좋아했던 사람이 나에게 무심했다면
이상하게 무심한 사람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많이 줬다가 크게 다쳤다면
다음에는 마음이 움직여도 먼저 거리를 둘 수 있다.
반대로 상대의 마음을 계속 확인해야 했던 관계에 익숙하다면
편안한 사람을 만났을 때 오히려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나는 지난 관계들을 가지고 들어간다.
그래서 경험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더 잘 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사람을 예전 방식으로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많이 겪는 것과 경험이 많은 것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관계를 여러 번 겪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다음 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리하지 않은 일은 반복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몇 명을 만났는지가 아니라,
그 관계들을 지나오면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다.
나는 언제 마음이 움직였는지.
언제 불안해졌는지.
상대가 가까워졌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관계가 힘들어지면 붙잡았는지, 도망쳤는지, 모른 척했는지.
그 장면들을 나란히 놓아보면
사람이 아니라 내가 반복하고 있는 것이 조금씩 보인다.
그래서 나는 경험을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나간 일을 정리하고, 다음에 다르게 써볼 수 있게 된 것이 경험이다.
그렇다면 다음 관계를 바꾸기 위해 꼭 새로운 사람부터 찾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지나간 관계를 한번 다시 바라봐도 좋다.
사람은 달랐지만
내가 좋아했던 순간은 비슷하지 않았는지.
불안해졌던 순간은 어땠는지.
그리고 관계가 끝날 때
나는 늘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 먼저 물어봐도 좋겠다.
나는 지난 관계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그리고,
무엇을 아직 반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