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 흐르는 마음

밍로 부부는 산을 옮기는 방법을 정말 몰랐을까?

by수키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데, 대학에 들어가서 제대로 배우는 게 좋을까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 여러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굳이 학교를 왜 들어가느냐고, 학교에 간다고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없다고, 지금처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조언을 뒤로하고 학교에 갔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고민이 생기면 곧잘 주변에 묻곤 했다. 그럴 때면 친구들은 결국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면서 왜 물어보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답답할 때면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편을 택했다. 무언가 시작하는 데 앞서 두려움이 생길 때면 나와는 다른 경험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또 다른 눈이 되어주었다.


최근의 가장 큰 고민은 동화 창작 모임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였다. 학교에서 방학이 되면 온라인창작교실이 시작된다. 실질적으로 동화 쓰는 것을 목표로 교수를 포함해 열 명 내외의 학우들과 함께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합평을 한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꼭 한 번은 다른 장르의 글을 써보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첫 강의도 문학의 기초부터 에세이, 동화, 소설, 시까지 다양하게 수강했다. 강의를 들으며 어떤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동화를 선택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평소에 가장 많이 접하는 장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동네에서 하는 글쓰기 합평 모임에서 문학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내 선택이 너무 가벼웠던 건 아닌지 후회했다. 굳이 동화를 써야 할까, 굳이 작가가 되어야 할까, 굳이 공모전에 내야 할까. 고민에 고민이 이어지고, 그 밀도가 한계치를 넘어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또다시 고민을 털어놓았다.


— 글을 쓰다가 가장 어려운 게, ‘재미’ 있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새로운 장르를 써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동화’에 도전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에세이에서 쓰던 문체가 그대로 옮겨지는 것 같아요. 이럴 경우 지금까지 계속 써오던 에세이에서 우선 재미를 익히는 게 좋을지,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 수키 님이 ‘재미’가 있는 글을 쓰지 못한다면, 반대로 감성적이거나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잘 쓰실 가능성이 커요.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내가 가진 것들을 좀 더 강점으로 만들어 보기를 권해요. 혹여 지나치게 내 글이 감정적이거나 감정 과잉 느껴진다면 오히려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를 연습해서 단정한 에세이로 발전시킬 수 있을 거예요. 글쓰기는 하나일 필요는 없어요. 다양한 글쓰기를 동시에 밀고 나가도 괜찮아요. 그럴 때, 오히려 나에게 맞는 장르와 문체, 그리고 내가 즐거운 글쓰기를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재미에 대한 집착은 넣어 두고요. 오히려 내가 가진 장점이나 강점은 무엇인지에 집중해 보세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가다듬어 보세요. 언젠가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만의 목소리가 될 거랍니다. 계속해요. 마음을 보내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격려 덕에 얼어 있던 내 마음도 녹아 흐르기 시작했다.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고민이 말끔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내 고민에 귀를 기울여 주는 다정함 덕분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다시 부풀어 오른다. 어쩌면 이미 내 안에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금방 마음이 바뀌는 것을 보면. 재미없는 글밖에 쓸 수 없는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말아야겠다. 어쩌겠나, 타고나기를 이렇게 타고난 것을. 하루하루 쓰다 보면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일상을 버텨 내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게 다시 일상을 지내보려 애쓴다. 아침에 아이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면서 바카라 관련 팟캐스트를 듣는다. 아이가 등교하고 난 후에는 소파에 앉아 짧은 독서를 하고 서재로 향한다. 휴식을 취할 때면 공모전 정보를 보다가 몇 개는 캡처해서 따로 저장해 둔다. 그러다 또다시 재미없는 글을 쓰고, 문득 재미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빠진다.




+ 이야기 나눈 그림바카라

밍로는 어떻게 산을 옮겼을까? (원제 : Ming Lo Moves the Mountain, 1982년)

아놀드 로벨 지음, 김영진 옮김, 길벗어린이(2014)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