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되어 주겠습니까?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by수키

남편이 아이와 단둘이 야구장에 가던 날, 나에게 금요일인데 뭐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기말고사 기간이니 공부할 거라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친구도 없냐고 농담을 했고, 나는 없다고 말했다. 명백한 사실이어서 크게 상처받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친구라는 존재가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걸 오랫동안 느껴 왔다. 가끔 궁금하긴 하다.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그러나 내가 그 이유를 궁금해할 자격이 있나 싶다. 애초에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할 마음이 있긴 한 건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처럼 시간이 날 때면 혼자 있는 걸 상상하면서 설레곤 하니까.


육아를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에게 밥 먹는 것, 씻는 것, 옷 입는 것 등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가르치면서 유일하게 가르치지 않은 게 있다면 친구 사귀는 법이었다. 처음부터 그런 마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외동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당연히 친구라도 있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친구도 못 사귀면서 아이에게 친구 사귀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봐도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딱히 없다. 그저 같이 놀면 노는 거고, 안 놀면 안 노는 거고.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고향에서 지내다가 20대 초반에 상경했다. 학원을 다니고, 온라인 게임에 다니고, 유학을 하는 동안 여러 번 사는 곳이 바뀌었던 탓에 관계가 이어지기보다는 끊어지는 게 더 자연스러운 삶이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관계를 유지해 오는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냈던 두 명의 친구다. 그 친구들과도 일 년에 한 번은 얼굴을 보자고 약속을 해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만나는 것 외에는 대면할 일이 없다. 그런 나에 대해 쟤는 원래 그렇잖아, 애가 원체 말이 없어, SNS라도 해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이해하고 넘어가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늘 울리던 단톡방의 알림이 뜸해지다가 그대로 조용해진 적이 있었다. 그러다 몇 년 후에 나를 뺀 다른 단톡방을 만들고 꾸준히 연락을 이어 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 남아 있던 아쉬움조차도 미련 없이 버려 버렸다. 가끔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혼자 있을 시간을 만들어 줄 때면 친구와 만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연락한다고 나올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게 뻔하다는 것을 알기에 시도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낫다는 걸 살아오면서 스스로 체득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관계에 얽매이는 것보다 외로움을 택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남편과 이사를 고민하던 때에도 남편은 아이의 친구 관계가 끊어지는 것을 가장 먼저 걱정했다. 나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우리 이사 갈까?”라고 물었고 아이는 단번에 어디로 갈 거냐며 관심을 보였다. 그렇게 아이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부동산 앱을 함께 보며 어느 아파트가 좋을지 검색했다. 그 모습에 남편은 아이에게 친구들과 헤어지는데 괜찮냐고 물었고, 아이는 이사 가서 새로 사귀면 된다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날 밤, 남편은 아이의 그런 모습이 의외라고 했다. 당연히 이사 가기 싫다고 할 줄 알았단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져도 더 놀고 싶다고 다른 친구들처럼 떼를 쓰거나 운 적이 한 번도 없는 아이였다. 사는 곳이 바뀌고 학년이 바뀌면 늘 친구가 달라진다는 것을 나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나는 친구가 없어서 어디를 가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반면, 아이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새 학기가 되면 자기소개에 장점으로 모두와 금방 친구가 된다는 점을 꼽을 정도다. 그러나 친구는 사귀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아이는 아직 모른다. 씁쓸한 슬롯의 맛을 미리 알려주기보단 스스로 알아가는 게 낫다. 그래야 아이도 자기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친구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깝게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온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 의미라면 내 곁에는 친구가 없는 게 맞다. 그러나 좋은 사람들이 많다. 함께 바카라을 읽는 사람들, 글을 쓰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그림바카라을 통해 다양하게 생각을 넓혀가는 사람들, 사사로운 걱정을 내 편에서 함께 고민해 주는 사람들까지. 혼자 밥은 먹을 수 있지만, 혼자 바카라을 읽는 건 재미없다. 혼자 여행은 갈 수 있지만, 혼자 고민을 해결할 수는 없다. 혼자 글을 쓸 수 있지만,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읽어 주는 게 좋다.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고, 그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나 다름없다. 금요일 밤을 혼자 보내는 것쯤이야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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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셀 지음, 글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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