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곁이라는 선물
하늘문이 열리면
목욕물이 쏟아져
걷지 못하는 존재들이
간지럼 타며 말끔하게 몸을 씻는다
걸을 수 있는 형체는
몸을 사리게 되고
두발 달린 사람은
색색이 우산
층층이 우산
레고 닮은 우산을
각자의 취향에 맞춘다
사달이 났다
가벼운 5단 우산 하나 못 접어
수업 도중 선생님이 나오셨고
레고 퍼즐처럼 복잡한 살들은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해
접히지 않는 아이는
늘봄 교실 임자 잃은 우산으로
대체해 줬다
수업은 시작됐는데
쉽사리 걸음이 떼어지지 않은 체
절절매고 있지 않은가
붉은 사과빛 배도 잘 영글었던데
세상은 간편을 쫓고
원터치 방식으로 우산이
접혔으면 좋겠다
키가 불쑥 자라서 온 아이들은
2단 우산 접기도 사실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