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곁이라는 선물
한 걸음
생각을 집어 들고
두 걸음 반
앞서야겠다는 경보
세 걸음
촉수가 발아되고
달음질로 생각이 뒤처진다
* 생뚱맞지만 아이들이 꾸며놓은 게시판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됐어요. 아이들의 손길과 발길 머문 곳을 보고 깨달음은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기도 했네요.
방학 때도 학교에 나온 아이들은 학습 시간에는 아주 조용합니다. 수업을 마치는 순간부터는 줄 서서 정문까지 같이 나가야 하는데도 정신없이 뜁니다. 저는 안전하게 학교를 벗어나는지 하교 지도를 하면서 인사를 나눠야 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들은 발 빠르고 잽싼 몸놀림으로 뛰어서 쫓아가지 못하게 되죠.
한 걸음을 뗄 땐 생각이 생기고 두 걸음 반으로 걸음이 빨라지면 조급함만 앞서게 되고 세 걸음이면 뛰기 시작하게 되는데 생각도 나지 않게 되죠. 그저 빨리 가야만 할 때 생각의 여백이 흐려지고 생각이 속도에 밀리게 되죠. 더운 여름에 빠른 걸음은 집중력도 흐려지는 것을 비유했습니다.
무지 더울 때 지각을 모면하기 위해 두 번을 뛰어본 적이 있습니다. 볼은 빨갛게 익고 수업이 집중되지 않았어요. 친구는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때 생전 모습을 보려고 엔간히 속도 높여 뛰어왔는데 본인 숨 고르기 바빠서 엄마와 숨 쉬는 속도를 맞춰보지 못했다고 해요.
뛰는 데는 반드시 사유가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일지라도 급하게 서두르게 되는데 바라본 이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잃은 것처럼 숙고와 망설임이 빠져 있는 상태로 그것이 정말 맞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찌는 더위 밝은 인사로 경쾌한 일상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