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자연스레 찾아 듣는 노래가 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을의 계절감과 특유의 선율이 좋아 가만히 듣고 있는데, 20대 딸아이가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엄마, 왜 그렇게 슬픈 노래만 들어?"
뜻밖의 질문이었다. 나에게는 가을날의 감성에 젖어 마음을 다스리는 따뜻한 곡이었는데, 딸아이의 귀에는 그 음률이 어딘가 쓸쓸하고 슬프게 들렸던 모양이다. 같은 노래를 듣고도 지나온 삶의 궤적과 나이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의 결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어 잔잔한 여운이 남았다.
딸아이의 말을 계기로 문득 '유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흔히 '유산'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물질적인 돈이나 부동산이다.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물려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본능이자 바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이 된 자녀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삶을 지탱하는 진짜 힘은 물질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돌아보면 부모님께서 나에게 물려주신 가장 큰 자산은 돈이 아니었다. 어떤 위기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아버지의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던 어머니의 끈질김과 성실함이었다. 그 고단했던 삶의 궤적과 정신적 유산이야말로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시련을 견뎌낼 수 있었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었다.
물론 부모님 세대로부터 충분히 받지 못했던 물질적인 아쉬움을 내 자녀에게는 남겨주고 싶지 않은 마음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물질적 기반에 더해, 내가 살아내며 증명해 낸 삶의 태도를 함께 물려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법,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채워나가는 무게감,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삶을 지켜내는 끈기. 이 철학을 자식들의 마음에 뿌리내려 주는 것이야말로 부모로서 남길 수 있는 가장 진정한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10월의 어느 멋진 날,
딸아이의 한마디는 나로 하여금 부모로서 가야 할 길과 남겨야 할 가치에 대해 다시금 깊이 되새기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