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배회하던 그녀

늘 같은 장소에 나타나던 그녀가 궁금하다

by현월안




동네 근처를 배회하던 노숙인 여인이 몇 달 사이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시 동네 공원 나타났다. 봄이 여름으로 가는 따사로운 오후였다. 사람들의 옷차림은 이미 가벼워졌고, 동네 오목 공원에는 초록이 깊어가고 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겨울을 입고 있었다. 두툼한 패딩 점퍼는 그대로 그녀의 지난 시간을 붙잡고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공원 벤치에 앉아 햇살을 고요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어쩌면 모든 일을 다 겪은 듯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그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도시의 바쁜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그녀는 그녀만의 시간을 쓰고 있었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시선만큼은 온통 그녀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오십 대 정도로 보이는 무표정한 그녀의 열굴. 그리고 그 검은색 대형 여행가방. 그녀는 지난 몇 달을 어디서 지냈을까. 추운 겨울밤을 어떻게 지냈을까. 흔히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려 할 때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그러나 어떤 삶은 또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 쌓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뿐이다.



그녀가 벤치에 누었다가 앉았다가 따사로운 햇볕을 맞이하는 순간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옷차림만 아니라면 그녀는 그저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평범한 주민이다. 어쩌면 삶은 그렇게 단순한 것인지도 모른다. 잠시 쉬고 햇살을 느끼고, 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일. 보통 여유라고 부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살아있음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계절을 산다. 어떤 이는 봄 속에 머물고, 어떤 이는 이미 겨울을 통과했고, 또 어떤 이는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계절과 마음의 계절이 다를 때, 흔히 그 틈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녀의 두툼한 패딩은 어쩌면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그들의 계절을 억지로 바꿔줄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잠시 시선을 멈추고 그녀를 인정하는 일뿐이다. 그녀가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그게 내가 건넬 수 있는 아름다운 존중일지도 모른다.



삶에는 수많은 사람이 스쳐 지나간다. 누군가는 이름 없이 사라지고 누군가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다시 나타나 무심한 일상에 작은 의미를 남긴다. 그 의미 사이로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된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안전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다시 저마다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작은 기도가 남는다. 그녀의 시간이 언젠가는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그 두꺼운 겨울이 서서히 풀려서 햇살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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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삶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름 모를 이의 안녕을 조용히 빌어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완전히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도 어딘가에서 밖에서 서성이는 이가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그 사이에 놓인 거리는 여전히 멀지만, 그 거리를 잠시나마 의식하는 순간 조금 더 세상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