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든 농촌이든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자연환경을 말한다
지인 가운데 이른 은퇴를 꿈꾸며 남편의 고향인 시골을 오가며 농사를 계획하고 있는 이가 있다. 언젠가는 도시를 떠나 그녀의 남편의 고향 근처에 텃밭을 가꾸며 살겠다는 소망을 오래 품어 왔다. 주말이면 흙을 만지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산과 들을 바라보며 제법 공을 들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마당을 스치는 바람은 도시보다 부드러웠고, 밤하늘의 별은 잊고 살던 기억을 되돌려 주었다고.
그런데 좋은 기억도 있지만 정착이라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고 했다. 집을 재건축하고 보았더니 그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들을 이유로 일부의 돈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정착을 도와주겠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의 규칙 보다 그녀 부부가 힘들어했던 것은 낯선 이방인이 되는 경험이었다고. 그곳의 사람들은 좀처럼 곁을 내어 주지 않았다고. 그래서 재건축을 시작을 하다가 중단하고 고민 중에 있다고 했다. 그녀의 속상한 마음은 글로 다 표현이 안될 만큼 많았다.
흔히 농촌을 떠올리면 순박한 인심을 떠올리고 오래된 드라마 전원일기의 풍경을 기억한다. 김 회장 내 마당에는 늘 사람이 드나들고, 이웃은 서로의 일을 거들고, 갈등이 생겨도 결국은 정으로 연결되던 공동체 말이다.
어쩌면 현실의 농촌은 훨씬 깊고 복잡하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관계와 관습,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규칙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새로 들어온 사람은 그 질서 안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 농사는 귀띔으로 배우면 되지만, 사람은 시간을 들여야만 알아갈 수 있는 것이기에. 흙보다 먼저 사람을 읽어야 하는 것이 귀농인지도 모른다.
최근 귀농 인구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을 매체에서 접한 적이 있다. 은퇴한 세대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농촌으로 향하고, 편리한 농기구 덕분에 예전보다 농사의 문턱도 조금은 낮아졌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다.
흔히 귀농을 일자리나 소득을 이유로 꼽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관계의 문제에 이른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못한다는 오래된 말처럼, 사람은 좋은 풍경만으로도 살 수 없다. 아무리 맑은 공기와 넓은 하늘이 있어도 함께 할 이웃이 불편하면 그 아름다운 풍경도 오래가지 못한다.
삶에서 보면 도시도 그와 다르지 않다. 수백 세대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옆집 사람의 이름을 모른 채 몇 년을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매일 얼굴을 마주하지만 진심을 나눌 사람은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서로의 눈을 피하는 일이 익숙하다.
농촌이든 도시든 행복한 삶의 조건으로 주변 자연환경을 말한다. 사는 곳 주변에 자연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삶을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사람 때문이었고, 견딜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사람이었다고.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 곳에 사느냐보다 누구와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마도 마을의 인심을 알고 오래된 시간을 들여다보고,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마음일지 모른다.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는 외로움을 이길 수 없다. 사람이라는 토양이 있어야 삶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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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살든 변하지 않는 진실 하나가 있다. 인간은 어디를 가든 사람에게 정착하는 일이다. 귀농도, 귀촌도, 도시 생활도 모두 사람과 연결된 긴 여정이다. 아마도 삶이 인간에게 알려주는 오래된 철학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