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뭘까

행복만큼 실체를 붙잡기 어려운 단어도 드물다

by현월안



친하게 지내는 작가가 있다. 그녀는 계절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의식처럼 내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행복하세요?" 인사도 아니고 안부도 아닌 그 질문은 뜬금없다. 그리고 그 한마디를 던져주고는 긴 시간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서로 다른 행복의 정의를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깊어지는 줄도 모른다.



행복만큼 실체를 붙잡기 어려운 단어도 드물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행복을 논해 왔다. 어느 철학자는 행복을 삶의 목적이라 했고, 수많은 이들이 행복에 이르는 길을 설명했다. 과학에서조차 행복을 측정하며 정의를 하고 심리학에서는 여전히 행복의 의미를 찾으려고 분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행복은 어느 학설로도 쉽게 정의하지 못한다.



사전을 찾아보면 행복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왜냐면 누군가에게는 자녀의 웃음소리가 행복이고, 누군가에게는 혼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행복이다. 어떤 이는 넓은 집과 높은 지위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또 어떤 이는 작은 텃밭을 가꾸며 세상 누구보다 충만함을 느낀다.



심리학자 '소냐 루보머스키'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약 50%는 유전적 성향이고 40%는 개인의 의도적 노력이고 나머지 10%는 환경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론이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행복은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흔히 행복은 어떤 조건을 충족했을 때 찾아온다고 말한다. 더 좋은 온라인 게임과 더 많은 돈과 더 넓은 집과 더 높은 지위. 하지만 그것을 손에 넣어도 행복은 잠시 머물다가 다시 사라진다.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익숙해지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은 신기루와 같다. 사막을 걷는 사람이 저 멀리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을 향해 달려가지만, 가까이 가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인간은 다음 목적지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 원하는 대학에 가면, 취업하면, 결혼하면, 집을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곳에 이르면 또 다른 언덕이 보인다. 어쩌면 매번 행복은 한 걸음 앞에 있는 것처럼.



행복을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의 괴로움은 뭔가를 성취하려는 집착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는 철학자들이 많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붙들고 있는 것이 고통의 시작이라고. 행복은 무엇에 덜 매이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나의 삶을 들여다보면 스스로 만든 감옥이 참 많다.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과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과 실패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과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등등.



마치 작은 유리병 안에 들어간 모기가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지쳐 가는 모습과도 같은 인간의 삶. 병 입구는 열려 있지만 내가 갇혔다고 믿는 순간 세상 전체가 꽉 막혀있다고 믿는 것처럼. 행복은 어쩌면 자유와 가까운 말인지도 모른다.



너무 익숙해서 잊고 살지만 사실은 삶은 기적이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의 차이는 흔히 소유의 크기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어떤 사람은 부족한 것만 세고, 어떤 사람은 이미 가진 것을 헤아린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언젠가 끝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이라는 시간이 더 귀하다. 행복은 먼 훗날 완성될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계절마다 묻는 그녀의 그 질문이 점점 좋아진다. "행복하세요?" 그 물음은 사실 현재의 삶을 돌아보라는 살핌이다. 어디까지 왔는지보다 무엇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 얼마나 의식하며 살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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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보물이 아니다. 인생의 마지막 지점에서 받게 되는 상장도 아니다. 행복은 오늘을 느끼는 일이고, 좋은 사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고, 또 평범한 하루가 평범하지 않음을 아는 일이다. 어쩌면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알아보는 것인지도. 이미 곁에 있는 것을.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