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는 산모들이 첫 태동을 느끼는 시기다.
산전 수업을 함께 듣는 산모가 말했다.
“저 어제 태동 느꼈어요.”
“정말요? 몇 주 되셨어요?”
“18주예요.”
“빠르다. 어떤 느낌이에요?”
“배속이 보글거리는? 간지러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부럽다. 저는 20주인데 전혀 못 느끼고 있어요.”
나는 빠기의 태동을 손꼽아 기다렸다.
침대에 누워 배에 두 손을 올리고 모든 신경을 쏟았다.
내 안의 작은 생명이 내 뱃속을 보글거리고 간지럽게 만들길 바라며.
신랑은 내 모습이 웃긴 지 날 보며 계속 웃었다.
“아무 느낌도 안 들어.”
“빠기가 좀 더 커야 하나 보지. 나중에 할 거야 걱정하지 마.”
“나도 빨리 느껴보고 싶은데.”
산전 요가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나의 관심사는 여전히 태동이었다.
“오복이 엄마, 사랑이 엄마 18주인데 벌써 태동 느꼈대요.”
“우와. 좋겠다. 저는 아직 이에요. 빠기 엄마도 태동 아직이에요?”
“네. 빨리 느끼고 싶은데. 그나저나 요즘 별이 엄마가 안 보이시네요?”
내 말에 상대방이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 지금 뭐 잘못한 건가?’
침묵 속에서 여러 가능성을 떠올렸다.
“.... 저한테 들었다고 말하시면 안 돼요.”
“네…? 네.”
“심장 소리가 안 들렸대요.”
“....”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우리는 이별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슬퍼서인지 미안해서인지.
눈인사만 나눌 뿐, 안부도 주고받지 못하는 사이가 됐다.
한 생명이 온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은 기적이다.
우리는 기적을 만나려는 중이고,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은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다.
식탁에 앉아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눈으로는 달력을 체크했다.
불안했다.
“빨리 진료 보러 가고 싶다.”
그때.
누군가 내 배를 톡 건드렸다.
내 두 눈이 커졌다.
나는 배를 움켜 안았다.
“오늘 태동을 한 번도 안 했어. 심장 소리 좀 들어봐.”
신랑이 배에 귀를 갖다 댔다.
“응. 잘 뛰고 있어.”
“어떻게 뛰는데?”
“쿵쿵 쿵쿵 이렇게 좀 빨리 뛰는데. 이 소리 맞는 거 같아.”
“확실해?”
“아마도.”
이렇게라도 확인을 받아야 안심됐다.
“내가 배를 쳐도, 안 움직여. 심장 소리 들어봐.”
“응. 잘 뛰고 있어.”
신랑은 나의 잦은 요청이 귀찮은 것 같았다.
“대충 듣지 말고, 잘 좀 들어봐!”
“진짜 잘 들었어! 쿵쿵 쿵쿵 이렇게 뛰고 있어.”
신랑이 얼굴을 다시 배 가까이 갔다 댔다.
“너 좀 자주 움직여. 괜히 아빠만 혼나잖아.”
임신 32주.
볼록 나온 배만큼, 뱃속의 아기도 많이 자랐다.
빠기는 주로 특정 애니메이션 OST를 듣거나, 딸기를 먹으면 태동했다.
이제는 신랑 없이도 빠기와 소통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에도 아픔보다 안도의 웃음이 먼저 나왔다.
“튼튼하게 잘 있네.”
이따금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OST를 틀었다.
‘여기에 잘 있어.’
그 움직임이 나의 하루를 안도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