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산 전부터 기다리던 조리원에 들어왔다.
“두, 세 시간마다 수유실로 내려오시면 돼요. 그전에도 아기가 배고파하면 전화할 겁니다.”
“네.”
“수유하고 와서도 틈틈이 유축기 사용하세요. 그래야 모유량이 금방 늘어요.”
관리사님이 유축기를 가리켰다.
조리원 생활은 무척 바빴다.
새벽 유축.
수유.
아침.
유축.
수유.
마사지.
수유.
유축.
반복이었다.
수술 후 신경을 많이 쓴 탓에 위경련이 생겼다.
물만 마셔도 속이 아파, 제대로 된 밥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제왕절개 통증으로 눕고 일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수유할 때 아기를 안는 자세도 힘겨웠다.
거기에 모유로 인한 가슴 쓰라림과 열감, 통증까지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조리원 생활이 이어졌다.
수유실에서 만난 다른 산모들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들의 눈에선 꿀이 떨어졌다.
그에 비해 내 눈은 메마르고 건조했다.
나는 빠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빈 배를 만지며 뱃속에 있던 빠기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빠기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나는 모성애가 없나 보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신생아실 대청소 시간이 있었다.
대청소 시간에는 엄마와 아이가 단둘이 4시간을 보내야 한다.
막상 혼자서 4시간 동안 아이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우선 항상 하던 데로 수유하고 트림을 시키고, 빠기를 아기 침대에 눕혔다.
“기저귀를 언제 갈아줘야 하나?”
소변을 보면 기저귀의 줄 색이 변한다는 것도 모른 채, 속싸개 틈으로 미세한 기저귀의 변화를 관찰했다.
빠기는 그새 잠이 들었다.
“별거 아니네. 이렇게 세 시간만 버티면 돼.”
나는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빠기가 자주 우는 바람에 수유 시간이 아니어도 호출이 왔다.
이제 나를 찾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했다.
"지금이 천국이다."
30분쯤 지났을까.
빠기의 울음소리로 찰나의 천국이 꿈처럼 날아갔다.
“응애. 응애.”
작고 연약한 몸에서 나온다고 믿기지 않는 울음소리였다.
“아니지? 거짓말이지?”
나는 코를 막았다.
커뮤니티, 산전 수업과 바카라에서조차 아기 응가 냄새는 구수하다고 했다.
이제 누군가 내게 이런 말을 한다면, 큰 소리로 당당히 외칠 수 있다.
“아닌데! 전혀 아닌데!”
조용해도 정신이 없을 판국에 아기 울음소리까지 들리니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속싸개를 풀고, 기저귀를 벗기려던 손을 멈칫했다.
“기저귀를 빼면, 엉덩이는 어디에 두지? 손이 부족한데. 바닥에 기저귀를 깔아야 하나?”
당황하고 있는 사이, 기저귀 틈으로 응가가 넘쳤다.
“또? 미치겠다.”
나는 양손에 기저귀를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더 이상 좋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카라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분명 천국이라고 했는데….’
도움이 필요했다.
방문을 열어둔 채, 복도로 나왔다.
다른 방에서도 아기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그 방 앞에 걸음을 멈춰 섰다.
“그렇게 잡으면 안 되지!”
“엄마, 어려워. 못 하겠어.”
“그래도 어떻게. 네가 엄만데 해야지.”
초보 엄마의 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평안을 되찾은 듯 아기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조리원 복도에는 빠기의 울음소리만 남았다.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우리 세 가족이 함께하는 첫 4시간이 찾아왔다.
“오빠, 아기 좀 안아볼래?”
“아니.”
“왜?”
“떨어트리면 어떻게. 그냥 이렇게 볼래.”
아빠가 낯선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빠기는 기분이 좋은지 아기 침대에 잘 누워있었다.
“안마의자 해봐야겠다.”
“안마의자 아직 안 해봤어?”
“응. 아직 한 번도 못 해봤어.”
나는 안마의자에 앉아 TV를 켰다.
10분 뒤,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이리 와봐. 큰일 났어!”
“무슨 일이야?”
나는 안마의자를 끄고 신랑에게 갔다.
“빠기가, 응가했어!”
“깜짝 놀랐잖아. 이게 왜 큰일이야?”
이미 혼자서 큰일을 치러본 나는 여유가 생겼다.
“이거, 해줘야지.”
“내가?”
웃음이 삐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나 할 줄 모르는데.”
“나도 할 줄 몰라. 나도 어제 처음이었어.”
남편도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나는 허둥대는 남편 옆에서 양손에 기저귀를 든 채, 훈수를 뒀다.
큰일을 치른 남편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안마의자 마저 해.”
“알겠어.”
나는 안마의자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남편의 절규가 들렸다.
“또?”
우리 가족의 첫 시간에선 구수한 냄새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