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도 쉬는 날이 필요하다.
예술가가 되면 하루 종일 글만 쓰고 살 줄 알았다.
물론 누가 그렇게 말한 적은 없다. 그냥 내 멋대로 상상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문장을 노트에 적는 그런 생활 말이다. 어쩐지 꽤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내 상상과 많이 달랐다. 글을 쓰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글을 쓰다가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아무리 좋은 문장이 떠올라도 밥은 먹어야 했고, 아무리 작가가 되고 싶어도 하루를 살아 내야 했다. 아무래도 나는 예술가의 생활을 너무 낭만적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작가가 되었다고 갑자기 생활이라는 것이 사라질 리 없으니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전에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저 방에 틀어박혀 창작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낭만적인 예술가의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방 안에서 머리만 굴리고, 지나간 일들을 되짚으며 글을 쓰다 보니 점점 지쳐 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고, 내가 머무는 환경마저 점점 더 구려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나, 정말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거 아니야?'라는 번뜩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래서 행동했다.
나는 노트북을 덮고 방 밖으로 나갔다.
막상 밖으로 나오니 이번에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지금도 딱히 취미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방 밖으로 한 걸음 나왔을 뿐인데 세상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다. 마치 판타지 세계에 들어온 것 같기도 했다.
집 앞의 예쁜 카페에서 시집을 읽기도 했다. 네일아트라는 것도 새롭게 경험해 봤다. 전혀 관심이 없었던 타로를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다정한 친구를 통해 AI로 코딩하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타로 사이트와 나를 보여 줄 수 있는 나만의 사이트까지 만들었다.
바카라상 앞에 앉아 글만 생각하던 때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물론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날에는 영화나 드라마를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도 했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는 보석십자수를 했다. 한 알 한 알 붙이다 보니 어느새 작품이 완성되었고, 액자로 만들어 놓으니 제법 뿌듯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도 꽤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전 같았으면 이런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작가들은 열심히 글을 쓰고 있을 텐데, 나는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조금이라도 더 써야 하는 건 아닐까.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글쓰기에 집착하기도 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내가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하루쯤은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필요하다는 것을.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작가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잠시 쉬었다고 해서 지금까지 쌓아 온 것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방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보석십자수를 하면서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 내게 필요했다. 계속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 가끔은 주변을 둘러보며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도 있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그저 마라톤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산바카라하듯 살아 보고 싶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길가의 풍경을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잠시 멈춰 서기도 하면서.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 하지만 글을 쓰는 일에만 나를 가두고 싶지는 않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즐거워하고, 작은 작품을 완성한 뒤 뿌듯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쌓여 언젠가 또 다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은 노트북을 덮어도 괜찮겠다.
예술가에게도 생활은 필요하니까. 날도 필요하다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