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버튼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

발행 버튼 하나가 이렇게 무서울 일인가

by다슬

에세이든 소설이든 어떤 장르든 간에 분명 다 썼다고 생각했는데, 발행하려는 순간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구리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글의 주제와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열정을 갖고 집필했다. 그런데도 더 시간을 들여 글을 뜯어고친다. 그렇게 수정을 마치고 발행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옅은 한숨을 쉬게 된다.


“아… 제목이 좀 구린데. 안 어울리는데.”


제목이 중요하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작 한 문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 한 문장을 다시 다듬기 위해 또 공을 들인다. 다른 일에서는 별다른 결정 장애가 없는데, 막상 글 앞에 서면, 특히 발행 버튼 앞에서는 작아지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작아져서 갈팡질팡한다.


“발행 버튼 하나가 이렇게 무서울 일인가.”


고작 버튼 하나인데 누르기가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것처럼 힘들다. 누르기 전까지 누군가 내 글을 읽는 모습을 상상한다. 이상하게 읽히지는 않을까. 가독성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재미가 없지는 않을까.

각종 걱정을 하다가 결국 버튼 앞에서 혼자 온갖 상황을 시뮬레이션한다.


INFJ인 나란 예술가는 과하게 오버를 한다. 글 한 편을 공개하는 일인데도 혼자 대형 출판사의 신간 발표를 앞둔 사람처럼 긴장한다. 심지어 젊은 작가상을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큰 프로젝트를 혼자 맡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내 마음속 상상일 뿐이다.


그렇게 온갖 상상을 겨우 끝내고 심호흡을 한 뒤, 발행 버튼을 누른다.


발행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사람들이 아무도 읽지 않으면 서운하고, 읽으면 부끄럽다. 라이킷이나 댓글이 하나도 없으면 글을 삭제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삭제 버튼 위에서 내 노트북 화면의 화살표가 방황한다. 갈대처럼 말이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 라이킷을 누르거나 댓글을 남기면 괜히 민망해진다. 그전까지는 글을 내릴까 고민하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독자를 기다리면서도 독자가 나타나면 당황하는 모순적인 작가인 것 같다. 나는 글 앞에서는 ‘멍석을 비단으로 깔아 줬는데 뚝딱거리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힘없이 웃는다.

그러다가 독자들이 라이킷을 눌러서 확인해 보니, 이번에는 발행하고 나서야 오타가 눈에 들어온다. 이때부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한다.


발행 전에는 몇 번이나 읽었는데, 공개하고 나서야 어색한 표현이나 오타가 보인다. 이때부터 재빠르게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오타만 수정해야 할까? 어색해 보이는 부분까지 고쳐야 할까? 아니면 그냥 삭제할까?’

세 갈래의 길 앞에 서서 고민한다. 그러다가 문득 억울해진다.


‘수정하면 될 일인데, 왜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거야?’

속상하면서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진다. 가장 큰 걱정은 따로 있다.


‘혹시 다른 독자가 먼저 발견한 건 아닐까?’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게 최선의 해결바카라일까?

발행 전에는 완벽했던 글이 발행 후에는 갑자기 교정할 곳이 많은 글로 변하는 마법이라도 있는 걸까? 수정의 늪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다.


오류의 법칙은 예술가에게도 늘 조용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글의 허점은 왜 꼭 발행해서 공개하고 나면 나타나는 걸까. 정말이지 너무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망설인 끝에 결국 발행 버튼을 누른다. 수정 지옥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수정의 쳇바퀴에서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한 편을 공개하고 나면 부끄럽고, 조금 후회되기도 한다. 온갖 감정을 겪고 나서야 겨우 한 편을 발행했으면서도, 나는 또 다음 편을 구상한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쓰고, 또 발행한다.


발행 버튼 앞에서 작아지는 나지만, 앞으로도 창작하고 발행할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니 언젠가는 발행 버튼 앞에서 지금보다 덜 작아지는 나를 만나고 싶다.


불안감에 몇 번씩 망설이지 않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나를.

나는 아직 발행 버튼 앞에서 작아진다.


그래도 계속 누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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