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

평범한 내 이야기도 글이 될까?

by다슬

가끔은 내 이야기가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많은 일을 경험한 사람도 있고, 나보다 훨씬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글을 읽고 나면 내가 굳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진다.


‘대체 왜일까.’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처음 글을 쓸 때 에세이가 가장 만만했다. 이것은 안일하고 무지했던 나의 아주 큰 착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많은 나는, 어쩌면 에피소드 부자였다.


예를 들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타인의 시선과 차별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학교에 다녔던 일. 별말 아닌 척하면서 나를 조금씩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반박할 것은 정확하게 반박했던 일.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찾아온 ‘그것’.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


나는 한순간에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아직 루푸스에 대해서는 그것이 내 삶에 얼마나 큰 의미를 갖게 될지 다 알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이 일을 어떤 이야기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일들을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이런 독한 내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


그때는 힘들었고, 때로는 억울했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나온 내가 지금 여기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 나는 가끔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나 자신을 꼭 안아 준다.


그때 참 고생 많았다고. 그래도 잘 버텨 줘서 고맙다고.

어쩌면 내가 내 이야기를 계속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 이야기를 쓰면서 주눅이 들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나를 비교하고, 내 글이 초라하게 느껴진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에세이를 쓰는 시간은 즐겁고 흥미로웠다.


글을 쓰면서 내면의 나를 토닥여 주기도 하고,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에세이는 내게 묘한 매력이 있는 장르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도 결국 놓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특별해서 글을 쓰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저 견뎌야 했던 일들을 이제는 문장으로 꺼내 놓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닌 경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견뎌 온 사람도 있을 수도 있고, 이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나온 시간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 모든 내 과거가 소중하기도 애증이기도 하다.


나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감탄하고, 때로는 내 글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쓰고 싶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싶으니까.


나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내가 먼저 알아봐 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에세이는 나를 돌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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