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마음속에서 최초로 생성되는 언어가 빗줄기를 만날 때

by최만섭


가을비


9월 첫 번째 날 새벽에 가을비가 아파트 단지 승용차 지붕에 떨어져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머지않아 닥칠 이별을 슬퍼하고 있다.


내가 작은 우산 사이를 빠져나와 가슴으로 젖어드는 빗줄기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컨트리 송이 만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그 만남의 형상이 우리 같은 70대 노인의 울음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 최초로 생성되는 언어가 빗줄기를 만날 때마다, 나는 울보가 된다. 인간이 모든 것을 상실했을 때, 마지막 언어가 눈물임을 경험한 후부터, 나는 가을의 쓸쓸함을 견디지 못할 때마다, 서러움으로 가득 찬 빗줄기 속에서 가엽은 가을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눈물을 흘리면서 컨트리 송을 듣다 보면, 어느새, 나는 모든 슬픔과 고통을 이겨낸 건강한 노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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