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나답게 -나의 사용설명서

by비단

혹시 저를 아시나요?

아직 모르신다고요?

그렇다면 잘 오셨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에 이 사용설명서를 미리 읽어두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저를 만나더라도 크게 당황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오십 년이나 함께 살아온 저도 가끔은 제가 낯설거든요.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비단 사용설명서!

첫째, 기본 텐션이 높습니다.

저는 흥이 많습니다.

반가우면 반가워서, 재미있으면 재미있어서, 신이 나면 신이 나서

그렇습니다.

특별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원래 이렇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도 속상할 때가 있고, 지치거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다만 그런 날에도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웃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둘째, 잘 감동합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의 진심, 뜻밖의 친절에 마음이 크게 움직입니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금세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누군가 기쁜 일을 이야기하면 함께 기뻐하고,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면 제 마음도 아파집니다.

그러니 제가 눈물을 보이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슬퍼서만 우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뻐도 울고, 고마워도 울고, 감동해도 웁니다.

눈물이 조금 많은 편입니다.

조금 투머치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게... 바로 저입니다.

셋째, 나쁜 기억은 잘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잘 감동하지만 속상한 일은 또 잘 잊어버립니다.

분명 조금 전까지 마음이 슬퍼했는데 어느새 다른 일에 빠져 있습니다. 속상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조금씩 희미해지지만 저는 좀 특별히 금해 좋은 방법이나 긍정적인 면을 찾아냅니다.

그래도 이렇게 치명적인 손해 덕분에 다시는 이런 실수는 안 할 예정이라 좋은 거죠.

물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말도 있고,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도 잘 잊어버리는 덕분에, 엄청 긍정적인 덕분에 저는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빨리 다시 웃고, 다시 신이 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꼭 기억해야 할 일은 한 번 더 알려주세요.

제가 이래 봬도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극도로 싫어하므로 말씀해 주신다면 거짓말처럼 잘 기억할 예정입니다.

넷째, 칭찬을 잘합니다.

누군가의 좋은 점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멋진 모습은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칭찬을 아낄 이유가 없잖아요!

진심으로 건넨 칭찬 한마디에 상대방이 환하게 웃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웃음이 좋아서 또 칭찬하게 됩니다.

가끔은 모두 진심 맞아? 의아해하시는 분이 있어요.

제가 좋은 것을 잘 찾아내는 재능이 있답니다.

보장할게요. 모두 진심!

다섯째, 저에게도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저도 칭찬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작은 일을 해냈을 때도 잘했다고 말해주시고, 신이 나서 이야기할 때는 함께 웃어주세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걱정부터 하기보다는

“파이팅!”

하고 응원해 주세요.

그러면 저는 걱정보다는 신나게 잘한답니다.

아무리 어른이 되어도 칭찬받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저 역시 누군가의 응원에 힘을 얻는 사람입니다.

여섯째, 가끔은 쉬어도 된다고 말해주세요.

재미있겠다 싶으면 궁금해지고, 궁금해지면 해보고 싶어 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도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가끔은 말해주세요.

“이만하면 충분해.”

“오늘은 좀 쉬어도 돼.”

물론 그렇게 말해준다고 제가 곧바로 쉬거나 그만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미워하시면 안 돼요!

에고, 죄송하지만 지금처럼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해주세요.

일곱째,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게 해 주세요.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하나를 이루기도 전에 또 다른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꿈꾸어도 된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재미있겠다.

해볼까?

할 수 있을까?

해보지 뭐!

언제나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용설명서.png

쓰다 보니 웃음이 나네요.

내가 나에게 사용설명서를 써주고 있다니.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은 일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을 참 많이 배웠습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며, 같은 상황에서도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공부했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도 배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얼마나 그렇게 해주었을까요?

왜 또 일을 벌였느냐고 나무라기 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얼마나 신이 나는 사람인지 알아주었을까요?

왜 이렇게 쉽게 감동하느냐고 생각하기 전에, 작은 일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었을까요?

왜 끝까지 잘하려고 애쓰느냐고 묻기 전에, 그만큼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었을까요?

남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나에게는 좀처럼 괜찮다고 말해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잘 안다는 것은 내 장점만 찾아내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까지 인정하고, 그런 나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일이겠지요.

잘 감동하는 나도 나이고, 잘 잊어버리는 나도 나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칭찬을 잘하는 나도, 누군가의 칭찬과 응원에 신이 나는 나도 나입니다.

늘 흥이 넘치는 나도, 가끔은 조용히 쉬고 싶은 나도 나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새로운 꿈을 꾸는 나 역시 나입니다.

이 사용설명서를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면서 몰랐던 나를 또 발견하고 발견하겠지요.

그때마다 사용설명서에 한 줄씩 덧붙이면 되지 않을까요?

새로운 기능이 발견되면 설명서를 다시 쓰면 되고, 가끔 오류가 생기면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요.

물론 오래 사용했다고 교환하거나 반품할 수는 없습니다.

평생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그러니 이왕이면 나라는 사람을 잘 알아두어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늘은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한번 써보세요.

생각보다 재미있을지도 모릅니다.

자, 어서 펜을 들어보세요!


*오늘의 물음표?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나에게 꼭 필요한 사용설명서의 첫 문장은 무엇일까?


*내일의 느낌표!

(자기 이해와 수용) 나의 여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가며, 나에게 맞는 삶의 방법을 찾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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