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떄는 주로 이목구비의 생김생김에서 예쁨을 찾았던 것 같다.
눈이 크고, 코가 오뚝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내가 바라보는 예쁜 얼굴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이목구비보다 그 얼굴에 담긴 분위기나 인상을 먼저 보게 된다.
환하게 웃는 얼굴.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표정.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뭔가 조화로운 얼굴.
참 예쁘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는 말.
어릴 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내 얼굴이 내 얼굴이지, 무슨 바카라임까지 져야 한다는 걸까?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웃고, 찡그리고, 놀라고, 걱정하며 살아간다.
어떤 날은 마음껏 웃고, 어떤 날은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 반복해 온 표정들이 어느새 자신만의 익숙한 표정들을 지으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만의 얼굴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닐까?
물론 얼굴의 주름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어도 미소를 머금은 듯한 얼굴이 있고, 웃고 있어도 어딘가 긴장이 느껴지는 얼굴이 있더라.
그 차이가 단순히 생김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문득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김혜자 배우가 수상소감을 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그 말을 하던 김혜자 배우의 얼굴과 미소가 참 아름다웠다.
드라마 속 연기가 아니었다.
그날은 그 사람의 마음이, 살아온 시간이, 말과 표정에 자연스럽게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 말이 그분의 얼굴과 참 잘 어울렸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꾸미지 않아도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전해지는 얼굴.
내가 건네는 말과 내 얼굴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에 내가 웃고 있다.
나는 참, 웃기는 참 잘 웃는다.
작은 일에도 잘 신이 나고,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금세 눈이 반짝인다.
좋은 일이 있으면 기쁜 마음을 감추지도 못하고 금세 표정에서 표시가 확 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참 해맑다고 한다.
나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내가 좋다.
나는 나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렇게 나를 좋아하면서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실수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 않고,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가 내게 좋은 것만 준다고 그 사람을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조금 서툴러도, 실수해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있어도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
그런데 왜 나는 다른 사람에게 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을까?
사랑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돌아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을 다그쳤던 순간들이 있었다.
조금 더 잘해야 한다고.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고.
내가 조금만 더 애쓰면 된다고.
그런데 그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나의 해맑음마저 우울해질 때가 있다.
신이 나서 조금 들뜨고, 마음이 앞서 서툴게 행동하기도 하는 나.
거짓말처럼 해맑고 서툰 나를.
그런 나까지도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있었을까?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모습의 나에게는 너그러우면서, 실수하는 나에게는 조금 인색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조금씩 노력해 보려고 한다.
실수해도 괜찮아.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
잘못한 일이 있다면 다시 하면 되고, 부족한 것은 배우면 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늘 좋은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도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
조금 엉뚱하고 서툴러도 그저 나답다며 웃어주는 사람들.
나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다.
서로의 좋은 마음을 알아봐 주면서.
실수에는 너그러워지고, 고마운 일에는 더 크게 웃으면서.
내가 가진 사랑을 아끼지 않고 듬뿍 나누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꿈꾸는 예쁜 할머니는 지금보다 더 많이 웃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미 참 잘 웃는 사람이니까.
다만 웃지 못하는 날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사람.
실수한 날에도 나의 밝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 자신에게도 건넬 줄 아는 사람.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언젠가 거울 속 내 얼굴에 주름이 가득해져도 그 얼굴만큼은 지금의 나를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엉뚱하고, 여전히 호기심 많고, 작은 일에도 신이 나서 웃는 얼굴.
다만 지금보다 조금 더 편안한 얼굴.
나를 사랑하는 데는 이미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서툰 나를 사랑하는 일에도 조금 더 익숙해져야겠다.
거짓말처럼 해맑고 서툰 나를, 나도 조금 더 너그럽게 안아주면서.
오늘 내가 짓는 표정이 내일의 얼굴이 된다면, 나는 오늘도 조금 더 많이 웃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웃으며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마음과 얼굴이 함께 편안한, 잘 웃는 예쁜 할머니가 되고 싶다.
* 오늘의 물음표?
나는 어떤 얼굴로 나이 들어가고 싶을까? 내가 좋아하는 모습뿐 아니라 서툰 모습까지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내일의 느낌표!
자기 수용과 사랑 | 해맑고 서툰 나를 있는 그대로 아끼며,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