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멋지게 만들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멋지게 태어나신 것 같네요. 부모님께 감사하세요.”
내 인생에서 때때로 떠오르며 나를 힘나게 하는 말이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면접을 보던 날이었다.
어떤 질문에 답하다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을 인용했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본래는 여성의 역할과 모습이 타고난 본성만이 아니라 슬롯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그때의 나는 이 말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람은 처음부터 모든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배우고 도전하며 스스로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지금 내게 없는 재능이라도 노력하면 키워 갈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용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면접관님들 앞에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한 면접관님께서 부모님께 감사하라고 하시며 그 말씀을 하셨다.
칭찬인 거죠?
그날 그분이 그 순간의 호감으로 큰 뜻 없이 하신 말일 수도 있다. 어쩌면 면접 자리에서 건네주신 따뜻한 격려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단 한 명을 선발하는 그 면접에서 내가 합격했다.
물론 그분의 한마디가 합격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결과보다도 내 마음에 오래 남은 것은 그분이 건네주신 말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문득문득 떠올랐다.
특히 자신이 없을 때, 일이 생각만큼 풀리지 않을 때면 그날의 말을 꺼내 보곤 했다.
나를 그렇게 멋지게 봐주신 분도 있었는데.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그 말이 참 신기하게도 힘이 되었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였다.
공부하는 것은 좋았지만 일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마음처럼 글이 써지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할 때도 많았다.
열심히 해보려고 앉아 있어도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날이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 공부를 끝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오래전 면접장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이렇게 멋지게 태어난 것 같네요.’
그분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뭐라고 하실까?
실망하실 거야. 잘못 보았다고 생각하시겠지?
멋지게 태어났다고 하셨으니 멋지게 해내야 하는 걸까?
다만 그때 내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 부족한 것이 있다면 더 열심히 배우고, 어렵다면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곤 했다.
그리고 논문을 쓰며 힘들어할 때마다 교수님께서는 잘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다독여 주셨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를 믿어 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다시 느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내가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운 순간을 지나올 수 있었던 것도 나 혼자 잘해서가 아니었다.
누군가 나를 믿어 주었고, 기다려 주었고, 다시 해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면접장에서 만난 분의 한마디가 오랜 시간이 지나 대학원 논문을 쓰는 나를 일으켜 세울 줄 누가 알았을까?
교수님들의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도 이후에는 더 큰 의미로 기억되겠지?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에 이렇게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러고 보니 내가 가진 용기도 처음부터 혼자 만들어 낸 것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께 받은 마음도 있고,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에게서 얻은 믿음도 있다.
그리고 어려운 순간마다 다시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던 나 자신의 선택도 있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에게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용기란 언제나 씩씩하고 자신만만한 마음만은 아닌 것 같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해보는 마음.
포기하고 싶지만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해보는 마음.
누군가 나를 믿어 준 마음을 기억하며 나 자신도 한번 믿어 보는 마음.
그것도 용기 아닐까?
나는 앞으로도 새로운 꿈 앞에서 망설일 수 있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때로는 자신이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떠올릴 말이 있다는 것이 참 든든하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은 자신이 없어도 잘할 수 있다고.
아직 부족해도 배워 갈 수 있다고.
당신에게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그 말이 당장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사람이 힘든 순간을 만났을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비단, 너는 꿈 앞에서 망설일 때 무엇을 믿고 싶니?
글쎄….
나를 믿어 주었던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어렵더라도 다시 도전해 왔던 나 자신.
그 두 가지를 믿고 싶어.
내가 받은 용기로 다시 도전하고, 그 용기를 누군가에게도 전해 주며 살아야지!
내가 힘들거나 자신이 없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말은 무엇인가?
(용기와 믿음) 누군가 나를 믿어 준 마음은 내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