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엔 넌 변했지"

by이곰

30개의 화분이 오밀조밀 놓여 있는 거실. 초보 식집사일 때는 식물의 자리가 영원히 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리를 정할 때 극한의 신중함을 보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이제 1년 정도 식물을 키워보니, 그 식물만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법은 없었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햇빛의 양, 토분인지 플라스틱 화분인지에 따른 차이, 거실 곳곳에 놓인 식물등의 광량과 각도에 따라 식물의 위치는 수만 번 바뀌어도 괜찮은 거였다.


그리고 식물은 있는 그 자리에서도 가만히 두어서도 안 된다. 특정 부분만 햇빛을 많이 받으면 형태가 기울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화분을 돌려주어야 한다. 햇빛을 골고루 받게 하기 위함이다. 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그 자리에서마저도 끊임없이 방향을 바꾸고 있는 셈이다.


겨우 1년 차 식집사이지만, 거실 정원에서만큼은 숙련된 식집사처럼 행동한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정원의 디자인과 최적화된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저렇게 화분 위치를 바꿔본다.


잎사귀를 정리할 때도 시든 잎이나 누런 잎이 보이면 뚝뚝 뜯어준다. 잎이 너무 과하다 많다 싶으면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해주는데 — 덕분에 한동안 원형탈모처럼 듬성듬성해진 식물 친구도 있었지만 — 화분을 놓을 때는 이전 모습을 기억하며 정성껏 돌려놓는다.


한때는 영원함을 믿은 적이 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 인간관계, 젊음, 그리고 변치 않을 가치관 같은 것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알겠다.


영원한 건 없다.


가수 지디(G-DRAGON)의 노래 <삐딱하게>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엔 넌 변했지

내버려 둬 어차피 난 혼자였지
아무도 없어, 다 의미 없어, 사탕발린 위로 따윈 집어치워

오늘 밤은 삐딱하게"


젊었을 때는 내 기준으로 영원해야 할 것들이 변하면 분노하고 짜증내고 실망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영원한 건 절대 없다'는 사실을 진저리 나도록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틀에 맞게 나를 유연하게 맞춰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바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울분의 시간, 억울함의 시간, 서운함의 시간이 존재한다. 다만, 젊었을 때보다는 그 시간이 아주 조금 짧아졌을 뿐이다.


그래도 가끔 젊은 시절의 에너지가 그리워 분노가 솟구치거나 속상할 때는 거하게 술을 마셔보기도 한다. 하지만 숙취를 회복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리는 현실을 마주하면 바로 자중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그 시절의 풋풋함으로, 나이 들었을 때는 나름의 성숙함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인생의 각 계절에 맞게 나를 맞춰가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시절인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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