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고독사 소식은 오십 대 싱글인 나에게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몸이 으슬으슬 아플 때마다 거실을 채우는 공기는 어떤 한 단어로 표현하기 애매한 묵직함을 갖고 있다.
몸이 아플 때마다 느끼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코로나 백신 접종 당일에 한꺼번에 터졌다.
그 당시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은 선택이 아닌 의무에 가까웠다. 백신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사례들이 많았음에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 꺼림칙한 마음을 누르고 병원에 가서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은 뒤 집으로 돌아왔는데, 가슴이 갑자기 조여들기 시작했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위에 거대한 납덩이가 얹힌 듯 답답함이 밀려왔다. 백신을 맞은 병원에 전화를 걸었지만 “여기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나는 생전 처음으로 119를 눌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에 실려 도착한 응급실. 하지만 수많은 검사 끝에 의사가 던진 판정은 허무하게도 ‘정상’이었다. 비슷한 증상으로 오는 분들이 많다는 건조한 위로가 전부였다.
밤이 깊은 시각, 응급실 문을 나서며 휴대폰 연락처를 열었다. 전화를 걸면 당장 달려와 줄 가족은 있었지만 증상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고 몸에 아무 문제도 없다는데 늦은 시간에 연락해 걱정을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조용히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홀로 택시에 올랐다. 차가운 택시 창문 유리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데 묘한 현타가 몰려왔다.
‘내 삶의 모든 고비들은 오롯이 내가 바카라임져야 하는구나.’
그리고 동네에서 오며 가며 알게 된 50대 싱글 친구들에게 이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 친구들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예상보다 담담했다.
“부모님 살아 계시죠?"
"아 네 아직 정정하세요"
"그럼 아직 혼자가 아닌 거예요"
"???"
" 아직 부모님 울타리에 있는 거잖아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그때 절실하게 느끼게 될 거예요.
'아 진짜 나 혼자 남았구나' 하고요”
"....."
그들은 말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까지만 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로 묶여있던 형제자매들이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왕래가 줄어들고 각자의 가정으로 흩어지며 남이 되었다고 했다. 명절의 어색함과 쓸쓸함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여행 일정을 잡은 적도 많다고 했다. 담담하게 말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내 마음을 흔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나의 삶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다행히 나는 부모님이 건재하시고 동생 가족과의 우애도 깊다. 하지만 언젠가 부모님은 떠나실 테고 동생 가족들과도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며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각자가 감당해야 할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무겁다. 남은 삶을 위해 무엇을 더 비우고, 무엇을 더 단단하게 채워야 할지 내 삶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진짜 어른의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혼자이기에 홀가분하고 자유롭기도 하지만 때론 가끔 아니 종종 쓸쓸하고 모든 것이 막막해질 때도 있다. 이 역시 동전의 양면처럼 매 순간 내 앞에 한 세트로 나타날 것이다. 이 역시 내가 살아가는 오늘 내 앞에 뚝 떨어지는 실제 상황이기에 내가 받아들이고 소화해 내야 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걸어가면서 각자가 짊어져야 할 배낭 하나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배낭이 너무 무겁게 싶을 때면 길바닥에 배낭을 내동댕이치는 상상을 하지만 현실에선 무거운 배낭을 던져 순간 홀가분해지다가도 어느새 지박령처럼 다시 내 등에 얹어진, 내용물만 달라진 배낭이 발견되기 일쑤다.
배낭 역시 내 몸의 한 부분처럼 생각하는 게 현명하겠다 싶을 때가 많다. 게다가 싱글인 경우는 배낭에 담긴 크고 작은 숙제들을 오롯이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 이제 상황 파악이 명료해졌다. 이제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세팅할 건지만 남아있다.
이왕 짊어질 삶의 무게라면, 그리고 해결 역시 내가 해야 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배낭을 짊어지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 기꺼운 마음으로 어깨를 쫙 펴고 내 등에 짊어진 배낭을 고쳐 매 본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괜찮아. 내 배낭은 내가 메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