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부탁 거절하는 법

안 된다는 말 대신, 언제까지 무엇은 된다고 말합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화요일 밤입니다.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저는 퇴근 직전에 받은 부탁 하나 때문에 집에 오는 길 내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회사에서 제일 어려운 말을 하나 고르라면 저는 "안 될 것 같습니다"를 고르겠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이 말을 거의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옆 팀에서 자료 하나만 뽑아 달라고 하면 뽑아 줬고, 선배가 이것 좀 같이 봐 달라고 하면 밤늦게까지 같이 봤습니다. 거절하면 일을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관계가 서먹해질까 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 받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정작 제 일은 늘 밀렸고, 부탁받은 일도 급하게 하느라 대충 끝나는 날이 많았습니다. 결국 부탁한 사람도 저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쌓였습니다. 오늘은 그 뒤로 조금씩 익힌 '잘 거절하는 법'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바로 답하지 않고 한 번 묻기


예전의 저는 부탁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네, 해 볼게요"부터 했습니다. 지금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묻습니다.


1) "언제까지 필요하세요?"
2) "어디에 쓰시는 거예요?"
3) "꼭 이 형태여야 하나요?"


이 세 가지를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탁이 작아집니다. "오늘까지"라던 일이 사실은 목요일 회의용이었고, "보고서로" 달라던 일이 표 한 장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묻지 않고 받았다면 오늘 밤을 새웠을 일을, 물어본 덕분에 내일 오전 30분으로 줄인 적도 여러 번입니다.


묻는 동안 제 상황도 정리됩니다. 지금 들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 부탁을 받으면 무엇이 밀리는지를 그 짧은 사이에 떠올려 봅니다.


안 된다 대신 된다로 말하기


그래도 도저히 못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안 됩니다"로 끝내면 상대는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거절할 때 되는 쪽을 같이 꺼내려고 합니다.


1) 시간을 바꿔서: "오늘은 어렵고, 내일 오후 3시까지는 드릴 수 있어요."
2) 범위를 줄여서: "전체는 어렵고, 지난달 숫자만 먼저 정리해 드릴게요."
3) 사람을 이어서: "그 자료는 ○○님이 제일 잘 아세요. 제가 먼저 말씀드려 둘게요."


같은 거절인데 듣는 쪽 기분은 꽤 다릅니다. 상대에게 필요한 건 결국 일이 풀리는 길이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 거절이 덜 무거워졌습니다.


영업을 하면서 이 방식을 더 자주 쓰게 됐습니다. 고객이 무리한 일정을 요청할 때 "안 됩니다"라고 하면 대화가 거기서 멈춥니다. 대신 "그 날짜는 어렵고, 이 부분까지는 그날 맞춰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고객은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부터 듣고 나면 나머지를 조정하는 데 훨씬 너그러워졌습니다.


이유는 짧게, 사과는 한 번만


거절할 때 저는 이유를 길게 늘어놓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요즘 이 일도 있고, 저 일도 있고, 사실은 몸도 좀 안 좋고... 말이 길어질수록 변명처럼 들리고, 상대는 "그럼 그거 끝나고는 되겠네요" 하고 다시 부탁을 꺼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유를 한 줄로 줄입니다. "이번 주는 월말 마감이 있어서 어렵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사과도 한 번이면 됩니다. "죄송해요"를 세 번 네 번 하면 제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되어 버립니다. 거절했다고 잘못한 건 없습니다. 제 시간을 정직하게 알려 드리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윗분의 부탁은 순서를 여쭙기


가장 어려운 건 윗분의 부탁입니다. 팀장님이 새 일을 주시는데 "못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저는 거절 대신 순서를 여쭙습니다.


"지금 A랑 B를 하고 있는데, 이 일을 먼저 하면 B가 금요일에서 다음 주 화요일로 밀릴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할까요?"


이렇게 여쭤보면 결정은 윗분이 하시고, 저는 밀리는 일까지 미리 알려 드린 셈이 됩니다. 대부분은 "그럼 B 먼저 하고 이건 다음 주에 해" 하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혼자 다 떠안고 둘 다 늦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거절한 뒤에 한 번 더 챙기기


거절하고 나서 그냥 두면 마음 한쪽이 계속 불편합니다. 그래서 저는 거절한 부탁을 메모장에 적어 두고, 약속한 날이 되면 먼저 연락합니다. "말씀하신 자료, 오늘 오후에 드릴게요" 한 줄이면 됩니다. 거절했던 일을 제가 먼저 챙기면, 상대는 그날의 거절보다 오늘의 연락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다 받던 시절의 저는 착한 동료였을지는 몰라도 믿을 만한 동료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받은 일을 제때 못 끝내는 날이 많았으니까요. 지금은 받을 수 있는 만큼만 받고, 받은 일은 약속한 날에 끝내려고 합니다. 그게 부탁한 사람에게도 결국 더 도움이 되더라고요.


내일 누군가 부탁을 건네면, 바로 "네"라고 하기 전에 한 번만 물어보려고 합니다. "언제까지 필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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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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