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온라인 게임에서 질문 잘하는 법

묻기 전에, 왜 묻는지 한 줄을 앞에 붙입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꾸벅)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 낮에는 따뜻한데 해가 지면 금방 쌀쌀해지네요. 일교차가 커서 감기 걸리기 쉬운 때이니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질문'에 대해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저는 누가 말을 할 때 속으로 두 가지 질문을 붙들고 듣는 편입니다. 하나는 "그래서 결론이 뭐지?", 또 하나는 "이 이야기가 끝나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입니다. 이야기가 이리저리 흘러도 이 두 가지를 붙들고 있으면 대개 흐름을 잃지 않습니다. 반대로 누가 저에게 질문을 하면 바로 답하지 않고 1~3초쯤 뒤에 답하는 버릇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 질문을 한 번 더 듣는 건데요. 이분이 진짜 궁금한 게 뭔지요.


잘 모르는 주제 앞에서도 이것저것 물어 가며 대화를 이어 가려는 편이라, 2024년 겨울에는 '질문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두 편이나 쓴 적이 있습니다. 한 편에는 육하원칙을 넣어 묻는 공식을 적었고, 다른 한 편에는 현재 질문, 가설 질문, 열린 질문, 중립적 질문, 감정 질문, 목표 질문까지 질문의 종류를 여섯 가지로 나눠 적었습니다. 질문을 잘하려면 그 주제를 사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했었는데요. 사랑의 어원이 '사량', 그러니까 생각의 양이라서 사랑하는 만큼 궁금한 게 생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회사에서 질문이 꼬였던 날들을 하나씩 돌아보면, 공식이나 종류를 몰라서 꼬인 날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제 머릿속 사정을 상대가 모른다는 걸 잊고 물었던 날이더라구요. 그 사이에 겪고 고쳐 온 것들을 오늘 차근차근 적어 보겠습니다.


1. 왜 묻는지를 앞에 한 줄 붙입니다


예전에 교육회사에서 과정을 기획할 때, 수업해 주실 강사님을 찾아 모시는 것도 제 몫이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께 전화나 화상으로 부탁을 드리는 일이 많았는데요. 그때 제가 생각보다 질문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어느 날 한 강사님과 온라인으로 처음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분은 다른 교육회사에서 수강생 질문을 받아 주는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하나였습니다. 그 일이 언제 끝나야 저희 수업을 맡아 주실 수 있는지. 속으로는 몇 달 뒤쯤을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언제부터 여유가 생기세요?"였습니다. 그분은 "지금도 여유롭습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틀린 답이 아니었죠. 제가 달력을 묻는다는 걸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네 번을 돌고 나서야 그 일이 끝나는 날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그쯤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한 줄만 붙였으면 한 번에 끝났을 질문이었습니다.


그분께 비슷한 실수를 한 번 더 했습니다. "수업도 같이 하실 수 있나요?"라고만 여쭤봤는데요. 사실 제가 걱정한 건 저희 수업 시간에 그쪽 수강생 질문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걱정을 그대로 말씀드리고 다시 여쭤보니 답이 바뀌었습니다. 처음엔 된다는 쪽이었는데, 회사에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상대는 자기 기준으로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를 앞에 두었을 때는 일이 쉽게 풀렸습니다. 새 수강생 반 준비를 두고 선배와 짧게 회의를 한 적이 있는데, 시작하자마자 "그 뒤 일정이 안 정해져서 뭘 채워야 할지 여쭤보려고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선배가 바로 달력을 펼치셨습니다. 첫 주는 수요일 하루만 수업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제 질문도 하나로 줄었습니다. "그럼 수요일에 뭘 할지만 정하면 되겠네요." 그 회의는 몇 분 만에 끝났고, 제 할 일은 일정표 하나 정리해 드리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질문 앞에 "제가 이걸 여쭤보는 이유는요" 한 줄을 붙이려고 합니다. 상대는 제 사정을 모르니까요. 길게 쓸 필요도 없고, 무엇 때문에 묻는지 한 줄이면 충분했습니다.


2. 어디까지 알아들었는지를 같이 말합니다


예전 온라인 게임에서 한 회의에 들어갔을 때의 일입니다. 함께 일하던 부서의 담당자분이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였는데요. 설명은 매끄러웠고 문장마다 있어 보이는 단어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 그림이 하나도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두 가지 질문을 붙들고 끝까지 들었는데도 결론을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그분께 "이 회의의 결론이 뭐예요?", "그래서 저희가 어떤 행동을 하면 좋겠다는 거죠?" 하고 여쭤봤습니다. 그분은 답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정말로 몰라서 물은 거였고, 몰아세우려던 질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때 당시를 생각해 보면 좀 예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 입장에서는 제가 쏘아붙인다고 느끼셨을 수도 있으니까요. 질문은 했지만 질문을 담백하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죠.


돌아보면 "하나도 모르겠다"는 질문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디까지 따라갔고 어디서 끊겼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상대도 그 자리부터 이어서 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모르는 말이 나오면 "그게 무슨 뜻이에요?" 대신 "제가 이해한 건 이런 뜻인데, 맞을까요?"라고 여쭤보려고 합니다. 제 말로 한 번 풀어서 내밀면 상대도 몰리는 느낌 없이 고쳐 주실 수 있습니다. 틀렸으면 틀렸다고, 맞으면 거기서부터 이어서 말씀해 주십니다.


자료를 찾다가 막혔을 때도 비슷합니다. 제가 이미 확인한 걸 상대가 또 확인하면 시간이 두 번 듭니다. 그래서 "지난 회의록이랑 작년 자료는 봤는데 기준이 안 보여서요. 혹시 따로 정리된 게 있을까요?"처럼 어디까지 해 봤는지를 앞에 적습니다. 이 한 줄이 있으면 상대도 겹치는 설명을 건너뛰십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제가 이해한 내용을 세 줄로 적어 들고 가서 "이렇게 이해했는데 맞을까요?" 하고 여쭤볼 때도 있는데요. 다시 묻는 게 민폐 같아서 망설이던 때도 있었지만, 막상 해 보니 오히려 고마워하시는 분이 더 많았습니다.


3. 답하기 쉬운 모양으로 잘라서 묻습니다


질문 하나 때문에 답을 오래 기다린 적도 많습니다. 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답이 안 오면 사흘쯤 지나 똑같은 문장을 하나 더 보냈습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건 확인되셨을까요?" 그러면 대부분 또 조용했습니다. 답이 안 온 메시지를 모아 다시 읽어 보니 제 질문이 문제였던 때가 많더라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처럼 상대에게 기획을 시키는 질문이었고, 언제까지 필요한지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바쁜 분일수록 그런 질문은 뒤로 밀립니다.


그래서 요즘은 고를 수 있게 잘라서 드립니다. "A로 가면 이번 주 안에 되고, B로 가면 다음 주까지 갑니다. A로 진행해도 될까요?" 이렇게 여쭤보면 답장은 한 줄이면 됩니다. 기한도 같이 적습니다. "급한 건 아니고 목요일까지만 주시면 됩니다"라든지, "목요일까지 말씀 없으시면 A로 준비해 두겠습니다"라든지요. 그러면 상대도 순서를 정할 수 있고, 저는 기다리는 동안 손이 놀지 않습니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묻지 않으려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세 개를 붙여 보내면 보통 하나만 답이 오더라구요.


이걸 처음 몸으로 느낀 건 몇 년 전 작은 사업을 할 때였습니다. 팝업 식당 공간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 셰프로 보이는 분 100명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보낸 문장은 두 줄이었습니다. "팝업 레스토랑 계획 있으신가요?", "준비하시면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까요?" 저희 서비스 이야기는 한 줄도 넣지 않았는데, 72명이 답을 주셨고 그중 50명은 인터뷰까지 응해 주셨습니다. 제안을 받으면 판단을 해야 하는데, 질문을 받으면 아는 걸 말하면 되니까요. 그 사람만 답할 수 있는 질문 하나가 긴 설명보다 훨씬 잘 닿았습니다.


돌아보면 질문이 꼬였던 날은 대부분 질문이 제 머릿속에서만 완성돼 있던 날이었습니다. 왜 묻는지, 어디까지 알아들었는지, 무엇을 골라 주시면 되는지를 상대가 모른 채로 받으니 엉뚱한 답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24년에 적어 둔 육하원칙도 결국 이 빈칸을 채우는 방법이었구나, 하고 요즘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일은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질문 맨 앞에 왜 묻는지가 적혀 있는지부터 한 번 더 읽어 보려고 합니다.


다들 회사에서 질문하실 때 꼭 붙이시는 한 줄이 있으신가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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