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 하루에 한 가지를 끝까지 하는 법

바빴는데 끝낸 일이 없는 날, 저는 아침에 한 줄을 먼저 적습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꾸벅)
퇴근길은 괜찮으셨나요? 화요일 저녁은 한 주가 이제 막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때라 그런지, 집에 오는 길에 오늘 뭘 했는지 한 번씩 되짚어 보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되짚어 볼 때 가끔 좀 허탈한 날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움직였는데, 막상 "오늘 끝낸 일이 뭐지?" 하고 물으면 대답이 잘 안 나오는 날입니다. 메일에 답하고, 자료를 열었다가 닫고, 메신저 알림을 확인하고, 다시 자료로 돌아왔다가 전화를 받고. 분명 바빴는데 손에 쥔 게 없는 느낌이죠. 다들 한 번쯤 겪어 보셨을 것 같습니다 ㅎㅎ


그래서 오늘은 '집중'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합니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고, 하루에 한 가지를 끝까지 하기 위해 제가 해 보고 남긴 방법들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집중을 마음먹기의 문제라고 여겼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자꾸 딴 데로 새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집중력이나 시간 관리에 관한 바카라을 여러 권 찾아 읽었는데요. 읽다 보니 결국 한 가지로 모이더라구요. 오늘 무엇을 할지 먼저 정해 두는 것이었습니다. 정해 둔 게 없으면 그날 가장 먼저 울리는 알림이 제 하루의 순서를 대신 정해 버립니다.


아침에 한 줄을 먼저 적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출근해서 메일을 열기 전에 한 줄을 먼저 적습니다. "오늘 퇴근 전까지 이것 하나는 끝낸다." 할 일 목록이 따로 있어도 이 한 줄은 따로 씁니다. 목록에는 일이 여러 개 있지만, 오늘 끝까지 갈 일은 그중 하나라고 정해 두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한 줄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다 급해 보이고, 다 중요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고를 때 저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1) 이 일이 끝나면 다른 일이 같이 풀리는가. 예를 들어 자료 하나를 끝내야 회의 일정도 잡히고 다른 사람도 일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게 오늘의 한 가지입니다.
2) 오늘 안 하면 내일 더 커지는가. 답장 하나를 미루면 다음 날 확인 메일이 두 통 오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작아 보여도 먼저 끝냅니다.
3) 오늘 안에 정말 끝낼 수 있는 크기인가. "제안서 만들기"는 하루에 안 끝나도 "제안서 첫 장 완성"은 끝납니다. 너무 크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는 만큼으로 잘라서 적습니다.


적는 말도 조금 신경 씁니다. "자료 작업"처럼 적어 두면 퇴근할 때 이게 끝난 건지 아닌지 스스로도 판단이 안 됩니다. 그래서 끝난 모습이 보이게 적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회의 자료 앞부분까지 쓰고 팀에 먼저 공유하기", "미뤄 둔 답장 전부 보내기" 같은 식입니다. 이렇게 적어 두면 퇴근 무렵에 됐는지 안 됐는지가 한눈에 보이고, 덜 됐다면 무엇이 남았는지도 바로 보입니다.


이렇게 한 줄을 적어 두면 하루 중간에 다른 일이 끼어들어도 돌아올 자리가 생깁니다. 급한 전화를 받고 나서, 회의를 마치고 나서 '아, 내가 오늘 이걸 끝내기로 했지' 하고 다시 그 자료를 엽니다. 예전에는 끼어든 일을 처리하고 나면 그다음에 뭘 할지 다시 고민했는데, 그 고민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 할지도 같이 정해 둡니다. 저는 머리가 가장 맑은 오전에 그 한 가지를 먼저 붙잡는 편입니다. 오후로 미루면 회의와 연락이 쌓이면서 시작도 못 하고 하루가 끝나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오전 중에 비어 있는 두어 시간을 골라 일정표에 미리 막아 두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냥 빈 칸이지만, 저한테는 오늘의 한 가지를 하는 시간입니다.


끊기는 자리를 줄입니다


한 가지를 정해도 중간에 계속 끊기면 끝까지 가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집중이 깨지는 순간을 한동안 가만히 살펴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 제 손으로 끊고 있더라구요. 자료를 쓰다가 막히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메일함을 열고 있었습니다. 막히는 게 불편하니까 쉬운 일로 도망가는 것이죠.


그걸 알고 나서 몇 가지를 바꿨습니다.


1) 한 가지를 하는 동안에는 그 일에 필요한 창만 열어 둡니다. 메일과 메신저는 창을 아예 내려 둡니다. 보이면 누르게 되더라구요.
2) 확인하는 시간을 정해 둡니다. 저는 한 덩어리를 마칠 때마다 메일과 메시지를 몰아서 봅니다. 정말 급한 일이라면 전화가 오기 마련이라, 걱정했던 것보다 놓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람이 찾아올 때는 조금 다르게 합니다. 누가 급하게 말을 걸면 하던 걸 바로 멈추기보다, "지금 하던 것만 정리하고 바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하고 한 번 여쭤봅니다. 생각보다 대부분은 괜찮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짧은 틈에 어디까지 했는지 한 줄 적어 두면,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정말 급한 일이면 그 자리에서 바로 돕습니다. 그럴 때도 하던 자리를 한 줄 남겨 두는 건 똑같이 합니다.


그리고 막히면 메일함 대신 종이에 적습니다. 어디서 막혔는지, 무엇이 모자란지를 한 줄로 적어 두면 다른 데로 새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게 도움이 제일 많이 됐습니다. 막히는 순간은 대부분 그 일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거기서 다른 일로 넘어가면 다음에 돌아왔을 때 또 같은 자리에서 막혔습니다. 그래서 막힌 자리를 적어 두고 조금만 더 붙잡고 있으려고 합니다. 그 고비를 넘기면 나머지는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끝까지 간다는 것


예전에 30km를 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붙잡고 있던 생각은 "다음 1km만 가자" 하나였습니다. 거리 전체를 생각하면 다리가 먼저 무거워지는데, 바로 앞만 보면 그냥 뛰어집니다. 그냥 뜁니다. 그냥. 그렇게 가다 보니 끝이 나와 있었습니다.


필사를 할 때도 비슷했습니다. 바카라 한 권을 손으로 옮겨 적다 보면 중간에 건너뛸 방법이 없습니다. 한 문장을 다 써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고, 오늘 쓸 만큼을 다 써야 펜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답답했는데, 하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지금 이 문장 말고는 신경 쓸 게 없었으니까요.


일도 비슷하다는 걸 좀 느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를 끝까지 하려면 끝낼 수 있는 크기로 정해 두고, 그 앞만 보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끝낼 한 가지를 아침에 적어 두고, 막혀도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것. 제가 찾은 집중은 이게 거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끝냈으면 끝냈다고 표시합니다. 아침에 적은 한 줄에 줄을 긋는 것입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퇴근길에 '오늘 이건 끝냈다'가 하나라도 있으면 하루를 되짚을 때 마음이 꽤 편해집니다.


한 가지를 끝낸 뒤의 시간은 자잘한 일에 써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밀린 메일을 정리하고, 내일 볼 자료를 미리 열어 보고, 동료가 부탁한 일을 도와드립니다. 이미 하나를 끝내 둔 상태라 이런 일을 할 때도 마음이 덜 쫓깁니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순서만 바꿨을 뿐이고,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덜 흩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매일 이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하루를 통째로 가져가는 날도 있고, 한 줄을 적어 놓고 결국 못 지키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 날은 그 한 줄을 다음 날 아침에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다시 적는 것만으로도 오늘 무엇부터 할지는 정해지니까요.


내일 아침에는 메일을 열기 전에 한 줄을 먼저 적어 보려고 합니다. 오늘 퇴근길에 그 한 줄을 미리 생각해 두면 아침이 조금 더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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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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