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 다른 팀과 협업 잘하는 법

일을 부탁하기 전에 그 팀의 일정과 사정부터 알아 둡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꾸벅)

오늘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가을이 깊어지면서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꽤 차가워졌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협업'에 대해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끝낼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구요. 자료 하나를 만들어도 숫자는 다른 팀에서 받아 와야 하고, 행사 하나를 열어도 장소며 홍보며 안내며 각각 다른 분들 손을 거쳐야 끝이 납니다. 그래서 일을 잘하고 싶으면 다른 팀과 같이 일하는 것도 잘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교육회사에서 과정을 기획하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과정 하나를 열려면 강사님을 섭외하고, 설명회를 준비하고, 운영을 맡은 분들께 일정을 넘겨야 했는데요. 그때 저는 협업을 '부탁을 잘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필요한 게 생기면 정중하게 부탁드리고, 날짜를 잘 지켜 달라고 한 번 더 말씀드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일이 자꾸 마지막에 꼬였습니다. 부탁은 분명 드렸는데, 받는 쪽에서는 그게 갑자기 떨어진 일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저는 일을 좀 더 매끄럽게 하고 싶어서 협업이나 관계에 관한 바카라들을 찾아 읽었는데요. 바카라마다 표현은 달랐지만 결국 비슷한 이야기였습니다. 상대가 무엇으로 평가받고 언제 바쁜지를 알면, 같은 부탁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것. 그 뒤로 몇 년 동안 이걸 붙잡고 일하면서 조금씩 바꿔 온 것들이 있어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차근차근 적어 보겠습니다.


1. 부탁하기 전에 그 팀의 사정부터 여쭤봅니다


예전의 저는 제 일정만 보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까지 자료가 필요하면, 그 날짜를 적어서 보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주가 그 팀의 마감 주간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저한테는 작은 부탁 하나였지만, 그 팀에게는 제일 바쁜 주에 끼어든 일이 되어 버립니다. 일이 늦어지면 저는 속으로 '왜 이렇게 늦지' 하고 답답해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날짜를 고른 건 저였습니다.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좀 부끄럽네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팀과 일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는 먼저 알아 두려고 합니다.


1) 그 팀이 언제 바쁜지

2) 그 팀이 무엇으로 평가받는지


1번은 담당자분께 "요즘 언제가 제일 바쁘세요?" 하고 한 번만 여쭤봐도 대부분 알려 주십니다. 월말에 숫자를 맞추는 팀도 있고, 분기 초에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없는 팀도 있는데요. 알고 나면 부탁하는 날짜를 그 바쁜 주를 피해서 잡을 수 있습니다.


2번은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게 됩니다. 어떤 팀은 정확해야 하고, 어떤 팀은 빨라야 하고, 어떤 팀은 문제가 안 생기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정확함이 중요한 팀에 "대충이라도 빨리"를 부탁드리면, 그분들 입장에서는 제일 하기 싫은 일을 부탁받는 셈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팀에 숫자를 부탁드릴 때는 "급한 건 아니니까 확인 다 끝난 숫자로 금요일까지 주시면 됩니다"처럼 그분들이 신경 쓰는 쪽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같은 부탁인데도 답이 훨씬 편하게 돌아왔습니다.


그 팀이 쓰는 말을 같이 쓰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팀마다 같은 일을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를 때가 있는데, 제 쪽 말로만 이야기하면 상대가 한 번 더 번역해서 들어야 하니까요. 저는 처음 같이 일하는 팀이 있으면 그쪽에서 보내 준 메일이나 자료를 한두 개 읽어 보고, 자주 나오는 단어를 메모해 둡니다.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말이 통하기 시작하면 회의 시간도 확실히 짧아지더라구요.


이건 회사 밖 분들과 일할 때도 똑같았습니다. 교육회사에서 강사님을 섭외할 때,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날짜와 주제를 정리해서 바로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강사님들은 대부분 여러 곳의 강의를 함께 맡고 계셔서, 강의가 몰리는 시기에는 아무리 좋은 제안이어도 일정이 안 맞았습니다. 그 뒤로는 날짜를 정하기 전에 "요즘 강의가 많은 달이 언제세요?"부터 여쭤봤고, 가능하면 그분 일정이 덜 바쁜 쪽으로 과정 일정을 맞췄습니다. 그렇게 맞춘 과정은 강사님도 준비를 더 넉넉하게 해 오셨고, 다음 과정을 부탁드릴 때 먼저 시간을 내 주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의견이 갈릴 때도 상대 사정을 먼저 아는 게 꽤 도움이 됐습니다.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다를 때가 꼭 생기는데요. 예전에는 제 쪽 이유를 더 열심히 설명하면 상대가 따라와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길게 설명할수록 상대도 자기 쪽 이유를 길게 꺼냈고, 회의는 길어지는데 정해지는 건 없었습니다. 요즘은 의견이 갈리면 먼저 "그쪽에서 이건 꼭 지켜야 하는 게 있으세요?" 하고 여쭤봅니다. 들어 보면 꼭 지켜야 하는 건 한두 가지였고, 나머지는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한두 가지를 먼저 알고 나면 그 선 안에서 제가 원하는 걸 맞춰 보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구요.


그래도 안 정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을 시작할 때 "의견이 갈리면 누가 정하는지"를 미리 한 줄로 정해 두려고 합니다. 두 팀의 윗분 중 한 분일 수도 있고, 이 일을 처음 맡기신 분일 수도 있습니다. 이게 안 정해져 있으면 의견이 갈렸을 때 서로 상대가 양보하기만 기다리게 되고, 그 사이에 일정이 밀립니다. 정할 분이 계시면 두 팀이 각자 이유를 한 장에 정리해서 가져가면 되니까, 얼굴 붉힐 일도 줄어듭니다.


부탁을 꺼내는 때도 중요했습니다. 예전에는 제 쪽에서 다 정해 놓고 마지막에 필요한 부분만 부탁드렸는데요. 그러면 받는 쪽은 이미 정해진 일정과 모양에 맞춰야만 하니, 무리가 생겨도 말할 자리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처음 계획을 세울 때 그 팀에 한 번 먼저 보여 드립니다.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쪽에서 손이 가는 부분이 여기쯤일 것 같습니다.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요?" 정도로요. 이렇게 일찍 보여 드리면 이 날짜는 어렵다거나, 이 모양보다 저 모양이 더 빠르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미리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들었으면 일정을 통째로 다시 짜야 했을 이야기들이죠.


2. 넘길 때는 받는 분이 다시 묻지 않아도 되게 적습니다


협업에서 제가 가장 많이 놓쳤던 건 넘겨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 일이 왜 필요한지, 어디까지 정해졌는지,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가 다 들어 있으니, 넘길 때도 몇 줄만 적어 보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받는 분은 그 배경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그 몇 줄을 읽게 됩니다. 그러면 질문이 돌아오고, 저는 다시 설명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 이틀이 훌쩍 지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른 팀에 일을 넘길 때, 받는 분이 궁금해할 만한 걸 한 메시지에 다 적어 보내려고 합니다. 무엇이 필요한지, 언제까지 필요한지, 어디에 쓰이는지, 어디까지 정해졌는지, 막히면 누구에게 물으면 되는지 정도인데요. 여기서 날짜에는 그날인 이유를 한 줄 붙이고, 정해진 것과 안 정해진 것은 꼭 나눠서 적습니다. 정해지지 않은 걸 정해진 것처럼 넘겼다가 나중에 두 번 일하게 된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교육회사에 있을 때 운영팀에 지난 설명회 참석자 숫자를 부탁드린다면, 대략 이렇게 적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분기 설명회별 참석자 수를 표 한 장으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다음 주 화요일 오전 회의에서 다음 설명회 규모를 정하는 데 쓰려고 해서, 월요일 오후까지 주시면 됩니다. 회의에는 저희 팀장님과 운영 담당자분들이 들어오십니다. 날짜는 정해졌고 장소는 아직 미정입니다. 숫자 기준이 헷갈리시면 저한테 바로 물어봐 주세요." 받는 분 입장에서는 이 메시지 하나면 무엇을, 언제까지, 얼마나 다듬어서 드려야 할지가 대충 다 보입니다.


이렇게 다 적으면 메시지가 조금 길어집니다. 처음에는 너무 길게 보내는 것 같아서 좀 망설였는데요. 이렇게 보낸 일은 되묻는 질문 없이 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뒤로는 망설임이 좀 줄었습니다. 짧게 보냈다가 질문을 세 번 주고받는 것보다는 한 번 길게 보내는 게 서로 편했습니다. 그래서 보내기 전에 제가 그 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더 읽어 보고, 궁금한 게 하나라도 남으면 그 답을 미리 넣어 둡니다.


넘긴 뒤에는 중간에 한 번 여쭤봅니다. 기한이 일주일이라면 사나흘쯤 지났을 때 짧게 묻는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연락이 재촉처럼 들릴까 봐 기한까지 가만히 기다렸는데, 그러다 마감 날이 되어서야 중간에 막혀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받는 분 입장에서는 막혀도 먼저 연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탁한 쪽이 바쁠까 봐, 이 정도는 알아서 해야 할 것 같아서 혼자 붙잡고 계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중간에 여쭐 때는 "제가 더 드릴 자료가 있을까요?"처럼 제가 도와드릴 게 있는지를 묻는 말로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받는 분도 부담 없이 지금 어디쯤인지 말씀해 주십니다.


일이 끝난 뒤에 하는 것도 하나 있습니다. 같이 한 일이 어떻게 됐는지를 그 팀에 꼭 알려 드리는 건데요. 받은 숫자로 만든 자료가 어디에 쓰였고 어떤 결정이 났는지, 행사를 같이 준비했다면 몇 분이 오셨고 반응이 어땠는지를 짧게라도 전합니다. 다른 팀 입장에서는 자기 손을 거친 일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를 전해 드리면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고마운 일이 있었다면 그분께만 말씀드리지 않고, 그분의 윗분도 함께 보실 수 있는 자리에서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런 걸 속으로 '호의의 잔고'라고 부릅니다. 평소에 사정을 먼저 묻고, 넘길 때 정리해서 넘기고, 끝나면 결과와 고마움을 전해 두면 잔고가 조금씩 쌓이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 무리한 부탁을 드려야 할 때가 오면, 그 잔고가 있는 팀은 "이번만 해 드릴게요" 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반대로 급할 때만 연락하던 팀에는 같은 부탁을 드려도 답이 늦게 오곤 했고요. 그래서 그 팀에서 저한테 부탁을 주실 때도 되도록 빨리, 정리해서 답을 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부탁을 받는 쪽일 때 잘 해 드리는 것도 결국 잔고를 쌓는 방법이더라구요.


돌아보면 교육회사 시절에 일이 마지막에 꼬였던 건, 그 팀의 사정을 모른 채로 제 머릿속에만 있는 내용을 몇 줄로 넘겼던 탓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처음 같이 일하게 된 팀이 있으면, 메시지를 쓰기 전에 그 팀의 이번 달 일정부터 여쭤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들 다른 팀과 일하실 때 꼭 챙기시는 게 있으신가요? 저도 알고 싶습니다 :)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한 주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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