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실수를 빨리 알아차리는 법

일을 맡길 때 "틀리면 말해 달라"고 먼저 부탁하곤 합니다

by김도경 dkkim

안녕하세요, 김도경입니다. 얼마 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업무 기록을 정리하는 일을 AI에게 맡겼습니다. 몇 달 치 메모와 메시지가 곳곳에 나뉘어 있어서, 누가 무엇을 맡았는지 한 번에 보이게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맡기면서 이렇게 먼저 말해 뒀습니다. "분명히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많을 거야. 고쳐 가면서 도와줘." 며칠 뒤, 저는 두 건의 일을 한 동료가 맡았다고 확신하고 그렇게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AI는 제 말대로 기록을 고쳤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AI가 원래 기록 여섯 곳을 다시 대조해 보고는 그중 한 건은 다른 동료가 맡았다는 근거를 날짜와 함께 올려 왔습니다. 그날 틀린 건 저였습니다. 제 답은 짧았습니다. "맞네, 내가 착각했어." 혹시 내가 틀렸는데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아서 일이 꼬였던 분이 있을까 싶어, 그때 알게 된 것을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제가 정답은 아닙니다. 느낀 점을 공유드립니다.


1.

첫 번째로 알게 된 건 틀리면 말해 달라는 말은 맡기는 사람이 먼저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을 맡은 쪽은 보통 맡긴 사람의 말을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특히 맡긴 사람이 확신에 차서 말하면, 기록이 그와 달라도 '내가 잘못 봤겠지' 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처음에 그 한 문장을 해 두지 않았다면, AI는 제 착각을 그대로 옮겨 적고 끝냈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을 맡길 때 "제가 틀린 게 보이면 바로 말해 주세요"를 첫 줄에 적습니다. 사람에게 맡길 때는 이 말이 더 필요했습니다. 후배나 새로 온 동료는 윗사람의 말이 기록과 달라도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그 말을 꺼내도 괜찮다는 신호를 맡기는 쪽이 먼저 줘야, 상대도 부담 없이 "확인해 보니 조금 다른데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두 번째는 제 기억보다 기록을 먼저 보는 것입니다. 그날 저는 꽤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일이었고, 당연히 그 동료가 맡았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록 여섯 곳을 나란히 놓고 보니, 그 일을 처음 꺼낸 사람도, 마지막으로 정리한 사람도 다른 동료였습니다.

확신이 클수록 확인은 건너뛰기 쉬웠습니다.

그 뒤로는 "그거 누가 했었지?" 같은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억으로 답하고 싶을 때일수록 원래 기록을 먼저 엽니다. 메시지 한 줄, 회의록 한 줄이면 대부분 확인이 끝납니다. 잠깐이면 되는 확인을 건너뛰면, 나중에 엉뚱한 사람에게 연락하는 일이 생깁니다.


3.

세 번째는 틀렸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짧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근거를 보고 나니 할 말은 하나였습니다. "맞네, 내가 착각했어." 여기서 길게 변명하거나 왜 그렇게 기억했는지 설명하기 시작하면, 다음부터 상대는 말하기를 망설이게 됩니다. 짚어 줬더니 분위기가 무거워졌던 경험을 한 번 하면, 그다음엔 그냥 넘어가는 쪽을 고르게 되니까요. 짧게 인정하고 바로 고치면, 상대는 다음에도 편하게 말해 줍니다. 저도 그날 이후로 틀린 걸 짚어 주는 말이 조금 반가워졌습니다. 고칠 게 하나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일을 맡기는 사람도 틀립니다. 저는 생각보다 자주 틀립니다. 지난 화에서 요청을 분명하게 하는 법을 적었는데, 그만큼 중요한 게 틀린 말을 들을 준비를 해 두는 일이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점은 맡긴 일의 기준은 언제나 제 기억이 아닌 원래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을 맡길 때 1) "틀리면 말해 주세요"를 먼저 말하기 2) 기억보다 기록 먼저 열기 3) 틀렸다는 말엔 짧게 인정하기, 이 세 가지를 지켜 보려고 합니다. 혹시 누군가 내 실수를 먼저 짚어 줘서 고마웠던 경험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 주세요. (정말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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