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도 훈련이다

수영장 휴관일이 가르쳐준 것

by맛있는 하루

넷째 주 일요일이 다가온다. 벌써부터 시무룩 모드다. 둘째, 넷째 주 수영장 휴관일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처진다. 수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 아닐까 싶다.


수영장이 문을 여는 첫째, 셋째 일요일이면 인근 수영장 회원들끼리 짝을 지어 원정수영을 오는 분들을 종종 본다. 낯선 물,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헤엄쳐야 한다는 조급함까지 — 그 안에서 오히려 특별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 같다. 원정수영을 다니는 이들의 기동력과 열정이 부럽다가도, 나는 그 대열에 낄 수 없는 처지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오래전,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다. 그날 이후 한 달 넘게 고생했고, 그 뒤로 대중교통을 타는 일 자체가 두려워졌다. 지금도 버스는 거의 타지 않는다.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일 년에 한두 번 꼴로 택시를 부른다. 이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원정수영은 애초에 내 몫이 아니다.




"오늘도 그냥 집에서 쉬어?" 지난 번 휴관일에 남편이 물었다.

"응. 오늘도 제대로 쉬려고."


결국 수영장 휴관일은 나만의 쉬는 날로 정했다. 오전 7시 예배를 드리는 것 말고는 온전히 쉰다. 집 밖을 나서면 무슨 속도위반 과태료라도 부과되는 양, 마음을 다해 쉬기로 했다.


마음을 다해 쉰다는 것이 침대와 한 몸이 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집안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는 것으로 쉼을 시작한다. 새들의 노랫소리도, 습기를 머금은 여름 바람도 집 구경을 시켜준다. 눅눅해진 아들 녀석들의 침구도 세탁해 볕에 널고, 집안 곳곳에 자연을 들인다.


평소에는 내가 자연을 맞으러 나가지만, 수영장 휴관일에는 반대로 자연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는 의식을 치른다.


AI 생성 이미지 활용


아트메신저 이소영은 <그림 읽는 밤>에서 '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쉰다는 건 가만히 누워 있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끔은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것도 쉼이 될 수 있다. 햇빛을 받기 위해, 바람을 마시기 위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는 작은 움직임. 그것은 게으름도, 낭비도 아니다. 오히려 아주 단단한 결심에 가깝다." _p.99, 이소영, <그림 읽는 밤>


수영을 못 해 답답한 마음을 밀폐된 공간에 그냥 두지 않고, 자연을 집 안으로 불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에서 쉬고 있지만 부드러운 바람과 짹짹 새소리가 나를 찾아왔다가 돌아간다. 구름도 인사를 건네고는 어느샌가 사라진다. 햇볕이 쨍하게 들어와 기미 걱정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늘이 지고 휴관일도 저물어 간다.


한 달에 두 번, 나는 수영장 대신 집 안에 스며든 바람에 몸을 맡기며 정성껏 쉬려 애쓴다. 수영을 못 해서 시무룩해지는 대신, 몸과 마음에 쉼을 선물한다.


수영장 휴관일 다음 날, 물은 평소보다 조금 차갑다. 하루를 쉰 물은 또 얼마나 청량할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넷째 주 일요일이 오기도 전에, 그다음 날의 차가운 수온부터 기다려진다. 쉼이 있어야 이 설렘도 있다는 걸, 오늘도 몸이 먼저 안다.




[헤엄치듯 읽는 법]

교양미술 도서를 펼치면 바로 그 자리가 방구석 미술관이 된다. 작품 해설 한 줄 한 줄이 마치 나만을 위한 큐레이션 같아서,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수영장 휴관일, 몸은 물속에 들어가지 못해도 문장 사이사이를 자유형으로 헤엄쳐 다닌다. 그러다 바카라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물살을 가르던 그 감각이 문득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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