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스며든 수영
찌릿찌릿.
아침부터 심상치 않은 신호다. 맑은 날 허리가 뻐근하고 저릿하면 괜히 불안해진다. 흐리거나 비 소식이 있는 날이라면 허리디스크 통증 날씨 탓이라 여기고 넘겼을 텐데, 오늘따라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에 더 공을 들였다. 요가매트를 펴고 웨이브 베개 위에 골반을 얹어 뭉친 곳을 풀기 시작했다. 덜그럭 덜그럭. 굳어 있던 근육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곡소리를 냈다. 고양이 자세, 코브라 자세까지 허리 근육을 정성껏 풀어봐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위쪽 등까지 뻣뻣함이 번지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수영을 쉴까. 좀 더 누워 찜질을 하다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나갈까. 통증이 점점 위로 올라왔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하루, 수영장에 가기로 했다. 상태가 안 좋으면 씻기만 하고 병원으로 가면 될 일이었다.
살살 걸어 수영장으로 향했다. 온 김에 물속에서 걷기라도 해볼까 싶어 수영복을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냈다.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혀가며 수영복을 입었다.
입수. 한 바퀴, 두 바퀴. 천천히 물 속을 걸었다. 부력이 발걸음을 자꾸 붙드는 듯했다. 다리를 조금 더 높이 들어 올리며 걸음을 늦췄다. 헤엄칠 때는 그렇게 시원하던 수온이, 걷기만 하고 있으니 제법 서늘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물 위를 가만히 떠다녀볼까.
글라이딩을 길게. 몸이 수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요가매트 위 스트레칭으로도 깨지 않던 근육이 물속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잔뜩 화가 나 웅크려 있던 근육이, 물결에 화를 누그러뜨리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다. 수영이 관절과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전신 운동이라는 걸, 몸으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수영을 마치고 병원 진료까지 받고 나면 허리가 완전히 뻑나는 상황은 면할 수 있겠다 싶어, 조여 있던 마음도 조금씩 풀렸다.
부산의 동네바카라방 '주바카라공사' 주인 이성갑 작가는 <오늘도, 펼침>에서 이런 일화를 전한다. (p.47)
"바카라 읽으면 사는 데 도움이 됩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바카라은요, 답을 얻으려고 읽는 게 아니거든요. 대단한 걸 하려고 읽는 게 아니에요. 그저 삶의 사고에 균열을 내는 겁니다. 스며드는 겁니다. 서서히요. 깊이 스며든 사고는 삶에 어떠한 순간이 와도 잘 대처하게 해줘요."
습관처럼 수영장에 왔을 뿐이다. 시큰거리는 통증과 뻐근함이 씻은 듯 사라지길 기대한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20바퀴를 채우겠다는 욕심도 없었다. 그저 물 속에서 걷고, 수면 위를 떠다니고 싶었을뿐. 물결에 몸을 맡기다 보니 부력이 쪼그라든 근육을 슬며시 달래주었고, 한의원 침 치료도 한결 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수영도 어쩌면 바카라과 다르지 않다. 당장 답을 주지도, 대단한 걸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다만 물속에 몸을 담그는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삶의 어딘가에 조용히 스며들 뿐이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렇게 스며든 물의 기억은 몸과 마음이 흔들리는 어떤 날에도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 덕에, 오늘도 통증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하루를 헤엄쳐 나간다.
[헤엄치듯 읽는 법]
아파도, 당장 답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멈추지도, 무리하지도 말고 그저 천천히 계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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