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엔 완벽한 몸은 없다
캬아ㅡ.
사우나는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맛은 수영을 마친 후에나 난다. 헤엄치고 나와 샤워기 물줄기로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낸다. 그리고 열탕에 풍덩.
수영장 염소 냄새를 맡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하다. 휴관일에만 쉬는, 매일 오수완을 외치는 수영 중독자. 염소를 만나러 물에 들어가도, 나올 땐 사우나에서 그 기운을 몸 밖으로 빼내야 속이 후련해진다.
열탕에 2분. 차가운 수영장 기운을 뺀다. 온탕에는 10분. 뭉친 어깨에 부항을 붙이고 발가락 스트레칭까지 겸하며 반신욕을 한다. 밤마다 저리던 종아리가 나은 건 순전히 이 반신욕 덕분이다.
마무리는 찬물에 풍덩. 하지정맥류엔 반신욕이 좋지않지만, 다른 증상 때문에 하는 거라면 마지막엔 꼭 찬물로 늘어난 혈관을 수축시켜줘야 한다던 의사의 당부를 잊지 않는다.
이틀에 한 번은 저온 건식 사우나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수영과 반신욕으로 말랑해진 근육을 늘리다보면, "느그들이 이맛을 알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열탕, 온탕, 냉탕, 건식사우나, 다시 냉탕.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대중 목욕탕에서 옷을 벗고 이쪽저쪽 쏘다닐 줄은 정말 몰랐다.
지독한 체형 콤플렉스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있다.
콤플렉스란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만성적인 감정, 쉽게 말해 열등감이다.
내 몸은 겉도 속도 온통 열등감 투성이다. 겉으로는 가슴과 등이 구분 안 될 만큼 똑같고, 속으로는 허리 디스크 하나 없다. 한번 허리를 삐끗하면 몇 달씩 병원 신세를 졌다. 그때마다 머리카락은 푸석해지고 가슴은 야위었다. 머리카락은 각종 단백질 앰플과 에센스를 들이부은 끝에 겨우 회복됐다. 가슴은 아니었다. 없어진 채로, 계속 없다.
이제 상반신엔 살이라고는 거의 없다. 거울 앞에 서면 피부 한 겹 아래로 갈비뼈와 등뼈가 다 비칠 지경이다.
처음엔 이 초라한 몸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수영 전후로 샤워만 후다닥 하고 나왔다. 같은 수영장을 다닌 지 2년 반. "이쯤이면 볼 사람은 다 봤겠지" 싶었다. 하루 이틀 샤워 시간을 늘리다 보니, 그제야 다른 이들의 몸도 눈에 들어왔다.
완벽해 보이던 몸에도 저마다의 그늘이 있었다.
수영장 밖에서 만나면 영락없는 패셔니스타인 언니가 탕 안에서는 친정엄마의 뒤태를 하고 있다. 키가 커서 부럽던 사람은 알고 보니 다리가 아니라 허리가 긴 몸이었다. 어깨의 검버섯이 콤플렉스라 탕에서도 어깨를 웅크리는 사람, 근육질 상체가 부러웠는데 하체는 젓가락처럼 가는 사람.
애정하는 에세이 한 편이 떠올랐다.
"맨몸으로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슬롯적 지위나 소유의 많고 적음 따위는 수증기처럼 흩어진다. 목욕탕에서는 몸의 나이만 두드러진다. 어린 몸, 젊은 몸, 늙은 몸. 어떤 몸이든 종국에는 늙게 되어 있다. 몸에는 인생의 자취가 새겨진다." _p.41, 정혜덕, <아무튼 목욕탕>
저자는 목욕탕에서는 몸의 나이만 두드러진다 했지만, 내겐 조금 다르게 읽혔다. 목욕탕엔 애초에 완벽한 몸이 없다고 말이다.
몸을 바꾸기 전에는 못 벗어날 줄 알았던 콤플렉스를, 수영 후 목욕을 통해 벗어냈다. 벌거벗은 채로 극복한 몸 콤플렉스.
아니, 지금도 콤플렉스는 있다. 다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말할 수 있다.
"체형 콤플렉스요? 네, 있어요. 제 몸이 부끄러울 때도 있고요. 근데 뭐, 어차피 다 비슷해지던데요. 어린 몸이든 젊은 몸이든, 결국엔 다 늙은 몸이 되니까요. 콤플렉스가 있어도 제 인생의 자취는 우아하게 새겨보려고요. 그 위에 수영선수 근육 하나 얹어서요."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나는 다시 냉탕으로 향한다. 찬물이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훑고 지나가면, 콤플렉스도 잠시 소름과 함께 흩어진다. 오늘도 그렇게, 벌거벗은 몸으로 하루를 헹궈낸다.
[헤엄치듯 읽는 법]
콤플렉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좋아하는 것과 함께 지내다 보면, 어느새 그것을 견디는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된다. 나는 그걸 물속에서 배웠고, 누군가는 바카라장 사이에서, 또 누군가는 전혀 다른 곳에서 배워갈 것이다. 콤플렉스를 이기는 방법은 아마 하나일 것이다. 그보다 조금 더 사랑하는 무언가를 곁에 두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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