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세 번의 칼빵을 맞았다.
기존의 주방칼은 전부 버리고, 요리용 대형칼과 중형칼 그리고 과도를 구매했다.
깨끗하게 소독한 칼을 씻어내기 위해 맨손으로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칼날을 닦았는데 따끔한 느낌과 함께 손에서 피가 후드득 떨어졌다.
10분 이상 지혈을 해야 할 정도로 깊게 베였다.
남편과 아들이 깜짝 놀라 뛰어왔다.
아들 앞이라 의연한 척 행동했지만 속으로 깜짝 놀랐다.
기존에 쓰던 칼은 전부 물려받은 것이었다.
시어머니가 절대 칼과 그릇을 사지 말라고 전화로 수차례 신신당부 하며 멀리서 수건에 돌돌 말아 가져온 것들이다.
주방놀이에 크게 관심이 없던 불량주부는 요리 스케일이 크지 않아서, 오랜 기간 선물 받은 주방칼과 그릇들을 사용했다.
기존의 칼은 아주 무뎠다.
맨손에 수세미로 칼날을 팍팍 닦아내어도 손에 조금의 타격이 없을 정도였지만, 뭐 그래도 잘리기는 잘렸다.
아주 무디게.
어린이들 안전가위 같은 정도로 말이다.
기존 주방칼과 그릇들은 이제 안녕이다.
너희들의 쓸모를 다 했다.
가라!
다이소에서 구매한 플라스틱 도마를 버리면서 비싼 편백나무 도마로 바꾸고 기존의 칼을 버리면서 유명한 장인의 칼을 구매한 날 신고식을 제대로 당했다.
무려 칼빵을 세 번이나 맞다니!
기존에 설거지하듯 했을 뿐인데, 장인의 칼의 기세가 대단했다.
오른쪽 검지 손가락은 제법 깊게 베였다.
네 번째 손가락은 야채를 썰다가 손톱이 날아갔다.
엄지손가락은 매우 억울한 게 너무 쫄려서 덜덜덜 떨면서 과일을 잘르다 그만 톡 부딪쳤을 뿐 인데도!
얼마나 무서운지 지금은 목장갑을 끼고 최대한 초집중하며 칼을 사용하고 있다.
새것은 늘 조심해야 한다.
그래도 뭐 덕분에 새것을 대할 때 안전가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사하겠다.
요즘엔 사람을 만나지 않고, 수도자와 같은 마음으로 집에서 칩거 중입니다.
지난 2년간 취미생활, 공부, 온라인 게임 등 오만가지 외부활동을 하며 분별없이 사람을 만나고 시간만수르 마냥 다니다 보니 집안꼴이 꼬질꼬질하게 되었습니다.
칼빵 세 번 맞을 동안 소독약을 들고 후다닥 쫓아온 사람은 아내의 온갖 구박을 받으며 사네마네 하는 남편이었고, 카봇밴드를 잽싸게 집어 들고 호--- 를 해주겠다며 달려온 아들이 전부입니다.
앞으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습니다.
안에서 바가지가 안 새야, 밖에 나가도 안 새겠지요.
그리고 제가 박터진 바가지 였음을 조심스럽게 고백하며... ?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