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앙리 마티스의 그림에서 시작된 저의 개인적인 상상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드뷔시의 곡 L’isle joyeuse, CD109를 들으시며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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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금붕어가 있다. 아주 영롱한 어항에 담겨있는 깨끗한 물에, 다섯 마리의 금붕어가 헤엄친다. 나는 언니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아, 내가 뭐 사고뭉치라던지,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나랑 언니는 정말 친한 사이이고, 내가 다니는 대학교가 언니의 자취방과 가깝다는 것이 단순한 이유였다. 언니는 회사를 다니느라 매일이 바쁘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니까, 사실은 거의 내 집이나 다름없다. 이 집도 아마 나를 더 친근하게 생각할걸. 내가 더 오래 이 공간에 흔적을 남기니 말이다.
집은 순전히 언니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 전혀 모르는 여자 모델들 사진이 걸려있는 벽면, 뜬금없이 벽에 걸려있는 붉은 카펫, 그리고 언니의 갈색 바카라상까지. 우리 언니 취향은 나와는 그다지 맞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나름 얹혀살고 있기 때문에 언니 취향에 반기를 들지는 않는 편이다. 모든 것이 조화롭지 않은 언니의 집, 그곳에 또 영문도 모른 채 살고 있는 금붕어. 나는 처음엔 금붕어에 큰 관심이 없었다. 어린 시절 집에서 작은 물고기 몇 마리 키워보지 않은 아이들이 있을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언니 집에서 마주한 그 금빛깔의, 입을 뻐끔거리는 생명체는 나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이번 여름은 유독 더운 것 같았다. 밖에 나갔다 오면 땀에 젖어서 헥헥거리기 일쑤였으니까. 학교를 나가지 않고, 날씨까지 더우니, 나는 더욱 집에서 나가지 않는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언니 집에 있는 에어컨은 작지만, 자취방을 서늘하게 유지하는 데는 아주 큰 역할을 했다.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에어컨을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바카라을 읽거나, 아니면 영화를 보곤 했다. 최고기온이 35도를 찍은 어느 오후, 에어컨이 덜덜거리며 더위를 몰아내려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던 날, 나는 선풍기를 틀고 누워있었다. 그런데 거실 쪽에서 찰박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굉장히 거슬렸다. 사실 일어나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찰박거리는 소리가 스타카토처럼 끊겨서 멈추지 않고 나는 것이다.
나는 약한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켜서 거실로 나갔다. 거실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 뭐가 있으면 무서운 것 아니겠는가. 집엔 나 혼자만 있는데.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또 한 번 찰바닥, 하는 소리가 내 귓가로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어항, 금붕어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금붕어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다섯 마리의 금붕어들은 왠지 모르게 느리게 헤엄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 힘겨워보였다.
“너네도 덥구나?” 나는 중얼거리며 그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보았다.
그 순간, 금붕어 한 마리가 꼬리를 파닥거리며 수면을 세게 쳤다. 찰박, 거리는 소리가 그의 꼬리에서, 아니 수면에서 작게 울려 퍼졌다. 아, 이 소리였구나. 나는 어이가 없기도, 아니 어쩌면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작은 물고기가 왜 꼬리를 파닥거리는 것인지, 왜 수면까지 올라오는 것인지, 그 녀석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날부터 나는 금붕어들을 관찰했다. 아주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하던 짓을 말이다. 지금 스물두 살이나 된 내가, 그들을 관찰하면서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 그 찰박거리는 소리를 또 듣고 싶었다. 그 소리는 왠지 모르게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마치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한 느낌이, 그런 욕구가 계속 솟구쳐 오르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 숨을 쉬지 못하다가 쉴 수 있게 된 곳에 도착했을 때, 큰 자유의 한숨을 내쉬는 듯한 그런 느낌말이다.
어항은 작았다. 금붕어 다섯 마리를 품기에 그 어항은 너무나도 작았다. 그들이 그 좁은 어항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헤엄칠 때, 그들이 불안해 보인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루는 언니와 저녁을 먹으며 금붕어 이야기를 꺼냈다.
“언니, 저 금붕어들은 언제 데려온 거야? 어항이 너무 좁지 않아?”
“금붕어? 아, 쟤네 친구한테 선물 받은 건데. 별 신경을 안 쓰고 있었네. 야, 고작 금붕어인데 뭘. 어항이 뭐가 좁아, 저 정도면 괜찮지.”
와, 우리 언니는 금붕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심지어 좁지 않다니, 매일 금붕어를 관찰하는 나에겐 그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다. 아마 내가 그들을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갑자기 그런, 언니가 들었으면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했을 법한 것을 생각해 냈다.
더위가 사그라들지 않는 날들 중 하루, 나는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로 들어가 큰 어항을 하나 샀다. 우리 금붕어 다섯 마리가 살고도 충분히 남을 곳 말이다. 그리고 어항 안에 넣을만한 자갈들과 여러 소품들도 같이 샀다. 어항을 내 마음대로 예쁘게 꾸미고, 그 안에 다시 금붕어들을 넣어주었다. 그 녀석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소심하게 어항 구석을 맴돌았다. 그들의 세상을 넓혀줬으니, 이젠 답답하지 않을 거야, 나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와서 금붕어들을 돌볼 수가 없었다. 언니에게 그들을 잘 돌봐달라고 말하고 나오긴 했지만 왠지 걱정이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짐도 풀지 않고 그들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자갈에 배를 붙이고 꼬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한 자리에 있었다. 불행해 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나는 그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찝찝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또 찰박, 하는 소리가 들렸다. 금붕어 한 마리가 수면 위에 올라와 또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에게 그 찰박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꼬리의 움직임, 그것들은 왠지 구조를 바라는 신호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여름의 끝자락에, 나는 어항에 있는 금붕어들을 비닐봉지에 넣고 집을 나섰다. 범죄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말이다.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30분만 가면 호수가 하나 나온다. 나는 호수의 사람이 없는 쪽으로 걸어가 호수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곳은 물살이 잔잔한 곳이었다. 너무 잔잔해서 물이 흐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호수였다. 조심스레 비닐봉지를 묶은 고무줄을 풀고, 나는 금붕어들을 호수에 놓아주었다.
내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다. 그 좁은 어항에서 살지 말고, 이젠 이 호수를 마음껏 헤엄치라고. 그 찰박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이곳에서 살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내가 풀어준 호수 구석에 그저 가만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나는 몸을 돌렸다.
찰박-
또 한 번, 그 소리가 들렸다. 찰박, 하는 소리. 내가 뒤를 돌아보자, 금붕어 다섯 마리가 모두 찰박거리고 있었다. 꼬리를 수면 쪽에 대고, 그들 앞에 펼쳐진 자유, 야생, 어쩌면 큰 모험일 될 수도 있는 그 드넓은 품을 그들은 보지 않았다. 그들이 보는 것은 내가 가진 비닐봉지였다. 작고 찢어질 듯 약한 비닐봉지를.
나는 호수에 다시 다가가 물을 비닐봉지에 받았다. 그리곤, 그들을 다시 봉지에 넣었다. 그들은 다시 평안한 모습이었다. 편안한 표정, 안정된 몸짓, 그리고 빛나는 금빛비늘.
그들은 여전히 언니의 바카라상 위, 그 작은 어항에서 헤엄친다. 언니의 작고 더운 자취방 안에서 아름다운 금빛 물결을 수놓으며.
나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들을 돌보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