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는 100유로였고, 피자는 2유로였다

byJongJong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전에 기술한 바와 같이 나는 해외여행을 가면 마트에 들르는 걸 좋아한다.

유명 관광지도 좋고, 현지 맛집도 좋다.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평소에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할 때는 마트만 한 곳이 없다.

물론 오전에 산타 카타리나 시장에 들러 여러 가지를 봤지만 그러면 어때... 또 보면 좋은 거지...

처음 보는 식재료도 볼 수 있고, 과일 하나가 얼마인지, 빵이나 우유는 얼마인지 보면서 대략적인 생활 물가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원래 요리와 식재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다른 나라 마트에 들어가면 그냥 장을 보러 온 느낌보다는 작은 식재료 박물관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그날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카탈루냐 광장 근처 마트에 들렀다.

뭔가를 꼭 사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궁금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평소에 뭘 먹고살까?


image.png


물고기를 이렇게까지 쌓아놓는다고?


매장의 구조는 여느 가게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곳 역시 다른 나라와는 특색이 없는 평범한 매장일 줄 알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수산물 코너였다.


나는 잠깐 멈춰 섰다.

‘와…….’

생선들이 얼음 위에 정말 잔뜩 쌓여 있었다. 한국에서도 마트 수산 코너를 많이 봤지만 느낌이 달랐다.

포장된 생선을 냉장 진열대에 하나씩 놓아둔 모습이 아니라, 커다란 생선들이 얼음 위에 통째로 누워 있었다.


image.png


그중에는 내가 보기에는 터봇처럼 생긴 커다란 넙치류 생선도 있었다.

둥글고 납작한 생선이 얼음 위에 그대로 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조금 신기했다.

‘얘네는 이런 생선을 평소에 사 먹는 건가?’

그 옆에는 연어도 판매하고 있었다.

평소에 비싸서 손님 대접할 때나 구매하는 연어를 필렛 채 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여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image.png


조금 더 옆으로 가니 이번에는 새우가 나왔다. 새우 역시 조금씩 포장해 둔 게 아니었다.

얼음 위에 그냥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유난히 빨갛고 커다란 새우가 하나 보였다.

가격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CARABINERO 99.90€/kg


카라비네로.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흔히 ‘새우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고급 새우였다.

그 녀석을 실제로 처음 본 순간 반가웠다. 그리고 가격을 본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와…… 한 번 먹었다가는 통장이 텅장이 되겠는데?’


하지만 정말 궁금했다. 새우의 왕은 대체 무슨 맛일까. 나는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1kg에 100유로 가까이하는 새우는 너무 강력했다. 결국 고귀한 자태 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image.png



치즈가 원래 이렇게 큰 거였어?


수산물 코너를 지나가다가 이번에는 거대한 치즈가 눈에 들어왔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였다.

단단한 경질 치즈이고, 파스타를 만들 때 갈아서 사용하는 치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봤던 파르미지아노는 대부분 조그맣게 잘려 진공 포장된 것이었다.

실제 치즈 덩어리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와... 생각 이상으로 훨씬 크다...’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볼 때와 직접 앞에 서서 보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나는 그 거대한 치즈를 보며

‘저 가운데에 파스타 면 넣고 토치로 지진 다음에 그대로 비벼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image.png



토마토 너는 거기 있구나


과일과 채소 코너는 서로 붙어 있었다. 수박도 있었고, 멜론도 있었고, 사과와 배도 있었다.

그런데 구경하다 보니 이상한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토마토였다.

과일들은 대체로 한쪽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토는 그쪽에 없었다.

토마토 옆에는 브로콜리와 래디시, 호박 같은 채소들이 있었다.

‘아…… 여기는 토마토를 진짜 채소처럼 진열하는구나.’


별것 아닐 수도 있는데 그런 사소한 차이가 신기했다.

해외 마트에 오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


image.png



내가 아는 멜론은 하나뿐이었구나


내가 한국에서 자주 보던 멜론은 겉에 그물처럼 무늬가 있는 초록색 머스크 멜론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처음 보는 모양의 멜론들이 있었다. 노란색 멜론도 있었고, 호박처럼 큼지막하게 생긴 것도 있었다.


특히 기억나는 건 표면에 무늬가 있으면서 수박처럼 줄이 그어진 멜론이었다.

‘멜론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나는 내가 평소 먹던 멜론이 그냥 멜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과도 눈에 띄었다. 표면이 정말 왁스라도 바른 것처럼 반들반들하게 윤기가 났다.

우리나라 사과는 보통 윗면과 밑면이 곡선을 띄며 내려가지만 여기 사과는 경사가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런 사과를 보니 갑자기 어떤 이미지가 떠올렸다.

‘아... 백설공주! 동화에서 독사과를 저렇게 그리는 데 이유가 있었구나!’

어릴 적 읽었던 백설공주 동화바카라에서의 사과는 상당히 우리 나라 사과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는데 왜 그렇게 그렸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였다.


image.png


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배는 동그랗고 색깔은 어두운 노란 빛에 통통한 느낌이였지만 내가 사진이나 그림에서 보던 서양배는 색깔은 초록색과 갈색을 같이 갖고 있으며 위는 잘록하고 밑은 통통한 마치 호리병 같은 모양의 배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모과를 배로 번역의 오류가 있었는지 싶었다. 서양 사람들은 모과를 모를 수도 있으니깐...

하지만 서양배를 본 나는 그때의 내 생각이 얼마나 경험이 짧아서 나올 수 있는 생각이였는지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그때는 내가 언젠가 봤던 그림 속 식재료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image.png


그리고 과일 코너에서 생각지도 못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납작 복숭아?!?!'

산타 카타리나 시장에서부터 하루 모든 일정 동안 나를 신경쓰이게 하며 가지고 다녔던 납작복숭아는 친구과 마트에서 조우할 수 있었다.


image.png


걸리적 거리긴 했지만 언제 또 먹어볼 지 모르기에 귀한 물건 처럼 애지 중지 들고 다녔건만...

이렇게 허탈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마음을 후벼하는 진실이 하나 더 있었으니...

'마트가... 더... 싸네..?'



호박보다 피자가 싼건가?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계속하며 마트 구경을 하였다. 마트에 가면 가격표를 확인하는 것을 즐긴다.

얼마나 비싼지를 확인하려는 것도 있지만, 현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어느 정도 가격에 사고 사는지를 보는 게 재미있다.


스페인 마트에서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신선한 식재료 대비 가공식품이 생각보다 저렴했다는 점이였다.

호박은 1kg에 1.75유로였다. (호박 1kg는 애호박 기준 약 3개 정도 무게에 해당한다.)

그런데 냉장식품 코너로 가니 라지 사이즈 정도 되는 피자가 한 판에 대략 2유로 정도였다.


image.png


물론 호박 값이 어마무시하게 비싸다는 것은 아니다. 애호박이 3개에 2,600원이라면 절때 비싼 편은 아니니깐... 하지만 냉장 피자가 3,000원이라고 생각 된다면? 왠지 애호박 3개는 손해보는 느낌이 들 것이다...


심지어 특정 브랜드의 한 종류 피자만 그런 것도 아니였고, 대부분의 냉장 피자가 그 가격인데다가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싼 제품은 1유로대부터 있었고, 비싼 것도 3유로 안팎이었다.


식빵 쪽은 더 심했다.


image.png


대부분의 식빵도 1유로 대였다. 밀가루가 싼건가? 버터나 기름이 싼건가...? 아니면 식품 첨가물 덩어리인가?

도저히 1유로대의 양이 될 수 없는 패키지였다..


정확히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번 마트 투어를 통하여 얻은 지식은

생각보다 가공식품이 신선 식품보다 저렴했다는 점이였고, 밀가루 관련된 가공품이 말도 안되게 저렴했다는 점이였다.




복숭아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한참 동안 마트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어차피 내 손에는 이미 하루 종일 들고 다닌 애증의 납작 복숭아가 있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드디어 그 납작 복숭아를 씻었다. 점심때부터 그렇게 애지중지 들고 다녔으니 나름 기대가 컸다.


‘그래, 이걸 먹으려고 하루 종일 들고 다닌 거야.’

나는 복숭아의 과육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과즙도 많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반대편 부분의 어느 부분을 먹으니 시큼한 부분이 느껴졌다.

새콤달콤이 아니라 시큼한 부분이!


너무 기대했나...? 음... 맛있긴 한데...

굳이 이걸 먹으려고 유럽까지 와야 할 맛은 아니었다.


'탈락 입니다... 이 복숭아는...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

월, 수, 금,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