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우리가 간 곳은 El Vaso de Oro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예전부터 이름만 알고 있던 음식을 처음 먹어보게 됐다.
푸아그라.
나는 원래 요리를 좋아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먹어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푸아그라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트러플, 캐비어와 함께 흔히 ‘세계 3대 진미’라고 불리는 음식.
동시에 푸아그라가 만들어지는 방식 때문에 동물복지나 윤리적인 논란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메뉴에서 푸아그라를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주문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다른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음식을 알아가길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 유명하다는 푸아그라를 아직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그렇게 유명한지 궁금했다. 결국 나는 한 번은 직접 먹어보고 싶었고 오늘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그래... 내가 맨날 먹는 것도 아니고... 미안하다 오리야...'
우리는 메뉴판을 보고 뭘 먹을 지 고민하였지만 문제가 생겼다.
'어...? 영어가 없네...?'
우리는 결국 구글맵을 켰고, 열심히 구글링을 하였다.
우선 식당 소개하는 사진에 나온데로 맥주와 가벼운 안주를 시켰다.
그리곤 열심히 구글링을 하였는데, 이 가게는 안심 스테이크+푸아그라 와 참치스테이크가 유명하다고 했다. 좋아! 이걸로 먹어야 겠어.!
배가 고픈 나머지 서양의 에티켓을 잊고 말았다.
나는 손을 높이들고 외쳤다.
"Hola~ May I take your order please? (안녕하세요~ 주문 받아드릴까요?)"
(내 의도는 안녕하세요, 여기 주문해도 될까요? 였다..)
앞에 있는 친구는 내 영어가 틀렸다며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하지만 종업원을 나를 보고 웃으며 우리 테이블로 왔다.
나는 다시금 용기를 내어 남들이 찍어준 사진을 보여주며 얘기했다.
"This one, and this one, Ok Thank you!"
이라고 하니 종업원이 밝게 웃으며
"Gracias (감사합니다)"
라고 하였다. 하마터면 영어공포증이 생길뻔 했다...
맥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즐기며 메뉴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참치 스테이크가 나왔다.
한 입 먹어보니 맛있었다. 분명 맛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켠에서는 아까웠다...
'음... 왜 이 비싼 참치를 스테이크로 만들었을까...?'
이렇게 스테이크 보다는 타다키나 혹은 사시미로 먹는게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드디어 그 녀석이 영롱한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
내 인생 첫 푸아그라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내가 주문한 것은 푸아그라만 따로 나오는 음식이 아니라 소고기와 함께 나오는 요리였다.
처음에는 푸아그라부터 유심히 봤다. ‘이게 그 유명한 푸아그라구나.’
이름은 수도 없이 들어봤는데 실제로 내 앞에 놓여 있으니 꽤 신기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향이었다.
지방에서 오는 진하고 기름진 향이 굉장히 강했다. 나는 푸아그라를 조금 떼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일부러 바로 씹지 않았다. 어떤 식감인지 궁금해서 혀로 입천장 쪽에 푸아그라를 눌러봤다.
그런데 힘을 줄 필요도 없었다. 그냥 무너졌다.
고기라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내가 알고 있던 고기의 식감과는 전혀 달랐다.
푸딩처럼 부드러웠다. 얼마나 부드러운지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살짝 누르는 것만으로도 형태가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진한 지방의 맛이 입안에 퍼졌다.
기름졌다. 정말 기름졌다.
그런데 단순히 느끼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굉장히 진하고 고소했다.
조금만 먹어도 입안 전체를 채우는 느낌이었다.
‘아... 왜 유명한지는 알겠다...’
푸아그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왜 좋아하는지는 첫입부터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소고기와 같이 먹어봤다. 그러자 맛이 더 강해졌다.
소고기가 가지고 있는 육향에 푸아그라의 진한 지방 풍미가 더해졌다.
고기에 버터를 올려 먹는 것과도 달랐다. 지방과 지방이 합쳐지는 것 같은 굉장히 농축된 맛이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거 많이는 못 먹겠다.’
몇 입만 먹어도 입안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맥주가 없었다면 아마 많이 먹지 못했을 것 같았다.
맛이 없어서 손이 멈추는 음식은 아니었다. 오히려 맛은 확실했다. 다만 너무 진했다.
한입의 존재감이 굉장히 큰 음식이었다.
먹기 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미니까 얼마나 대단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직접 먹어보니 그 명성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독특하게 무너지는 식감과 강렬한 지방의 풍미는 분명 내가 평소 먹던 음식과 달랐다.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왜 유명한지도 알겠다. 하지만 나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고, 굳이 푸아그라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진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은 많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나처럼 인생에 딱 한 번만 먹자고 하니 수만 마리의 오리들이 희생당하는 거겠지..?'
다시 한 번 동물복지협회와 오리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런데 꽤 시간이 흐른 뒤 한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주문진에 쥐치회를 먹으러 갔을 때였다.
회를 먹는데 쥐치의 간도 따로 나왔다. 나는 별생각 없이 간을 먹어봤다.
그리고 순간 푸아그라가 생각났다.
‘어?’
부드럽고 진하면서 고소한 맛.
물론 똑같은 음식은 아니었다.
그런데 입안에서 느껴지는 그 진한 간의 풍미가 어딘가 익숙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거 차가운 푸아그라인데?’
그렇게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먹었던 그 유명한 푸아그라를 주문진의 쥐치 간 한 점으로 맛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