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가진 여신은 왜 외로웠을까

헤라는 왜 황금사과를 내려놓지 못했을까

by운조



사람은 언제 가장 외로울까.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을 때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가졌는데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일까.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이 한창인 순간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전쟁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호메로스는 길게 설명하지 않지만, 당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황금사과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짧은 한 문장.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그 사과 앞에 세 여신이 섰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이미 모든 것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 사과를 내려놓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장면이다.

왜였을까.

『일리아스』를 읽으며 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사람은 부족해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어서 흔들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헤라는 올림포스의 왕비였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가장 평안한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그렇다.

칭찬 한마디에 하루가 환해지고,

무심한 말 한마디에 오래 마음이 무너진다.

누군가와 비교되는 순간,

내 안에도 작은 황금사과 하나가 놓인다.

'왜 나는 아닐까.'

'왜 저 사람일까.'

그 작은 질문 하나가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비교라는 것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평안하다는 것을.

『일리아스』는 전쟁을 이야기하지만,

그 전쟁의 밑바닥에는 인간의 마음이 흐르고 있었다.

명예를 향한 욕망.

승리를 향한 욕망.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삼천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도 여전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고전은 오래 살아남는다.

인간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라를 읽으며 나는 질투보다 더 깊은 감정을 보았다.

누군가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생각해 보면 그것은 여신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이제 황금사과를 바라보기보다,

내 손에 이미 쥐어져 있는 작은 행복을 바라보려 한다.

행복은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데 있었다.

어쩌면 헤라가 끝내 얻지 못한 것은 황금사과가 아니라,

'나는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평안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