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를 렌트할 수 있다면

혼자 온 여자 1

by하누

대학생 때의 내가 제일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는 인도였다. ‘제일 좋아하는 외국 요리는 인도 요리’라는 말을 즐겨 하곤 했고, 인도 홍차를 무척 좋아했다. 특히 다즐링(Darjeeling)이라는 지역의 특산품인 다즐링 홍차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인천에서 인도까지 1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터미널에서 8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다는, 해발 2042m의 히말라야 산맥 위에 얹힌 절경가도. 여행을 사랑하는 대학생이 꿈꾸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다즐링을 꿈꾸면서도 가지 못했던 것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신경이 쓰였던 것은, 인도의 치안 문제였다. 인도의 여성 인권은 국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는 여대생이 밤 9시 반에 버스에 탔다는 이유로 6명의 남성에게 집단 강간과 폭행을 당하고 끝내 사망한 ‘델리 여대생 집단 성폭행 사건(니르바야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국내의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인도가 특히 여성에게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연신 화제가 됐다.


먼 곳에서 통학하는 한국의 여대생인 나는 밤늦게 버스를 타기 일쑤였다. 그런데 같은 행동이 지역이 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이유가 됐다는 것은 내 가슴속을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가고 싶어 하면서도 선뜻 가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남자친구라도 사귈까 봐.”


당시의 나는 이렇게 농담하곤 했다.


“보디가드로 삼았다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헤어지는 거지.”


남자친구는 무슨 죄냐며 친구가 (장난스럽게) 힐난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완전히 농담만은 아니었다. 그만큼이나 심각한 고민이었던 것이다.


그런 내 고민을 트위터에 썼는데, 누군가에게 멘션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다즐링 홍차를 수입하는 국산 브랜드의 대표였다.


“인도 여행하기 좋아요. 여자인 저도 매번 혼자 다녀옵니다.”


그는 매년 직접 다즐링 지역의 다원에 가서 질 좋은 홍차를 직접 골라오곤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나는 그의 말에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나는 부루퉁해져서 생각했다.


‘다즐링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영어도 잘하니까 그렇지. 한 번도 간 적 없는 나랑은 입장이 다르다고.’


나는 그가 내 진지한 고민에 그리 진지하지 않게 대응하고 있다고 여겼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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