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로 떠난 여행이 행복할리가 5
나는 여행 중에 한국인을 몇 번 만났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쳐 합석하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태국 여행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함께 식사를 할 사람을 구했다. 그건 상당히 만족도가 높은 일이었다. 일인분 정도의 비용으로 더 다양한 메뉴를 먹어볼 수 있었으니까.
잠에 들기 전, 숙소 침대에서 태국 여행 커뮤니티를 뒤지고 있자니 흥미로운 글이 보였다. 나도 관심이 있었지만 다소 고급이라 가기 주저됐던 태국 음식점에 함께 갈 사람들을 구하는 합석 구인글이었다. 나는 주저 없이 참가 의사를 표하는 댓글을 달았다.
다음 날 저녁, 식당에는 남자 둘과 여자 둘, 나를 포함해 총 네 명의 한국인이 모였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우리는 메뉴를 골랐다.
“공심채 볶음도 시켜요. 이거 맛있어요.”
메뉴판의 사진을 본 나는 의아해졌다.
‘채소뿐인 메뉴를 왜 시키지?’
하지만 뜻밖에도 공심채 볶음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맛있었다.
“이거 정말 맛있네요. 왜 주문하셨는지 알겠어요.”
내 말에 여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세련된 스타일에 이런 모임이 익숙한 듯 외향적인 태도였다.
“태국 여행은 네 번째거든요.”
“네 번? 대단하시네요. 저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사업하느라 굉장히 바빠서 여행을 다닐 짬을 못 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시간을 내서 왔어요.”
남자가 끼어들었다.
“젊어 보이시는데 사업이라니, 대단해요. 어떤 사업하세요?”
“강남에서 의류 도매업 합니다.”
모임은 꽤 즐거웠다. 대화도 잘 맞았고, 음식도 맛있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음 날 저녁에도 모이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다음 날 저녁에 모인 곳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었다.
“어떤 거 시킬까요?”
파스타나 피자 정도를 생각했는데, 메뉴판을 보니 내가 알지 못하는 요리 이름들이 가득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 에피타이저로 프로슈토 에 멜로네 먹을까요?”
어제 공심채 볶음을 고른 여자는 이번에도 결단력을 보였다.
프로슈토 에 멜로네는 화려한 이름에 비해 미심쩍은 비주얼이었다. 멜론에 햄을 얹다니.
‘괴식 아니야?’
나는 서빙된 요리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다가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맛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멜론과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햄의 조화라니. 내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본 이 메뉴는 그야말로 ‘단짠단짠’의 정수였다.
‘세상에 이런 음식도 있는 줄 몰랐어.’
내 반응에 여자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누 씨는 음식을 정말 맛있게 드시네요. 어제도 그렇고.”
“여기도, 어제 간 데도 맛있어서요. 식당을 너무 잘 골랐어요.”
“식당을 고른 건 K 씨죠? 이렇게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해요.”
칭찬의 화살이 의류 사업가에게로 돌아간다. 그는 성격 좋게 웃었다.
“뭘요. 저야말로 어제 구인글 올린 덕에 J 씨 같은 분 만나서 행운이죠.”
‘뭣들 하는 거람?’
프로슈토 에 멜로네를 씹던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K와 J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았다.
에피타이저가 나오고, 메인 메뉴가 나오고, 사이드가 나오면서 대화도 점점 무르익었다.
J가 깔깔 웃었다.
“아 뭐야! 오빠 왜 이래?”
말은 또 언제 놓은 거지? 나는 다른 남자 한 명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도 멋쩍은 표정이었다. 눈치채고 싶지 않은 것을 눈치챈 듯한 얼굴.
무꼬 쑤린에서는 묵묵부답이었던 나의 연애 센서는 왜 남의 일에만 작동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내일 모임은 어렵겠네.’
뭐, 이제 고급 식당은 더 이상 갈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적절한 타이밍이긴 했다. 나는 그런 식으로 아쉬움을 갈무리했다.
J는 거리낌 없는 태도로 K의 등을 팡팡 치면서 말했다.
“이 오빠 너무 마음에 든다.”
나는 마지막 남은 프로슈토 에 멜로네를 집었다. 이 테이블에서 내 역할은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