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에게 궁금한 사람이고 싶다

아직 설명하지 못한 나로도

byWONA

꽤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진다. 일을 위해 살펴볼 때도 오래 머무르기가 어렵다. 몇 개의 게시물을 넘기다 보면 내용보다 먼저 어떤 소란이 느껴진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비슷한 말을 듣고 있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열등감인가 싶었다. 잘 지내는 사람들을 보며 작아지는 내가 싫어서, 그들이 내놓은 것을 시끄럽다고 밀어내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이 없다고는 못 하겠다. 누군가의 성취 앞에서 내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도 있으니까.


그런데 부러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피로가 있다. 무엇을 보아도 그 뒤의 의도를 짐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경험일까, 광고일까. 솔직한 말일까, 솔직하게 보이도록 고른 말일까. 정작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혼자 묻고 의심하다가 지쳤다. 내가 짐작한 것이 맞는지도 알 수 없었다.


SNS를 보고 있으면 경험마다 어떤 설명이 따라붙는 듯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그 일을 하는지,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 하나의 경험이 곧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된다. 아직 나도 잘 모르겠는 마음까지, 남에게 전하려면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나도 말과 글로 나를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닿으려 한다. 지금 이 글도 그렇다. 다만 설명이 매끄러워질수록 그 안에 담지 못한 마음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나는 괜찮다'라고 여러 번 말하고 나면, 괜찮지 않은 날을 인정하기가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어떤 일을 성장이라고 정리한 뒤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후회가 그 이야기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나를 이해하려고 만든 설명에, 오히려 나를 맞추게 되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


어떤 말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지, 어떤 말이 자기 마음을 살피지 못하게 하는지는 겉에서 알기 어렵다. 내가 포장이라고 느낀 말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위안일 수도 있다. 그 경계를 모르면서 자꾸 판단하게 되어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화면에서 생긴 경계심을 만남에까지 가져가는 것일까. 직접 만나서도 가끔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서로의 근황과 생각을 충분히 들었는데, 이상하게 가까워진 것 같지는 않은 날.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더 물을 말이 떠오르지 않는 날.


나는 누군가를 알아가고 싶다. 잘 정리된 소개를 듣는 것 말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만나는 일. 하던 말을 고치거나, 앞서 한 말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잘 모르겠다며 잠시 멈추는 동안에도 대화가 이어지는 일. 말이 꼭 결론에 도착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그립다.


예전이 더 좋았다고 느끼는 건 그 때문일까. 그때는 학교나 동네처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자주 마주치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사람을 어느새 좋아하게 되기도 했다. 만나기 전부터 그 사람을 좋아할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취향이 맞을 것 같아서, 좋은 정보를 나눌 수 있어서, 흥미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먼저 드러난 무언가가 다가갈 이유가 된다. 그렇게 서로를 발견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나눈 경험이 다시 그들을 가까워지게 한다.


나도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에게 더 쉽게 말을 건넨다. 낯선 사람을 알아가는 데에는 시간과 마음이 든다. 누구나 그 여유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바라보다 보면 내 자리가 조금씩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참여하자니 지치고, 참여하지 않자니 점점 멀어진다. 드러내지 않았을 뿐인데, 관계 맺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남게 될까 봐.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조금 서운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궁금한 사람이고 싶다.

그런데 먼저 나를 매력적으로 제시해야만 그 궁금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쩌면 다 비슷하고 시끄럽다는 생각에는, 그 안에서 소외되는 게 두려워 먼저 거리를 두려는 마음도 섞여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마음으로도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는 없을까. 단서를 건네는 일과 매력을 입증하는 일은 조금 다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먼저 안부를 묻고, 또 만나자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는 없을까. 그다음에는 상대도 나에게 질문을 건네는 관계였으면 좋겠다. 내가 이미 설명한 것 말고, 아직 말하지 않은 것도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어른이 되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관계의 변화인지, 변한 세상을 따라가기 싫은 내 고집인지 아직 모르겠다. 옛날의 관계를 지금보다 다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서운함까지 철없는 기대라고 정리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람에 관한 설명을 많이 듣고도 서로 가까워지지 못하는 일이 쓸쓸하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문장을 고치고, 조금 더 정확한 말을 골랐다. 포장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 애쓰고 있다. 이 글이 지금의 마음을 전해주면 좋겠지만, 나에 대한 최종 설명이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여기에 쓰지 못한 마음도 있다. 아직 모르겠는 마음도 있다.


그런 채로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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