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소비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나는 대학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사교육 현장에 발을 들였다.
그 시작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미취학 아동부터 초·중·고등학생, 전문직 종사자, 취업 준비생,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배경은 달랐지만 모두가 '배움'이라는 이름 아래 앉아 있었다.
언어나 수학은 나에게 도구였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과목이 아니라, 배움이 사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였다.
문법과 단어를 반복시키는 방식으로는 변화가 오래 남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다른 곳에 있다.
한국어와 영어라는 언어 구조의 차이,
문화적 맥락이 표현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유창성이나 정확성 이전에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게 만드는 과정.
사람마다 사고의 구조는 다르다.
누군가는 논리로 이해하고, 누군가는 감각으로 받아들인다.
결국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사고 체계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자기화하게 만드는가의 문제이다.
그렇게 접근했을 때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내가 만나온 학습자들은 하나같이 외부의 압박이 아닌,
스스로의 동기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요나 강제는 필요하지 않았다.
학습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고 싶은 과정이 되었다.
누군가는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식을 발견했고,
누군가는 처음으로 "나는 이렇게 이해하는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 과정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훨씬 깊은 변화를 만들었다.
지속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결과는 비슷했다.
영어든 수학이든, 변화는 반드시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학생들의 경우,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했다.
성적이 오른 것은 물론, 아이의 학습 자체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고.
성인 학습자들의 피드백도 비슷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분석할 수 있게 된 메타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해졌을 때 생기는 조용한 자신감.
결국 변화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교육 현장에서 확인했던 것은
학습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성장하는 구조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교육을 하나의 융복합적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인문학적이다.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교육은 과학적이다.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보여주는 지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게 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해석하게 만드는 것.
이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교육은 시작된다.
그래서 나에게 교육이란
시험 문제를 몇 개 더 맞히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사고를 구조화하고,
태도를 형성하게 하며,
결국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요즘 종종 AI가 선생님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생각한다.
AI가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애초에 교육의 본질이 아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왜 본질은 점점 뒷자리로 밀려나는가.
답은 단순하다. 본질에 충실한 교육은 편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자의 사고 구조를 파악하고, 동기의 지점을 찾고, 그에 맞는 언어를 고르는 일.
그것은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래서 성적이라는 언어, 효율이라는 언어, 스펙이라는 언어가
배움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순간 교육을 소비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교육 바깥의 경험에서도 자주 확인된다.
최근 병원을 찾으면서 나는 한 가지 공통된 패턴을 보았다.
전문의적 치료를 찾고 있는데,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용과 소비를 중심으로 구성된 언어였다.
치료가 중심이어야 하는 공간에서조차
설명은 점점 '필요'보다 '선택'의 언어로 옮겨가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이것이 특정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영역이든 본질보다 소비가 앞설 때,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하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였다.
언어는 본질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본질을 가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나는 교육 현장에서 그 반대를 보았다.
사람이 진짜 성장하는 순간은 정답을 맞혔을 때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질문을 시작했을 때였다.
그 질문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나는 왜 이것을 배우는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인가.
그래서 내가 설계하는 것은 점수 아니라, 그 이전의 과정이다.
사람의 사고가 언어를 통해 스스로 구조를 갖고 방향을 찾아갈 때,
변화는 일어난다. 그리고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나는 그 순간에서 사명을 느끼고, 가장 큰 보람을 얻는다.
© WON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