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호구와 둘리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by몽접

이직을 하고 2년 즈음 난 부서발령을 받고서 또다시 경력을 쌓아야 해서 대학원을 다녀야 했다. 힘든 과정이지만 이곳에 계신 분들은 기본이 석사라서 박사과정을 가야지 그나마 진급을 하는데 수월하다. 그래서 면접에서도 박사를 갈 것인가를 물어봤는데 갈 것이다라고 말을 했고 그 시기를 조율했다. 입사하자 마자는 힘들 것 같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회사와 조율해서 다닐 생각이었다. 대학원 과정이 이웃집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나도 배우려면 제대로 하고 싶어서 커리큘럼도 봐야 하고 가장 힘든 곳을 찾아서 가기로 했다. 그러자니 영어공부를 해야 했고 제2 외국어도 필요하고 이래저래 밑받침이 필요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가는 것을 빼고 학원을 가서 공부를 해서 영어점수를 올렸고 제2 외국어는 셀프로 공부를 해서 자격증으로 대체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6개월을 앞두고 정말 바쁘게 살았다.


외국어라는 게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게 아니라서 일부러 자막 없는 영화를 보기로 하고 스스로 번역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통번역어 과정을 할까도 생각을 했지만 그건 학원을 들어가서 해야 하는 거라 파이가 너무 커져서 잠시 뒤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박사과정에 합격을 해서 난 어렵게 박사를 졸업하고 다시 일에 매진할 수 있었다. 번역을 하다 보니 일은 더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바쁘니 부탁을 할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네"라고 하고 내 할당업무를 보고서 예스를 외쳤는데 언젠가부터는 "자기 정도면 2시간?"라고 하고 냉커피 하나 두고 가버리는 문화가 되어서 내 옆자리 동료는 "그러지 마 그러다가 자기가 다 맡겠어"

고개를 저으며 거절도 하나의 문화라고 했다.

그러자니 쓴소리를 하기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을 하다가 그날이었다.

나도 할 일이 많아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다른 업무 팀에서 팀장이 와서 "자기 오늘 바빠?"

나는 "네 오늘 일이 많아서요. 아시잖아요. 저희 2주 뒤에 세미나 있는 거"

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세미나 한 두 번 해, 그러지 말고 우리 바빠서 우리 팀은 번역이 없어. 알지? 그래서 매해 끝에 12월에 제발 번역되는 사람으로 한 명 인원 배치해 달라고 하는데도 늘 꽝 울고 싶다, 부탁해" 그러고 끝, 이건 뭐지 해서 그날은 정말 참을 수 없어서 "저기 죄송한데 저 너무 바빠서 못 해요, 저희 팀 번역 제가 다 하는데 아시잖아요, 업무량 많고 세미나에 다음 달 또 일정 센 거"

그러자 팀장은 얼굴색이 변하면서 "아니 자기는 다 하면서 꼭 이러더라 , 지난주에는 아무 말 안 하더니 이번 주 왜 그래? 괜히 그러지 말고 부탁이라고 할 때 해줘. 이상해 진짜"

의자에 털 썩이고 앉는 여자를 보면서 나는 '아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는구나' 싶어서

"저기요 각자 자기 팀일은 가내수공업을 하시죠. 번역이 필요하면 배우시던가"

그렇게 내 뒷모습을 보이고 점심시간, 우리 팀장과 그쪽 팀장은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난 속으로 '또 내 욕을 하겠지' 하면서 들어가지도 않는 국물을 마시며 자리로 돌아왔다.


팀장은 "자기 잘했어. 그렇게 단칼에 끊어"

나는 "아... 그게.."

팀장은 "나도 말했어. 각자도생 하자고"

그 이후로 나는 말없이 일만 했고 스몰토크도 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변했다 어쩌다 말을 했지만 괘이치 않았고 난 나대로의 삶을 살았다.

일은 일로 살아야 했고 나도 내 업무는 늘 많았기에 베푸는 문화는 사양을 했다.

그래서 그런가 더 이상 옆집 오듯이 오는 사람들은 없었고 정말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할 때는 팀장을 통해서 조율을 했고 그런 팀장도 내게 가능한지를 물어보고 일을 진행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더니 다르지 않음에 역시 사람은 혼자다,라는 말에 공감을 하며 출퇴근을 하며 일찍이 파이어족을 하지 않음을 후회하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난 말없이 살아가고 있다. 스몰토크도 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 또 말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왜 말이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그냥 미소만 보이고 일을 한다.

편하다. 예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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