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시절인연으로 맺어진 추억들.

by몽접

가을이 되면 나에게는 딱 두 가지가 떠오른다. 농사와 북촌마을. 외갓집은 농사를 지으셨다. 그래서 외삼촌은 탈곡기를 직접 모시면서 쌀을 거두셨는데 그때가 되면 집으로 전화를 하셔서 "몽접아 외삼촌인데 놀러 와라" 하셔서 날름 가서 구경을 하면 그 기계에 나를 태워 주셔서 운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나는 "와 신기해요"라고 하고 오빠들은 "야 내려와서 이거 도와"라고 하면 "응"이라고 했다.


난 첫째로 태어나서 위에 언니나 오빠들이 있었으면 해서 곧잘 오빠들을 잘 따라서 덕분에 오빠들이 나를 예뻐했다. 내 졸업식에는 오빠들이 자기 친구들을 대거 끌고 와서 빈자리를 다 채워주었고 잘 생긴 오빠는 여자친구까지 끌고 와서 나는 이게 뭐냐고 칭얼거렸지만 사진은 웃고 있는 모습으로 멋지게 마무리를 했다.

농사철에는 정말 일손이 부족해서 온 식구들이 매달려서 일을 했고 외숙모는 사람수에 맞게 짜장면을 주문하셔서 맛있게 먹었다. 그러다 탕수육도 나오면 나는 정말 맛있게 먹어서 오빠들은 "꼭 보면 일도 안 하고 많이 먹는다 너" 하면서 그래도 예뻤는지 나에게 양보를 하면서 "응 고마워" 하면서 하루 뜨거운 태양아래서 일을 했고 외숙모는 고추농사를 위해서 도로에 깔아 둔 고추를 거두어들이고 다시 일을 시작하셨다.

말이 좋아 고추 농사지 정말 힘들었다. 말렸다 폈다를 반복하고 결국은 그걸 하나하나 닦는 것도 일이라 나중에는 엄지 손가락이 아파서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서 괜히 늦게 하기도 했지만 세상 공짜는 없구나를 실감했다.


밤늦게 오빠들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과자를 먹고 잠들면 다음날 퉁퉁 부은 얼굴을 보고 달덩이라고 놀리는 오빠는 나에게 다음날도 일을 해야 하니 학교 마치고 오라고 했고 그렇게 한 일주일 하면 일은 마무리되어서 외삼촌 외숙모는 정말 좋아하셨다. 덕분에 우리 집에도 쌀이 배달이 되어서 햇살을 맛볼 수 있었다.


뜨끈한 햅쌀은 정말 맛있었고 그 피곤함은 삭 사라져 농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전화를 걸어"외삼촌 잘 먹을게요"라고 인사를 드리고 먹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제는 외삼촌이 계시지 않는다. 소천하셨다. 외숙모만 계신다. 외숙모는 손자를 봐주고 계신다. 아들을 키울 때와 다른 재미를 느끼신다고 웃음이 떠나지 않으신다. 애교 많은 손자는 외숙모와 가을을 보낸다고 며칠 전에는 산 입구를 다녀왔다고 자랑을 했다. 그렇게 보니 좋아 보여 괜히 나도 웃음이 났다.


다음은 북촌 한옥마을이다.


가을이 되면 내 마음은 살랑거리고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는 하지만 또 가장 아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여름을 가장 싫어하는 나로서는 올해 빙하가 녹아서 산사태가 나는 것을 보고서 아, 이러다 우리나라도 어찌 될지 모르겠네 라는 한숨을 내면서 이 귀한 가을에는 정동을 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이번 주에는 이화동을 갈까? 고민을 했다. 가을이면 나는 북촌마을에 가서 그림을 그려주시는 분에게 부탁을 해서 그림을 선물로 받고 카페에 앉아서 여유룰 부리고 제일 좋아하는 건 헌바카라방에서 바카라을 찾아 그날 바카라을 읽는 거, 그리고 마지막은 사진을 찍는 일이다. 로모 카메라도 좋고 DSLR도 좋고 뭔가 남긴다는 생각에 일 년을 마무리하는 생각으로 가는 북촌은 언제나 사람들이 많아서 없는 곳을 피해서 가기는 하나 쉽지 않다. 색색이 다른 공간에서 집게핀도 사고 쇼핑을 하면 가방에 넣어서 집에 도착을 하면 분류를 하고 일기에 닮아서 기록을 하고 다녀간 사진을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자는 밤은 정말 꿀맛이다.


사실 난 사진에 재미를 못 붙였다. 그런데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사진에 흥미를 붙였다. 나와 사귀며 했던 말이 있다. "사진기는 앵글 값이 사진값이야" 그렇다. 어떤 달은 200백만 원이 넘는 앵글을 사서 나는 "아니 너무 비싼데?"라고 하면 "너도 재미를 붙여"라고 한다.

그러면 난"나는 싫어"라고 단칼에 잘랐다.

그래서 그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다.

그리고 그때를 회상하면서 로모를 그때 알려줄 때는 사지도 않았는데 헤어지고 로모를 제일 먼저 사서 마구 찍어서 처음에는 엉망진창으로 나왔지만 지금은 좀 봐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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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이렇다.

난 전 남자친구가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때가 있고 시기가 있지 않은가.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해서 매우 슬펐지만 시절 인연 그렇게 보냈으니 더 이상 오지 않은 인연을 그 친구에게 썼다 생각하고 사는 요즘이다.

나는 누굴 만나도 그때처럼 사랑할 자신도 없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한다면 이제는 "왜?"라는 단서가 붙어서 불신이 먼저라서 연애자체가 안된다.

인생이 그렇다. 나는 나 스스로 팔자를 꼰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지,라는 쪽이 있어서 그래 시절인연으로 놓고 흘려보내면 바깥은 가을인데 마음은 겨울이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괜히 딱딱한 하루를 보내는 기분이다.

하지만 괜찮다. 가을이라 청명한 하늘을 볼 때마다 여름을 견딘 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 같아 아직은 가을이라 조금은 더 누려 볼 요량이다.

일찍 겨울을 맞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여름은 빨리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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