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원론적인 질문이기는 하지만 뭐 생각하기 나름이다. 마흔 중반에 이렇게 살면 거의 결혼은 포기를 했고 그렇다고 이 나이에 무슨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처음에는 이야기만 잘 통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싶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들 반지를 끼고 있어서 역시 사람은 다 때라는 게 있구나 싶다.
며칠 전 아는 지인분이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라는 말씀을 하셔서 단골 약사님이 물어보셨다. 나는 "글쎄요.. 이렇게 산 게 마흔이 넘었는데 외롭다 아니 다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네요. 인생 혼자 살다가 가는 건데 부모가 있어도 결국은 혼자 문제인 거고"
약사님은 "하긴 그래요. 나는 비혼주의였는데 남편이랑 어떻게 엮여서 지금은 전우로 살아요. 애들은 다 필요 없어. 얼마 전에 여자친구라고 왔는데 내 마음에는 안 드는데 아들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까"
윙크를 하시며 역시 사람마음은 자기처럼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그리고 잠시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수를 구입하고 파라솔에 앉아서 생각을 했다.
내가 사는 게 지금 외로운가? 생각을 안 하고 산지 꽤 오래되었다. 익숙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집에 고장이 나면 어지간하면 고치고 안되면 물론 전문업체에 의뢰를 하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하나도 못하다가 지금은 어느 정도하고 그리고 혼자 살면서 편하게 된 건 내 마음대로 사는 편리함과 자율성이다.
당장 동생을 보면 가족을 위한 삶을 살다 보니 얼굴 보기도 힘들고 또 동생의 삶이다 보니 맞다 안 맞다는 없다. 상대적이다. 나 같은 경우 주말에는 늦게 일어나서 밥은 한 끼를 먹고 바카라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커피숍에서 가을 즐기기 위에서 일부러 밖에서 마시고, 커플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내가 경험한 연애가 너무 힘들었는지 씁쓸한 맛이 난다.
엄마는 나에게 "늙으면 혼자 사는 게 편할 수 있지. 그런데 혼자 살면 외로워. 그러니까 만나"라는 말씀을 딱 세 번 정도 하신 것 같다. 나는 웃으며" 엄마 아빠도 결국은 남이야"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등을 맞은 기억이 있는데 나는 결국은 인간은 혼자인데 누구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혼자인 삶을 사는데 그게 중요한가 싶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1살 차이로 친구처럼 지내셨다. 물론 할아버지는 매우 깐깐한 삶을 사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같은 반찬이 두 번 올라가면 안돼서 할머니는 고생을 하셨고 덕분에 할머니는 못하시는 게 없는 슈퍼우먼이셨고 할머니의 시어머니는 너무 독해서 동네에서 모르면 간첩이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막내며느리 수업을 받을 때 밖에서 서서 밥을 드셨다고 한다. 제일 서러울 때가 밥 먹을 때였는데 막내라 남은 밥을 먹을 때 밥이 없어서 누룽지로 배를 채우셨는데 그것도 때가 맞지 못하면 굶주려서 드셨다고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고 " 할머니 그때 할아버지 뭐 하셨어?"라고 물으면 할머니는 "할아버지는 그냥 계셨지 뭐.." 하고 씁쓸해하셨다. 우리 할머니는 대단하신 게 할아버지에게 민낯을 보여드린 적이 없으시다. 늘 일찍 일어나셔서 화장을 하셨고 나이 90세가 되셔도 그렇게 사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씀하셨다. "부부라는 게 그렇다. 서로 보여주고 보여주지 말아야 하고 하는 게 있어야 재미있게 산다" 하셨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응, 하고 마루에 앉아 있으면 한심하다고 하시면서 고개를 저으셨는데 사람마다 사는 게 다르니 우리 할머니는 진짜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은 뵐 때마다 했다.
살면서 힘들 때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좋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나면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 이야기들이 하늘에 떠다니는 것 같아서 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내가 가진 힘을 다 끌어와서 내 안에 저장을 한다. 그리고 고친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리는데 혼자 살아서 불편한 점은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내가 누군가의 삶까지 같이 살아 줄 용기 있는 삶은 살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외롭지 않다. 그래서 괜찮다고 짧게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