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100년에 역사를 가진 학교였다. 학교는 미닫이 교실은 나무 바닥이라 청소하기는 힘들었지만 역사가 있는 학교여서 나름 선배님들이 많이 오셨다.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은 운동회였다. 여학생이라 춤을 추고 배우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다 같은 군무를 연습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도 배우고 나면 나름 뿌듯한 맛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특혜, 여학생들은 어려운 무용을 배우니 청소는 남학생들이 하는 걸로 해서 그건 좋았다.
우리는 가을 땡빚에 연습을 하고 마치면 학교 앞 분식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고 그리고 남은 돈으로 그 당시 떡볶이 한 가락에 10원이었다. "아주머니 100원어치 주세요" 하면 진짜 10 가락을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얼토당토 하지 않은 개수지만 그걸 먹겠다고 땀이 흐르지만 친구와 까르르 웃으며 먹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그래 빨간 맛, 나에게 빨간 맛은 떡볶이이다.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내가 한 일탈은 학교 정말 분식집을 가는 유일한 일탈, 저녁시간에 문제집을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딱 한 번 분식집을 갔다.
그 분식집도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언제나 인산인해였고 또 하나 키포인트는 남학생들도 많았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연애도 많이 해서 누가 거기서 누구를 만났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많았다. 우리 학교에 동아리에는 편지 쓰기 동아리가 있었고 별자리 동아리가 있었는데 사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은 남학생들과 미팅 동아리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어쩌다 반팅이 들어오면 애들은 손들어서 가고 싶다고 하지만 주선자는 애들에게 "야 이번에는 진짜 힘들게 가야 해. 넌 힘들어" 하면서 웃음으로 돌려보내는 애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나는 남학생을 만나기 위해서 간 게 아니라 진짜 떡볶이를 먹기 위해 갔다.
정확한 삶을 사는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래서 그날은 담임 선생님께 문제집을 사야 한다고 하고 정식으로 외출증을 끊어서 나갔다.
분식집은 이미 인산인해, 그런데 너무 잘 아는 학생이 앉아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 남학생이었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못 올 거리였는데 거기 앉아 있는 걸 보니 뻔했다.
"넌 어째 여기냐?"
돌아오는 대답은 "너나 신경 써"
그렇게 우리는 모른 척하고 서로 음식을 먹으며 나는 친구에게 "저 인간 아무래도 꿍꿍이가 "
그렇게 친구와 맛나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는 이승환 뮤비를 보고 있어서 즐겁게 즐겼는데 어딘가 모르게 싸하게 조용해지는 분위기에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런 담임 선생님께서 내 등뒤에 계셨다.
"와서 먹으니 좋냐?"
나를 보시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 바카라을 사러 갈려고 했는데 돈이 부족해서.."
라는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아주머니 여기 떡볶이 3인분 하고 순대 3인분 주십시오"
갑자기 합석을 하시는 담임 선생님을 보며 "선생님도 드시게요?"
선생님은 "급식이 맛이 없어서 안 먹었어. 나도 궁금하다. 네가 뻥을 치고까지 왔는데 성지순례해야지"
그렇게 나온 음식을 앞두고 나는 아무 말 못 하고 친구는 더 얼굴이 불었다.
나는 "그럼 맛있게 먹겠습니다"하고 먹는데 담임 선생님은 "살 뺀다며?"
갑자기 수저를 놓고서 "아니 그게.."라고 설명을 하려고 하는 사이 웃으시며 "많이 먹어"
그렇게 숨 막히는 1시간을 보내고 자습실로 돌아와 야자를 하는 내내 그 상황이 지워지지 않아서 기숙사로 가는 길 나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했더니 어떤 친구는 부러워했다. 나는 막상 네 담임이 앞에 있으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 궁시렁했지만 졸업을 하고 찾아뵈었더니 선생님은 보고 싶었다시며 그때 이야기를 또 꺼내셔서 밉다고 웃었더니 fm으로 사는 내가 그렇게 가는 걸 보시고 다소 놀라셨는데 맛을 보고 애들이 그렇게 가는구나 싶어서 졸업 때는 우리 반 아이들을 모두 그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주인이 그건 어렵다고 해서 이루 지 못하신 꿈이라고 하셨다.
생각하면 내게 빨간 맛은 떡볶이와 담임 선생님이시다. 그래서 누가 내 뒤에서 "웍" 하고 놀리면 일단 가슴이 철렁한 건 둘째고 그때의 생각이 나서 담인 선생님이 그립다. 가끔 안부전화를 드리면 "세월에 약 없다" 하시며 웃으시지만 난 안다. 난 고등학교 담인 선생님이 이 한 분이시다. 당신이 "우리는 악연이다" 하셨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몰라도 여하튼 그렇다. 그래서 서울에 오시면 꼭 뵈러 가는데 이제는 나이가 있으셔서 아마 그때의 여유는 없으신 듯하다.
빨간 맛, 나에게는 이렇게 기억되는 맛이다.